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동원 논란, 코로나 접종비 3천억 어떻게 쓰나
상태바
건보재정 동원 논란, 코로나 접종비 3천억 어떻게 쓰나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2.17 0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당 1만9220원 수가 한시 적용...70% 보험자 부담
복지부, 건정심 회의 막판 '끼워넣기식' 보고 빈축
공단 "최고 의결기구 결정사항 받아들일 수 밖에"

이달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입자들이 낸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면서 사실상 '강제동원' 논란이 불거졌다. 

가입자가 낸 돈을 관리하는 보험당국은 불편한 기색이지만 건강보험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인 만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작 건정심에서는 보고안건으로 올라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건정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위탁의료기관 예방접종 시행 및 건강보험 적용안을 지난달 29일 열린 건정심 회의에서 보고했다.

백신구입비, 접종센터 내 접종비 등은 국비로 부담하지만 위탁의료기관 접종비는 국비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분담하는 게 골자다. 

위탁의료기관 접종비는 백신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mRNA 백신은 초저온냉동 보관과 유통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전국에 약 250개 접종센터를 지정해 접종하기로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해당된다.

반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비교적 관리가 용이해 전국 약 1만개 의료기관에 위탁해 접종이 이뤄진다. 복지부가 국비와 건보재정에서 분담한다는 예방접종비는 바로 위탁의료기관 행위료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위탁의료기관에 적용할 코로나19 예방접종비 수가를 신설해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예방접종을 위한 예비진찰, 백신접종, 백신 취급 및 보관, 접종 후 이상반응 관찰 등 의사행위에 대한 보상이다. 시기는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고시안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종별 관계없이 적용되는 현  예방접종비 1만9220원(회당)을 준용하기로 결정됐다. 여기서 보험자부담률은 의원급 통상 외래 부담률인 70%가 일괄 적용된다. 나머지 환자 본인부담률 30%는 질병관리청 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재정 분담액은 얼마나 될까. 접종인원 1500만명, 총 2500만회를 접종하는 정부의 현 '코로나19 예방접종계획'에 비춰보면 약 3364억원 규모다. 이와 관련 건정심 관계자는 "3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이 투여되는 사업을 충분한 논의없이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안건이 많았던 이날 회의는 평소보다 길게 4시간 가량 진행됐다. 건정심 위원들 모두 지쳤을 법한 시간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안건은 이런 와중에 회의 막바지에 보고안건으로 갑자기 제시됐다. 

건정심 안건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사전에 위원들에게 전자화일 형태로 전달된다. 사전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안건은 사전 전달은커녕 안건목록에도 없었다. 또 막판에 자료를 배포해 설명하더니 다시 수거해 갔다. 건정심 관계자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위원들에게 보안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모두 희생을 감수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동원이 필요한 자원은 끌어다가 쓰는게 맞다"면서도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공감없이 가입자들이 낸 돈인 건강보험 재정을 쌈짓돈처럼 빼쓰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보험자인 건보공단도 불만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부에는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덕수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는 16일 출입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진료비와 검사비도 건보재정에서 일부 분담해 왔다. (이번 건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정심에서 결정한 사안이니 따라야 한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해 12월말 기준 코로나19 진료비로 건보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확진자 입원비 1088억원, 진단검사비 756억원 등 총 1844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확진자 입원비(약 2만4천명)는 1287억원이 발생했는데, 이중 84.5%인 1088억원을 건보공단이 부담했다. 확진자 입원비는 1인당 평균 536만원이며, 중증도로 구분하면 경증 456만원, 중등증 1306만원, 최중증 4300만원이 소요됐다.

진담검사비는 1213억원(약 124만명)이 발생했는데, 공단부담금은 756억원이었다. 62.3%가 건강보험 가입자 돈으로 지불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