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 들어간 예강이 재판, 어떤 결말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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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기 들어간 예강이 재판, 어떤 결말 맺을까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6.0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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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최후변론서 병원 오처방·진료기록 허위기재 주장
재판부 “논점 많아 주의깊게 살필 것.. 조정기일 7월1일”
전예강 어린이.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예강 어린이.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코피로 서울소재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사고 의혹으로 7시간만에 숨을 거둔 전예강 양. 전양이 가족곁을 떠난지 어언 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유족은 여전히 진실과 싸우고 있다.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측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족측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다.

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선 2심 민사재판 유족측의 최후변론이 진행됐다. 이형근 판사의 제안에 따라 원고측 이인재 변호사는 직접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으로 그날을 다시 되짚었다.

2014년 1월 당시 9살이었던 전양은 코피가 멈추지 않아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전양은 내원 시점에 발열, 빈맥, 심각한 빈혈·출혈 등의 증상을 보였다. 소아 백혈병·혈액암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응급수혈 및 산소공급을 통한 생체징후교정이 시급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응급수혈 대신 일반수혈을 처방했다. 또 소아혈액종양과 등에 의뢰한 협진회신과 다르게 요추천자(검사·투약을 위해 허리에 바늘을 넣는 시술)를 시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공의가 진행한 요추천자는 39분에 걸쳐 5회 실시됐고, 이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심폐소생술이 이뤄졌지만 전양은 눈을 뜨지 못했다. 내원 7시간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진은 전양이 응급실에 도착한지 97분이 지나서야 소극적인 산소공급을 실시했다. CCTV 화면을 보면 이마저도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간호기록지에는 전양이 도착하자마자 산소를 공급한 것처럼 허위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혈액검사 결과에선 심각한 빈혈 및 출혈 위험이 있어 적혈구·혈소판 등의 응급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병원측은 일반수혈을 처방했다. 응급으로 처방했다면 35분만에 적혈구 수혈이 가능했으나 일반으로 처방해 184분이나 소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진회신 결과에선 어디에도 요추천자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전공의는 회신결과와 다르게 요추천자 시술을 수시 처방했다. 이는 잘못된 처방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병원측이 요추천자 시행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간호기록지를 허위작성했다고 의심했다. 제1적혈구, 제2적혈구 수혈시간을 허위기재하고 제3적혈구 수혈시간은 누락하면서 적혈구수혈이 1시간34분 일찍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는 적혈구수혈 등 사전조치가 적절히 실시된 후에 요추천자 시술이 이뤄진 것처럼 포장하는 효과가 있어 의료상 과실이 없도록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호사는 “요추천자를 시행하더라도 아이의 상태를 봐가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시술 직전 생체징후를 보면 발열·빈호흡·빈맥·빈혈 등이 여전히 교정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요추천자를 무리하게 감행했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진 슬라이드에선 CCTV 캡쳐 화면이 나왔다. 화면은 의료진들이 팔·다리가 묶인 전양을 상대로 요추천자를 수시 시행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전양을 손, 무릎으로 누른 채 허리에 주사바늘을 꽂는 모습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안내했다.  

이런 원고측의 주장에 대해 이형근 판사는 “사건이 오래 심리됐고, 논점이 많기 때문에 재판부가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반드시 화해적 해결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사자 이야기도 들어볼 겸 조정기를 갖겠다. 조정기일은 7월1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참관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뉴스더보이스에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안 대표는 “피고측은 의사, 학회, 병원과 같은 막강한 힘을 등에 엎고 있다. 하지만 원고측은 환자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패소하면 앞으로 환자가 이기는 걸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예강 어린이 사건은 상징성을 갖는다. 환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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