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 가르려는 의료개악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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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 가르려는 의료개악 막겠다"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4.0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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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사회, 15일 의대정원 증원 결사반대 집회 개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의료말살 패키지와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 결사 반대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경남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임원 및 회원이 참여하는 의대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최성근 경남의사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2월 1일 정부가 발표한 2,000멍 의사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를 촉진시키는 정책으로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의료붕괴 패키지"라면서 "10년 전에 비해 의사수가 30% 정도 증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는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진 부족, 지역의사 부족 등은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지 10년 뒤에 해결할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저수가와 과도한 민·형사 소송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내시경 수가가 영국의 14분의 1, 인도의 4분의 1 등 터무니없는 저수가로 비급여 진료, 주차장, 장례식장 등으로 적자를 보존하는 수가 구조의 개선과, 과도한 형사소송을 줄여주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없이는 아무리 의사숫자가 늘어난들 필수의료는 살아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최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의사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인용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 인용의 오류로 부적절하다고 이미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부적절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2,000명 증원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28차례에 걸친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정원 증원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심지어 의협이 보건복지부에 밤샘 끝장 토론을 제안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충분한 논의를 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공문까지 보내 협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무모한 의료정책에  맞서 의사들의  당연한 기본권 행사에 형사처벌과 면허취소 협박을 하는 정권의 형태는 수십년 전 유신독재 때 긴급조치와 전두환 군사 정권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그는 "경남의사회 전 회원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 하기를 요구하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표로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날 경남의사회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의료개악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경남의사회는 "지금의 모든 사태는 정부에서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오판한 것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말입니다. 국민건강을 위한 절대수의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으나 잘못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야 맞는 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며 "당시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고 뇌동맥류 결찰술(두개골을 절개하고 개두술 후 뇌동맥류 경부를 결찰하여 뇌출혈 발생을 치료하는 고난이도 수술)을 긴급히 시행해야 했지만,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안타깝게도 당시 병원 내에 없어 결국 사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의사회는 "정부에서는 이 사건의 원인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 의료계는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단지 '필수'라는 단어 하나 차이지만 이에 대한 치료법은 상당히 다르다"면서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에 의사를 무한정 늘려 낙수효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며, 우리 의사들은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기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 개선을 통한 올바른 의료 환경으로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최고의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50대의 단 2명의 뇌혈관외과 의사가 1년 365일을 당직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현실"이라며 "최소 대여섯 시간에서 길어지면 10시간도 넘게 수술해야 하는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수가는 290만원이고 쌍꺼풀 수술은 200만원이다. 게다가 고난이도 수술 도중 부득이한 상황에 환자가 잘못되면 수술한 의사는 구속되고 수억 원의 민사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전했다.  

경남의사회는 "대한민국은 가벼운 증상이라도 일부 시골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당일 30분 이내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며 ▲수술 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 ▲기대수명·영아사망률·암 사망률 ▲순환기 사망률, 회피·치료 가능 사망률 ▲코로나19 의료대응 등 모든 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한데 가능한 일이겠냐. 반대로 그렇게 의사 수가 많다는 OECD 국가 어디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단연코 없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의료비로 가장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정부가 강행하는 의료개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결단코 기득권의 집단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우리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벼랑 끝에 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선 것"이라며 "정부의 무능한 정책은 의료 환경을 파탄내고 말살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 너무나 뻔하며, 결국에는 지금의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혜택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료 폭탄은 물론 이거나와 정부에서 그토록 원하는 유럽의 나라들처럼 감기 진료 받기위해 몇 주, 맹장수술 받기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의료정책은 정치적 계산과 탁상공론으로는 절대 개선되지 않으며 독이 되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라며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직 국민 건강만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정부의 억압에 당당히 맞설 것이며 잘못된 의료개악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국민을 향해 외쳤다. 

이날 집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반대 구호와 국민의힘 탈당계 제출 등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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