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성희롱 형사 처벌해야 할까?...단체들 확연한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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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성희롱 형사 처벌해야 할까?...단체들 확연한 입장차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9.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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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조무사협회 '찬성'...의사협회 '반대'
보건복지부 '수정수용'...법무부 '신중검토'
김민석 의원 의료법개정안에 검토의견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발생한 성희롱을 형사벌로 다스려야 할까? 환자단체와 의사단체는 확연한 입장차이를 나타냈다.

환자단체는 의료인이나 환자 모두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으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며 찬성한데 반해, 의사단체는 형법에서도 범죄로 규정하거나 처벌대상으로 삼지 않는데 의료법에서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대입장을 제시했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개정안은 오는 18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세부심사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14일 검토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에게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관련 단체 의견은 현격히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인 등에 대한 폭행 뿐 아니라 성희롱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위반 시 처벌 여부 또는 처벌 수준은 다른 위반사항 및 유사 입법례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수정수용'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법무부는 "성희롱에 대해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것은 성희롱의 내용과 범위가 불명확 해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고, 자칫 범죄의 수준에 이르지 않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게 돼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학계 등 전문가 의견 수렴과 충분한 연구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내용상 반대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성희롱에 대해 직접적·명시적으로 범죄행위로 규정하거나 처벌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데도 의료법에서 성희롱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과도한 형사처벌이며, 의료행위 특성상 의료인과 환자와의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오히려 의료인이 적극적인 진료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수정수용' 입장을 냈다. 이 단체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성희롱 행위를 금지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도모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에 기여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성희롱에 대한 징역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고려해 벌금형만을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용상 '찬성'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유일하게 명시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은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으로부터도 보호돼야 하므로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한편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에서 "개정안은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달리 현행 형사법 체계에서 처벌에 이르지 아니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의 성희롱 구성요건과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는 바, 형사벌을 부과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 및 국민일반의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개정안과 관련해 환자단체연합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의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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