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면제 추가 '항생제' 범위 어디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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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면제 추가 '항생제' 범위 어디까지 봐야 하나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9.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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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원, 관련 규정개정안 확정...이번주 초 공개 예상
제외국 경평 미수행 등 3가지 요건 충족 필수
임상의들 "항진균제 배제 가능성 우려" 표명

이른바 '약가제도 보완방안'에 따라 심사평가원이 개정한 내부규정의 핵심내용 중 하나는 경제성평가면제대상 약제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종전에는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에 한정했는데, 국민보건 향상에 필수적인 결핵치료제, 항생제, 응급해독제를 추가했다.

물론 조건을 충족하는 건 만만치 않다. 가령 항생제라면 국가필수의약품이면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제외국에서 경제성평가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수행한 경우라도 경제성평가소위원회가 국내에서 경평을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A7 국가 중 적어도 3개국 이상에서 공적 급여 또는 이에 준해 급여되는 약제여야 한다. 국가필수의약품까지 포함해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경평면제 트랙을 밟을 수 있는만큼 만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제약사들이 대상약제 확대에 반색하면서도 시큰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항생제의 경우 또다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심사평가원 개정규정에서 언급된 항생제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대한항균요법학회에 따르면 의학적인 개념에서 항생제는 항균제(세균감염)와 항진균제(곰팡이감염), 항바이러스제를 포괄하는 '항미생물제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은 카바페넴 내성균, 반코마이신 내성균 등 세균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아스페르길루스, 칸디다 등 치명적인 진균에 대한 내성 위험을 포함해서 접근해야 한다. 마침 9월 21~25일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지정한 '세계진균감염인식주간'이었다. 진균감염은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진단율이 저조해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한 영역이다.

가령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칸디다(candida) 등과 같은 기회 감염성 진균에 의한 감염과 사망률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침습성 진균감염증이 늘면서 면역결핍 환자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진균성 뇌수막염이나 혈류감염과 같은 침습성 진균 질환은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런 진균 감염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사망하지만, 현재 개발된 항진균제는 많지 않은데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신약 도입은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국내 허가된 항생제는 항균제 2개, 항진균제 1개 등 총 3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14개와 8개의 항균제 및 항진균제 신약이 허가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조차 급여등재된 신약은 전무한 실정이다. 

항생제 급여가 어려운 건 이유가 있다. 항생제 임상은 보통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염병을 치료하는 약제의 특성상 위약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거나, 내성발현 등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전 약제를 대조군으로 삼아 우월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항생제 임상의 이런 특징은 경제성평가를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높은 임상적 필요도에도 불구하고 급여등재를 통한 국내 도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돼 왔다.

이런 점에서 경평면제 약제에 항생제가 추가된 건 환자와 임상의사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최정현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한다. 다만 '항생제'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이해 또는 해석이 의학계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항생제군인 항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모두가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약제군들이다. 그럼에도 심사평가원은 (추가되는 항생제 범위를) 이중 항균제에 대한 부분만으로 해석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서 학회차원에서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었는데, 충분하게 설명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빠르면 10월에는 새로운 개정안으로 약제들의 심사가 진행될 텐데, 중증 감염증 환자들의 치료에 필요한 약제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심사평가원은 경평면제약제 확대 내용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미 확정하고 보건복지부 관련 법령이 확정돼 공개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법제처가 해당 법령에 대한 심사를 지난 25일 마무리한 만큼 심사평가원 내부규정도 복지부 공고시점에 맞춰 하루 이틀 사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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