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 않음의 증명' 히말라야 오른 선천성 심장병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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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 않음의 증명' 히말라야 오른 선천성 심장병 청소년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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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 
김웅한 교수 "진정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가 됐다" 평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단체사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단체사진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로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졌으면 좋겠다." - 안세준 군

"다음에는 다른 나라의 멋지고 어려운 산에 도전해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 함우진 군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들이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베이스캠프(A.B.C) 등반에 낙오자 없이 성공하는 결실을 거뒀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에 소속된 복잡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과 이들을 돌보기 위해 조직된 의료진, 가족 14명으로 구성된 '2024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는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해발고도 4000미터 이상의 고산 트레킹에 나서 전원 등반이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를 얻게 됐다. 

환우회에 따르면 기능성, 단심실, 폐동맥폐쇄,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대혈관전위 등 복잡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이 4000미터 이상의 고산 트레킹에 나선 것은 국내 최초이며 국외에서도 발표된 바 없다. 

원정대는 해발 2000~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는 급성 반응인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울레리(2000m), 고레파니(2874m)를 거쳐 푼힐(3210m)에 올라 고소 적응을 마치고 촘롱(2100m)으로 이동 후 원정 8일 째인 지난 9일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를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에 무사히 올랐다. 

환우회 관계자는 "원정대는 고산증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량부터 취침시간, 씻는 것까지 철저히 관리하고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썼다"면서 "히말라야 트레킹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코스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등산 경험이 많은 산악회원들도 고산증이 오면 원정 시 베이스캠프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원정대원 14명 전원이 고산증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완주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2016년부터 시작된 원정대는 매 해 20회 이상 단체 산행을 진행하며 일반인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이번 산행 목표를 안나푸르나로 정한 원정대는 지난 한 해 동안 금정산성 4대문 종주, 불수사도북(북한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종주에 이르기까지 30여 차례의 단체 훈련과 혹한의 날씨 속에서 동계 백패킹 훈련을 진행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원정대 소속 함우진 군(13세, 단심실)은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와서 기쁘다"면서 "원정대를 보면서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힘을 내면 좋겠다. 다음에는 다른 나라의 멋지고 어려운 산에 도전해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원정대 맏형인 안세준 군(22세, 심실중격이 온전한 폐동맥폐쇄)은 “원정을 시작할 때는 고산병에 대한 걱정도 됐지만 아이들 모두 많은 시간 연습한 만큼 무리 없이 잘 올랐다"면서 "목표했던 A.B.C.에 같이 서 있는 아이들이 정말 대견했다.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로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정대를 이끈 김웅한 대장(서울대어린이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복잡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로 구성된 히말라야 원정대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성공이 가능할까 의심했던 일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술적으로도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도 가능하다는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진정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정대가 됐다.  아이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광호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이번 원정은 우리 모두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었다"면서 "히말라야 원정대의 여정이 선천성 심장병과 소아 심장수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산전 진단을 받은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심장병 아이들이 잘 자라는 가에 대한 것"이라며 "내 대답은 바로 이 아이들"이라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9년 동안 일반인도 오르기 쉽지 않은 수많은 산에 오르며 아이들 스스로 다르지 않음을 증명했다"면서 "아이들의 히말라야 원정이 널리 알려져 ‘선천성 심장병 아이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며 나아가 선천성 심장병으로 산전 진단받은 부모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뱃속의 아기를 포기하는 일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원정을 진행한 의미를 강조했다. 

네팔 샤히드 강갈라 국립 심장센터에서 의료기기 전달식을 마친 원정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편 원정대는 지난 12일 카트만두에 위치한 네팔 샤히드 강갈라 국립 심장센터(Shahid Gangalal National Heart Center)를 방문해 심장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전달했다. 환우회는 네팔 의료기관에 심장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기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심장병 아이들이 해외 심장병 아이들에게’라는 모금 활동을 전개해 기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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