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들여다보니 지원금 안주려는 제도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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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들여다보니 지원금 안주려는 제도같아"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1.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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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대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쓴소리'
김린아 회장 "병원 활용위해선 보상책 필요"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10명 중 7명이 제도 자체에 불만족을 표시한 것과 관련,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에 구석구석 들여다보니까 지원금을 줄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안줄려고 만든 제도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쓴소리를 내놨다.

홍보가 안돼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그만큼 환자들이 접근하고 실제 수혜를 받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사업수행자 백혈병환우회)은 21일 '제5회 환자권리포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와 관련한 환자 이용경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던 것을 문재인 정부들어 제도화했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과 함께 다른 한축의 '메디컬푸어'를 방지하기 위한 버팀목으로 채택된 제도였다.  

그러나 설문조사와 초점집단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기대와 달리 사회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설문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 정책당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까.

이상일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운영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 교육훈련센터장, 김린아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공인식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유희정 서울시 보건정책과 팀장 등이 참석했다.

안기종 대표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이번에 연구를 통해 재난적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여전히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환자가 무지한 건지, 제도가 잘못 설계된 건지, 아니면 제도 운영이 잘못된 건지 어쨌든 문제는 있어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재난적 의료비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문제점으로 홍보부족, 신청주의, 180일 내에 신청해야 하는 기한의 제한, 실손보험과 관계, 건보공단의 노력 부족 등을 꼽았었는데, 이번에 연구해보니까 구석구석 지원금을 줄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안줄려고 만든 제도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환자들이 제도를 인지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보공단 지사 뿐 아니라 동 주민센터 의료급여관리사, 병원 원무과, 환자단체 등 접촉 채널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상담도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 "신청주의의 한계를 넘어 구체적인 지원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콜라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면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원섭 센터장은 "건보공단이 상담을 진행하는 건 운영자적 관점이 반영될 수 있어서 부적합하다. 의료사회복지사 등을 적극 활용한 전문가적 개입이 필요하고, 공식적인 의료지원 체계 내에서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또 "보충성의 원리 차원에서 보면 획일적으로 진료비 50%를 지원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 시범사업 때는 차등 지급 방식이었는데 제도화되면서 후퇴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재원도 가용한 재원에 맞추기 보다는 국가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린아 회장은 "사업 초기에 대상자 발굴이나 환자면담 등에 의료사회복지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런데 이대로 계속하면 의료사회복지사들의 업무부담만 늘고 병원 입장에서는 득 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측면에서 수가나 의료기관 평가 등에 반영하거나 보상 및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고 의료사회복지사 개인의 노력이나 희생으로 지탱하려고 한다면 지속 가능할 수 없고, 의료기관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공익식 과장은 "의료비로 인한 재난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안전망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춰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속도와 규모를 보다 빨리, 보다 크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일괄적 50% 정률적 지원은 저소득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에 미치는 지원 영향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작을 수 밖에 없다. 보다 어려운 분들께 보다 많은 폭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공 과장은 또 "대상질환도 중증질환은 거의 따지지 않고 지원하고 외래도 중증질환에 한정하고 있는데, 중증외상 등 특성을 감안해 재난적 의료비가 불가피하게 생길 수 있는 질환을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희정 팀장은 "환자들이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또 기간이 지나서 혜택을 못받는 일이 없도록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홍보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상일 운영위원장은 정리발언을 통해 "의료사회복지사 역할의 중요성 얘기가 나왔는데 특정 직종에 의존할 게 아니라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평가나 인증 등에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위한 활동상황을 포함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또 "과거 영국에는 NHS초이스라는 게 있었는데,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모아놓은 콘텐츠였다. 각 기관단위로 맡겨놓지 말고 복지부 차원에서 흩어진 정보들을 모아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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