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악결과만 문제 삼은 대법원 판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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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악결과만 문제 삼은 대법원 판결 유감스럽다"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3.09.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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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입장문 발표...필수의료 붕괴 등 국민건강과 생명 골등타임 놓친다 주장

악결과만을 문제 삼은 의사 실형 확정 판결에 대해 의사협회가 의사의 의학적 판단 외면한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출했다. 

이같은 판결은 필수의료 붕괴, 방어진료 일반화로 국민건강과 생명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대법원은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여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의협은 "이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해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으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한 후,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해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의협은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사법적으로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서는 다시 개별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보다 강화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미래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해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하는 소신진료를 할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과 의료 수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정원모집이 지속적으로 실패해 필수의료 분야 수술이나 진료 자체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경시하고 악결과에 대한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방어진료 일반화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실형을 확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 국민 생명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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