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약값 100억원이 이상하지 않은 시절의 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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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약값 100억원이 이상하지 않은 시절의 짧은 단상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3.12.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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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전의 약물만큼 치료접근성 높인 신약의 혁신을 기대하며

올해 여름 인도에서 높은 약가가 큰 이슈가 된 판결이 있었다.

인도의 특허법원의 판결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인데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에브리스디'의 인도 약가가 중국과 파키스탄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문제가 지적했다.

논란에 대해 기자는 시각을 약간 달리해 파키스탄에도 다행히 SMA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반가웠다.

어찌저찌 찾아낸 파키스탄 SMA 환우회 페이스북을 통해 약물이 공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워낙 환율이 요동치는 관계로 한화로 계산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국가의 공공 건강보험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과 파키스탄의 낮은 1인당 GDP 고려하면 약간은 아쉽지만 상당히 저렴한 병당 몇십만원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다.

환우회는 SMA 치료를 위해 2억명의 인구를 갖은 파키스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첫 옵션이되었다고 로슈 파키스탄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러닉하게 저개발국의 SMA 환자를 위해 치료접근성을 높인 이같은 행보는 인도에서 약가 형평성 논쟁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현재 SMA치료제는 최초 타이틀을 갖은 바이오젠의 스핀라자, 노바티스의 원샷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그리고 로슈의 에브리스디가 있다. 각각 16년, 19년, 20년 FDA 승인을 받았으며 4개월 1회 경막투여, 평생 한번, 일일 1회 경구로 다양성을 갖는다.

약가를 뒤로 하고 각사의 실적보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출시 국가수는 스핀라자와 졸겐스마 50여개국, 에브리스디 90여개국이다.

또 희귀질환치료제로는 드물게 3품목 모두 연 10억달러 매출을 넘어서며 블럭버스터 반열에 올라와 있다. 물론 적은 환자수와 경쟁구도로 인해 매출추이는 희비를 달리하고 있다.

깊어지는 고민은 하나다. 글로벌제약사가 그토록 외치는 '혁신신약'의 수혜 범위이다.

FDA 승인을 받은 CAR-T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가 지속 늘고 있다. 금요일(8일)에도 겸상적혈구병 유전자치료제 2품목이 승인받았다. 버텍스의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 등으로 약가는 각각 220만 달러와 310만 달러였다.

특정 희귀질환의 환자의 수. 투약연령대, 시장성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일단 세포치료제는 수억원, 유전자치료제는 수십억원 대를 수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약가의 정당성은 기존 표준치료 대비 저렴하거나 또는 대체불가 치료법이라는 점을 피력한다. 

약가만 살피면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인 B형 혈우병치료제 헴제닉스의 약가는 350만 달러로 현재 환율로 보면 46억원 정도다. 

또한 단일 원샷치료제 약값 100억 돌파 여부는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내년 3월 18일 즈음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인 이색성(이염성) 백질이영양증 (MLD) 유전자치료제 리브멜디의 FDA 승인결정 목표일이다.

리브멜디의 약가는 가장 높은 이탈리아 표시 급여약가기준으로 474만 5천 유로이며 현재 환율로 67억원 정도다. 고가약제의 미국 유럽 약가차를 고려하면 100억원 돌파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의 비영리 임상경제검토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가 지금까지 검토한 의약품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 리브멜디가 229~394만 달러 정도가 적당한 가격이라고 발표했으나 최근의 약가 흐름을 보면 이 기준을 뛰어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헴제닉스의 미국에서 제일 비싼 의약품 지위를 밀어낼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다만 환자수가 극히 적은 극희귀질환으로 분기에 많아야 한명 정도가 투약받고 있으며 급여적용되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환자 수는 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약가는 높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70만 달러로 환화로 200억원이 안된다.

일본의 쿄외기린이 리브멜디를 보유한 영국의 오차드 테라표틱스를 6천억원대라는 저렴해 보이는 금액으로 인수하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인수절차는 FDA 승인결정일 이전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블럭버스터 품목이 등장하는 반면 반대 수익성을 창출하기 거의 불가능한 희귀질환치료제의 개발을 독려하고 혁신을 장려하며 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 방안이 '약가' 하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걸까.

유전자치료제면 환자수, 질환의 중증도 등와 관계없는 수십억 대라는 점도 제시하는 약가의 정당성도 수긍하기 어렵고 반대로 약값이 100억 대가 되더라도 약가 만으로 수익성을 담보하지 어려운 품목이 있다는 다양성을 보면, 다른 보상옵션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또다른 질문으로 치료접근성이 극히 떨어지는 몇몇 선진국 사는 사람들 만을 위한 치료제를 혁신신약이라는 포장지로 감싸도 될까.

키로바이트에서 테라바이트, 모뎀에서 기가인터넷으로 터무니 없는 IT부문 발전과 비교할 수 없지만 한발 한발 전진하는 의약품 부문은 치료효과 보다는 약가인상만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가.

정리되지 않았고 여전히 고민은 진행중이다. 근시안적인 사고일 수 있고 완벽하게 잘못된 오판으로 판명될 수 있겠지만 SMA 유전자 치료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당장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접근성을 제공하는 '에브리스디'가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제이고 실질적인 도움이되는 약물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기전의 약물에 대한 높은 평가보다는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또다른 혁신을 더 자주 접하기를 기대하면서 짧은 단상의 중간과정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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