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서 '억울함'을 빼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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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서 '억울함'을 빼내려면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1.22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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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위원, "사회안전망으로 제역할 수행 못해"
지원대상 등 4가지 영역서 개선방안 제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문이 어디 있는 지 알아야 하는데 환자들은 그 문이 어디 있는 지 몰랐고, 그 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까 문을 찾아가는 게 어려웠어요. (어렵게 문을 찾아도 이번에는 문턱이 높아 넘지 못해요.)"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실시한 연구용역 면접조사에서 나온 한 환자의 말이다. 국민이 이른바 재난적 상황의 의료비로 인해 '메디컬푸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제도화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은영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환자단체연합회 이사)이 21일 열린 '제5회 환자권리포럼(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서 발표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방안' 자료를 보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수혜를 받은 건수는 2019년 한 해 동안 1만273건이었다. 평균 지원금은 233만원이었고,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수혜자는 17명이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현 제도는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2019년 64.2%)을 보완하는 국민 의료비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서울시 환자권리 옴부즈만이 이번에 실시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설문조사가 더 확실히 뒷받침해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320명의 1인당 지출 의료비는 평균 1263만5200원이었다. 또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설문조사 참여자 30명은 평균 613만6300원을 재난적 의료비로 지원받았다고 했는데, 실제 지출한 의료비는 평균 2636만6700원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1인당 지원받은 재난적 의료비가 1인당 지출 의료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메디컬푸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억울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이 제시한 유형은 크게 3가지였다.

먼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운영 중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몰라서 신청기간(180일)이 지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다. 또 지원 대상자이지만 건보공단 지사 직원의 잘못된 상담과 안내로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신처기간(180일)이 지난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하는 환자다.

마지막은 민간의료보험에서 보장된 금액보다 비급여 의료비가 더 많이 나온 경우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역시 신청기간이 지나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다.

이런 '억울한 환자'를 없애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위원은 지원대상 선정체계, 구조개편 관련 개선방안, 지원내용 개선방안, 지원절차 개선방안 등 4가지 측면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지원대상 선정체계와 관련해서는 지원대상 여부 판별방식 단순화, 지원대상 질환 기준 확대,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최소기준 완화, 소득기준 완화, 민간의료보험과 연계 개편 등을 제안했다.

이 위원은 "의학적 판단 하에 필요한 고액 의료비 발생 시 외래도 지원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원내용 개선방안으로는 지원 상한금액 증액과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지원 상향을 꼽았다. 지원 상한금액은 현재 기본 2천만원에 개별심사를 통해 1천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최대 3천만원인데,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의 50만 지급된다.

이 위원은 "기본 3천만원에 개벌심사 2천만원을 추가해 5천만원으로 상한금애을 증액하고, 환자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액의 50~90%로 차등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원절차 개선방안과 관련해서는 신청기간 조정, 구비서류 간소화 및 발급절차 상 편의성 증진방안 등을 내놨다. 현재는 퇴원후 신청기간은 최종 진료일 다음날부터 180일 이내, 입원기간 내 신청기간은 퇴원 3일전까지로 돼 있다.

이 위원은 "퇴원 후 신청기간은 최종 진료일 다음날부터 1년 이내, 입원기간 내 신청기간은 퇴월일까지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재 방문 또는 팩스로만 가능한 서류 접수를 모바일 및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개편 관련 개선방안으로는 지원대상자 타깃 홍보 및 유관기관 협력, 정책 운영시스템의 체계적 정비 및 정기적 직원교육, 국가 의료비 지원사업 선정조건 및 지원금액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국가 의료비 지원사업 선정조건 및 지원금액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제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대상자 판별여부 결정을 위해 필요한 서류 준비과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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