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 백혈병 환자 인권 침해 발언 유감"
상태바
"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 백혈병 환자 인권 침해 발언 유감"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4.03.18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혈병환우회, 18일 성명서 발표....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 비판

한국백혈병환우회가 강서구의사회장이 최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비난하면서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에 대해 백혈병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투병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혈병환우회는 18일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강서구의사회장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비난하면서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과 관련해 투병 중인 백혈병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투병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으로써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 정부가 지난 2월 6일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씩 증원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한의사협회 및 지역의사회는 항의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전공의는 사직서 제출 방식의 집단행동을 4주째 이어오며, 정부의 의사 인력확충 정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4주째 계속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중증환자의 의료공백 사태는 더욱 악화했고, 심각한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으며, 해당 환자의 불안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수술이나 장기이식·조혈모세포이식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를 통해 암세포 수치를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낮추고,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고형암·혈액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나 장기이식·조혈모세포이식 연기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 이런 상황에 서울시의사회가 지난 3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조용진 강서구의사회 회장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비난하며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면역세포, 백혈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의사 증원을 강요한다면 필요 이상 과도하게 증식된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가지는 백혈병을 초래할 것입니다. 제대로 교육받아도 의료사고가 저리 많을진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과도한 수의 의사들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안 봐도 뻔한 얘기가 될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민국에 백혈병을 초래한 백혈병 정부라고 기록되기를 원하신다면 강행해도 좋습니다.」는 발언을 500여 명의 의사 앞에서 했다. 이러한 내용은 연합뉴스, YTN 등의 언론방송을 통해 “의사는 면역세포 백혈구 같은 존재, 정부는 백혈병 정부’라는 타이틀로 다수 보도됐다.

 사람이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받으면 그 자체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절망한다. 질병은 의사가 치료하지만, 고통·두려움에 사로잡힌 환자가 완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열심히 투병하도록 응원하는 것은 환자가족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완치를 위해서 다수의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하는 백혈병 환자들은 장기간의 투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해 더욱 투병의지가 중요하다. 백혈병이 예전에는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고통스럽게 사망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지만, 조혈모세포이식의 발전과 2001년 세계 최초로 출시된 표적치료제로 더는 불치병으로 묘사되지 않게 되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도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닌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 그런데도 일반인이 아닌 의료전문가인 의사이면서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서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에 대해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하는 것은 환자에게 인권 침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의료계 인사들이 여러 차례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막말을 해서 여론의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4주째 계속되면서 백혈병 치료에 필수적인 골수검사·항암치료·조혈모세포이식이 연기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급성백혈병 환자의 경우 암세포를 5%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관해유도 항암치료와 이러한 상태를 조혈모세포이식 전까지 유지하는 2~3번의 공고 항암치료를 3~4 주기 단위로 한 후 최종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4주째에 접어들었고, 항암치료가 연기되었던 백혈병 환자의 항암치료 사이클인 3~4주기가 돌아왔기 때문에 이제 더는 항암치료를 미물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재발하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실제 피해를 본 백혈병 환자가 나오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그동안 수련병원에 남아 혼신의 노력을 다해 백혈병 환자들을 치료했던 교수·전문의·간호사의 수고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백혈병 환자들도 전공의가 떠난 4주간 불편과 불안이 컸지만, 과중한 업무와 과로에도 최선을 다하는 교수·전문의·간호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버티고 견딜 수 있었다.

 백혈병 환자와 환자가족 그리고 교수·전문의·간호사가 평상시보다 더욱 인내하고 서로 신뢰하면서 치료받고 치료하는 극한 상황에 백혈병 환자의 투병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투병의지를 꺾는 발언을 의사로부터 듣는 현재 상황이 개탄스럽다. 환자는 아프니까, 살고 싶으니까, 병원에 가서 의사로부터 치료받는 것이고, 4주 이상 전공의 의료공백으로 불편하고 불안하고, 치료가 연기되는 피해가 있지만 참고 견디는 것이다. 아프니까, 살기 위해서, 참고 견디며 치료받는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과 울분을 의료계와 정부가 조금만이라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헤아리기 바란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이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과 관련해 투병 중인 백혈병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투병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2024년 3월 18일

한국백혈병환우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