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도입 10년, 건보부담 커졌지만 급여율 낮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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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도입 10년, 건보부담 커졌지만 급여율 낮은 수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2.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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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재정 2조4천억원 중 20% 점유...작년에만 청구액 2천억 늘어
국내 급여권 진입 6개 약제 적응증 기반 등재율 33% 불과
폐암 vs 위암, 급여여부에 따라 상대생존률 변화 영향 커
IBP·MYMI 등 고려 가능한 신속 급여방안으로 부상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은 적으면서 환자의 장기생존율을 높여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관문에 작용해 사실상 모든 암종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확장성이 매우 큰 특징을 갖고 있어서 현재 여러 암종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응증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 두경부암, 신장암 등 그동안 치료대안이 없었던 소수 암종으로 치료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의 가치와 임상적 중요도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환자 치료 접근 가능률', 다시 말해 급여 진입 속도는 이런 가치와 확장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주최하고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가 주관해 20일 국회에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정책 토론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지 실마리를 제공해 준 자리였다.

면역항암제, 항암제 건보 재정의 20%를 쓴다=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에 따르면 2023년 항암제 청구액은 2조4천억원 규모였다. 면역항암제 청구액은 약 5천억원으로 전체 항암제 청구액의 20%를 차지한다.

현재 국내 도입된 면역항암제는 엠에스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2015.3), 오노/비엠에스 옵디보(니볼루맙, 2015.3), 로슈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2017.1),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더발루맙, 2018.12), 화이자/머크 바벤시오(아벨루맙, 2019.3),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젬퍼리(도스탈리맙, 2022.12), 베이진 테빔브라(티슬렐리주맙, 2023.11) 등 7개 성분 약제. 이중 테빔블라를 뺀 6개 약제가 급여목록에 등재돼 있다. 다시 말해 6개 약제에 지난해 한해에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5천억원을 썼고, 이들 약제가 전체 항암제 재정의 20%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김국희 실장은 "5천억원은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액수다. 어쨌든 (면역항암제 청구액) 증가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고, 2023년의 경우 전년대비 2천억원이 늘었다. 키트루다의 폐암1차 급여 확대 등의 영향일 덴테 앞으로도 급여사용 범위가 계속 늘어나면 청구액도 역시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면역항암제, 정작 급여율은 낮다=김국희 실장의 건보재정과 관련한 이런 지적과 우려는 사실 매우 현실적이다. 면역항암제는 이미 전체 항암제 재정의 20%를 점유하고 있는데다가 증가 속도도 빠른데, 아직 비급여 상태에 있는 적응증을 보면 시장에서의 지위는 사실 본궤도에 오르지도 않았다.

동덕여대 약학대학 유승래 교수의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보면, 면역항암제별 국내 허가 적응증과 급여 적응증은 키트루다 26/7개, 옵디보 22/6개, 티쎈트릭 8/4개, 임핀지 4/1개, 바벤시오 2/2개, 젬퍼리 1/1개, 테빔브라 1/0개 등이다. 품목기준으로 등재율은 86%(7개 중 6개)이지만, 적응증을 감안하면 33%(64개 중 21개)에 불과하다. 면역항암제 대표 주자인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경우 각각 27%로 더 낮다.

물론 현재도 급여 평가는 계속 진행 중이다. 오창현 과장은 "키트루다의 경우 작년 6월 13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신청이 접수돼서 현재 심사평가원에서 평가 중"이라고 했다. 폐암1차 급여확대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급여사용범위가 계속 늘어나면 면역항암제 청구액과 전체 항암제 내 점유율도 당연히 계속 커질 것이다. 

