"5천원 온라인 포인트도 리베이트 규제 위반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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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온라인 포인트도 리베이트 규제 위반소지 있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6.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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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본부 vs CP 본부, 제약사들은 현재 내홍 중
십수개 업체들 이미 비대면 플랫폼 운영 활개
가이드북으로 위험 시그널 보낸 협회도 난감
"비대면 제품설명회 지원방안 마련 서둘러야"
7월 중 선보일 전문가 전용 포털 운영(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에 앞서 임직원들의 이해도 강화를 위한 체험행사를 진행중이라고 홍보한 한 제약사의 보도자료 사진.
7월 중 선보일 전문가 전용 포털 운영(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에 앞서 임직원들의 이해도 강화를 위한 체험행사를 진행중이라고 홍보한 한 제약사의 보도자료 사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디지털 마케팅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공되는 있는 경제적이익 등이 현행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가령 제약사의 온라인 플랫폼에 회원으로 가입해 제품설명회에 참여한 의사에게 제공된 5천원 상당의 포인트도 법률을 엄격히 적용하면 불법리베이트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인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들 간, 온라인 플랫폼이 없는 회사 내부 마케팅 본부와 CP본부 간 논쟁이 첨예하다. 현행 제도가 예견하지 못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툼이라는 점에서 규제당국이 손놓고 구경만할 때가 아닌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디지털 마케팅 공간이 잠재적 범죄를 양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제약바이오협회 등은 올해 초 'CP가이드라인'을 통해 온라인 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이익은 현행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위험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 제약사 16~17곳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의사들에게 비대면 의약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대표번호사가 지난 18일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인터넷 쇼핑물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나 유료논문 무료이용 서비스, 제품설명회 식·음료, 노무·세무·법무 관련 상담서비스, 진료비 심사청구·개원준비 컨설팅, 각종 취미활동 강의서비스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이 이 공간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의사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협회 '2021 CP가이드북'에서 언급돼 있듯이 이런 행태는 불법리베이트를 규제하는 현행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

하지만 제약사들 입장 코로나19로 제품설명회나 마케팅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의사들 또한 이런 방식의 비대면 접촉을 선호한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고 의사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초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사실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포인트 제공은 사회 전 영역에서 규제받지 않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인센티브 행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제약바이오업계만 포인트 5천원도 안된다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제약바이오협회 내 CP위원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갑론을박도 핵심은 이런 것들이다. 이미 플랫폼을 운영 중인 업체들은 5천원 포인트까지 규제하는 건 너무 과도한 것이고,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직접적인 규율이 없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괜히 공론화 해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반면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는 업체들은 일단 현행 법률상 위반소지가 있으니 중지하고 서둘러 디지털 마케팅에 부합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 허용범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합의가 안돼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는 업체들 내부도 시끄럽다. 다른 회사가 디지털 마케팅을 선점해 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발만 동동거릴거냐'며 플랫폼 운영을 주장하는 마케팅 본부와 이를 제어하려는 CP 본부 간 내홍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 시그널을 보낸 제약바이오협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회원사들 간 의견합치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협회가 앞장서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약계 한 CP담당자는 "최근에도 리베이트 사건이 터져서 검경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잠재적 위험이 있는 디지털 마케팅 문제를 빨리 정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자칫 제약바이오산업이 또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고 비난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그러면서 "어려운 과정이지만 시급히 유권해석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가능한 범주를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유관단체들이 머리를 맞대로 시급히 교통정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현행 오프라인 규제에 기대 방안을 마련할 게 아니라 비대면 공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의약학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의 디지털 마케팅 허용범위에 대한 논의가 건설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변호사도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이미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선은 법과 규약상 디지털 마케팅으로 허용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분명히 구분해서 알리고, 위반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렇게 내홍을 겪고 있지만 규제당국은 아직 미온적인 것으로 보인다. 가령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30일로 종료되는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 조치에 대한 연장 요청조차 아직 정리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보건의료단체가 제안한 규약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연장여부나 연장 결정 시기 등) 그 외에는 확인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 측도 온라인 학술대회가 아직 정리 안된 상황에서 디지털 마케팅까지 들여다 볼 여력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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