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허들에 걸린 캐싸일라, 이번엔 암질환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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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허들에 걸린 캐싸일라, 이번엔 암질환위 넘을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8.2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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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양성 유방암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 재도전
재발위험 표준치료법 대비 절만수준으로 낮춰
영국·캐나다·호주에선 보험권 편입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인 HER2는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20~25%가 이 수용체에 양성인데, 재발이 빠르고 생존기간이 짧은데다가 예후도 불량한 고약한 암이다. 특히 수술 후에 보조요법으로 치료를 받아도 환자 4명 중 1명 꼴로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수술 전 보조요법을 썼어도 '병리학적 완전관해'(수술부위에 암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는 재발 및 사망위험이 2배 이상 더 높은, 이른바 '재발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 중 급여를 적용받고 있는 약제는 표적치료제인 한국로슈의 트라스투주맙(허셉틴, 현 표준치료요법)이 유일하다. 같은 회사의 퍼투주맙(퍼제타)은 100/100로 '급여 아닌 급여'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로슈는 지난해 8월 트라스투주맙엠탐신(캐싸일라)의 KATHERINE 임상결과를 토대로 조기 유방암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했다. 캐싸일라는 해당 임상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을 쓰고 수술한 뒤에도 잔존암이 있는 재발 고위험군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재발위험을 현행 표준치료요법 대비 절반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나 임상의들이 캐싸일라 급여확대를 고대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31일 재발 고위험군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캐싸일라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다른 고가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급여확대는 1차 관문인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넘는 것부터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캐싸일라 급여확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효과성 부분이었다. 또 해외에서 아직 조기 유방암에 급여 등재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선행화학요법 후 완전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200명 내외로 추산된다. 따라서 단순셈법으로 보면 추가 소요재정은 연간 150억~200억원 규모다. 캐싸일라는 현재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제로 급여를 적용받고 있는데,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형' 위험분담계약이 체결돼 있다. 

이 RSA 유형은 최초투여일로부터 일정기간을 초과해 사용하면 투여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캐싸일라 등재로 위험분담제 적용에 따른 절대금액 기준 연간 200억원의 추가 소요재정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첫 도전에 실패한 지 10개월이 지나 캐싸일라는 조만간 암질환심의위를 다시 노크한다. 지난해 10월과 달라진 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조기 유방암에 캐싸일라를 급여화했다는 점이다. 

암질환심의위가 거부했던 사유 하나는 만족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비용효과성 부분은 여전히 커다린 걸림돌이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가격이든 추가적인 RSA든,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건강보험 부담을 줄이고 로슈 측이 더 부담하는 방안을 가져올 것을 요구할게 뻔하다. 

조기 유방암은 최적의 재발 예방치료를 통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재발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후 보조요법에 투여되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캐싸일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재발을 방지하는게 비용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사회적 활동이 왕성환 젊은 환자 비율이 높아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캐싸일라가 비용분담의 줄달리기 장이 돼버린 암질환심의위를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까. 지난해 캐싸일라 건강보험 청구액은 100mg과 160mg을 포함해 300억원 규모다. 이중에는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 위험분담계약에 따라 로슈 측이 환급한 금액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건강보험재정 부담액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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