유승래 교수 발표내용 중
유승래 교수 발표내용 중

급여확대를 서둘러야 할 이유=연세대암병원 라선영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흥미로우면서도 환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자료를 공개했다. '주요 암종 요약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 추이'를 비교한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2012~2016년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7%였는데, 2017~2021년에는 12.1%로 거의 두 배 늘었다. 반면 위암의 경우 같은 기간 5.9%에서 6.6%로 미미한 증가한 그쳤다. 라 교수는 이를 면역항암제 적응증 중 폐암 급여가 미친 영향으로 풀이했다. 실제 비소세포폐암은 4개 면역항암제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반면 말기 위암의 경우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적응증이 있지만 옵디보만 급여 중이다. 라 교수는 위암과 신장암 등에서 기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할 경우 높은 치료효과가 기대되지만 건강보험이 등재되지 않아 환자에게 해당 치료법을 권해야 할 지 의료진을 고민스럽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두경부암, 삼중음성유방암 등 다른 암종도 마찬가지다. 약제별로는 키트루다의 경우 허가된 13개 암종 중 8개, 옵디보는 10개 암종 중 4개, 임핀지는 4개 암종 중 1개가 급여권 밖에 있다. 한은아 교수팀의 연구보고서에서 정리됐듯이 10개 암종 19개 적응증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는 영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이에 대해 오창현 과장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폐암 영역에 급여가 좀 더 많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아마도 환자 수도 그렇고 데이터도 많아서 급여 평가에서 더 유리한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암종 위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해법으로 나온 새로운 신속등재 제도=유승래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면역항암제와 같은 다중적응증 약제들에 대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IBP)' 방식을 적용하고,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계약(MYMI)'을 보완적 방안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IBP)' 방식은 적응증별로 임상적/비용적 가치를 평가하고, 적응증별 가치에 따라 약가와 예상청구금액을 정하면서 위험분담계약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다. 

유 교수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약가제도 기본 운영원리를 준수하고, 환자 접근성과 합리적 재정지출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위험분담약제 급여 확대 시 비용-효과성 평가 원칙, 적응증별 추가 재정분담, 확대 소요기간 단축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영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험국 사례를 참고해 적응증별/환자단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 기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행 요건으로 질환별 상병분류기호(주/부상병 코드), 특정내역 코드 활용 및 개발, 발췌/환급조건 계약서 명시 등을 언급했다.

영국에서 키트루다가 한국보다 더 많은 암종과 적응증에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게 IBP 제도 활용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유 교수의 제안은 충분히 눈여겨 볼만하다. 

MYMI 방식의 경우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고, 최근 호주도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령 벨기에 사례를 보면, 이 제도는 보험당국이 추가적 임상적 가치와 예상 치료수요를 고려해 가중평균가격을 계산해 다년도(3~5년) 허용 예산을 설정하고, 관리방식에 대한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보험당국이 상환을 승인한 모든 적응증에 대해 식약당국 승인이 있으면 1개월 이내에 급여가 적용된다. 

유 교수 그러나 MYMI 방식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는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위험분담약제에도 급여확대 시 경제성평가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돼 왔기 때문에 이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방안은 제도적으로 매우 힘든 여건"이라면서 "적응증별 평가 및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료상 필수에 준하는 임상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도 비용-효과성 평가의 불확실성과 지연 문제가 큰 경우 보완적 방안으로 참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보험당국 입장은=건강보험공단 정해민 약제관리실장은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과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 계약과 같은 약제의 가치를 반영한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작년에 건보공단에서 외부에 의뢰해 실시한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 연구용역에서 연구진이 중장기 방향으로 제안해 온 바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그렇지만은 연구진도 제시했듯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는 적응증별 약가라든지 환급률이 달리 운영될 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별도의 청구나 급여 코드가 부여돼야 하고, 환자 본인 부담 산정 혹은 환자에게 별도로 추후에 별도 환급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등 건강보험 청구 체계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암종별로 본인부담액이 상이할 경우 환자들이 받아들이겠느냐 등이나 위험분담 계약이 완료됐을 경우에 가격의 불투명성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따라서 "선별급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동시에 약제의 임상적 혁신성, 비용 효과성, 재정영향, 청구코드 별도 부여에 따른 행정 비용 등에 대해 유관기관과 관련 단체들이 같이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검토해서 도입 방안을 찾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 계약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 적응증별로 단기간에 재정영향과 가치를 평가해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사후평가나 정산, 계약 완료 시 약가조정 등에서도 관련 업계의 수용성을 함께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김국희 실장은 "신약의 조속한 급여화를 위해서는 등재 패러다임이나 새로운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제약사들도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사후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비용 효과성을 사후에 입증하는 것들에 대한 노력, 충실한 자료 제출 등 같이 협력해 나가야 할 게 적지 않다. 어려운 숙제이만큼 환자 접근성을 위해 민관이 모두 협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오창현 과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 제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 과장은 "(다중적응증의 경우) 해외에서도 단번에 급여가 모두 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순차적으로 확대됐을 것"이라면서 "(면역항암제는) 가격이 고가인 만큼 재정 분담에 대해 제약사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 제출해야 급여권에 좀 더 신속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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