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유지요법, 급여문턱 높아 난센스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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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유지요법, 급여문턱 높아 난센스 발생"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8.0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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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

다발골수종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질환이다. 5년 생존자에게도 예고 없이 돌아와 목숨을 앗아가는 무자비함을 갖고 있다.

이런 질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치료분야는 꾸준히 발전했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젊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지만, 재발이란 그늘을 완전히 지워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이식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이어가는 유지요법이 모색됐고, 생존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유지요법의 문턱이 높은 실정이다. 이식 환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나 오히려 언더트리먼트를 초래하는 난센스를 동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를 만나 다발골수종 치료의 현주소에 대해 물어봤다.

김기현 교수가 다발골수종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기현 교수가 다발골수종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1. 다발골수종은 어떤 질환인가

다발골수종은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골수의 형질세포가 악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급성으로 진행하며 재발률은 80~90%에 이른다.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신규 발병자는 한해 기준 1500명 가량이며 유병인구는 6000~7000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발병연령대는 65~70세, 환자의 평균수명은 5년 수준으로 조사됐다.

Q2. 고형암에선 5년이상 생존 시 암을 극복한 것으로 판단한다. 같은 잣대를 혈액암에도 적용 가능한 지

백혈병의 경우 5년 이상 생존 시 완치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혈액암이 똑같지는 않다. 다발골수종은 5년이 지나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진료현장에 만난 환자는 5년 이상 생존했지만 이후 재발을 경험하며 경과가 빠르게 악화됐고, 결국 비보를 전하기도 했다. 완치됐을 것이란 오해가 불러온 안타까운 사례였다.

Q3. 다발골수종 치료옵션은 어떻게 발전했나

1960년대 항암화학요법인 멜펠란이 처음 개발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한 치료법은 젊은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에 기여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프로테아좀 억제제인 벨케이드(볼테조밉)와 면역조절기전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신약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생존기간은 기존 2~3년에서 5년 수준으로 연장됐다.

Q4. 국내 치료환경은 어떠한가

10여년전만 해도 미국·유럽에 견줘 신약 사용 환경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따라왔다. 다만 약의 적응증, 사용순서 등에선 여전히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허가는 됐지만 보험 미적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적응증도 있다.

Q5. 자세히 설명해달라

외국에서는 1, 2차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국내에선 3, 4차에서 보험이 되는 상황이다.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와 다잘렉스(다라투무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약제들을 일찍 사용할 수 있다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미충족의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지요법이다. 유지요법은 재발을 늦추는 효능을 증명했고, 주요 가이드라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선 허가는 됐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Q6. 유지요법에는 어떤 약제가 사용되나

예전에는 면역조절제제인 탈리도마이드가 사용됐다. 하지만 신경부작용으로 인해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후에는 탈리도마이드를 개량한 약제인 레블리미드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레블리미드는 근래 등장한 신약 중 유일하게 미국·유럽·한국에서 유지요법에 허가된 약제다. 이와 관련한 큰 연구결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연구(편집자주:CALGB 100104/IFM 2005-02/RV-MM-PI-209)의 메타분석결과를 보면, 레블리미드 유지요법군은 대조군(위약 또는 관찰)보다 생존기간이 2년 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체생존기간은 레블리미드 유지요법군 10년, 대조군 8년 수준이었다.  

향후 유지요법에서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은 ‘익사조밉(제품명:닌라로)’이다. 익사조밉은 복용횟수가 적고, 특정 유전자변이를 동반한 경우에 더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유지요법에 허가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약제들이 유지요법에 대한 효과를 평가 중이다.

Q7. 언급한 메타분석결과에 따르면, 대조군은 시험약 투여 없이도 전체생존기간이 8년에 이르렀는데

대조군 성적과 관련해 고려할 사안이 몇 가지 있다. 연구에는 젊고 몸 상태가 좋은 환자들이 참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대조군이라고 해도 재발한 경우에는 레블리미드를 투여 받았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요법군이 대조군보다 2년 가량 더 생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Q8. 유지요법의 문턱이 높아 발생하는 문제는

난센스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지 않은 환자는 레블리미드를 급여로 지속 투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식을 받은 환자는 해당 약물을 쓰기 힘든 상황이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오히려 언더트리트먼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이 없다면 2~3년 내 재발이 일어나는 편이다.

대부분의 약은 당장 쓰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사용해야 할 시점이 온다. 특정요법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약값이 굳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경우와 재발 시 약제를 투여하는 경우, 두 가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비교분석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9. 다발골수종 치료는 재발과의 싸움으로 보인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곡선을 보면 5년이 지나더라도 계속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다른 암과는 달리 5년이상 생존하더라도 완치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재발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재발이 발생하면 환자 입장에선 ‘죽음에 한 걸음 더 다가섰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보다 더 우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 환자는 재발이 거듭될 경우 회사를 그만둬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Q10.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환경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환자들은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참고해 보험을 보다 전향적으로 적용하길 바란다.

물론 환자들이 앞 단계에서 약을 쓰면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기 힘든 부분도 존재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신약 연구 및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환자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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