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범사업 "전문의 수와 무관, 보상액 연 1.9억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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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범사업 "전문의 수와 무관, 보상액 연 1.9억원 불과"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2.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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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네트워크 21곳, 30명 참여 시 한 달 50만원…"정책지원금 턱없이 부족"
박익성 의장 일침 "지역 심뇌혈관센터 지정 신중해야…수술건 성과 매몰 필패"

"치료건수에 연연한 지역 심뇌혈관센터를 반드시 지정해야 하나. 센터 지정에서 소외된 중증응급 뇌혈관 환자 생명을 살린 병원은 좌절하고, 전문의 중심 네트워크 시범사업은 실패할 수 있다."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박익성 교수는 지난 24일 충남대병원에서 열린 '중증응급 뇌혈관질환 치료전문가 네트워크 전국 협의체' 심포지엄에서 병원 간판 중심의 센터 지정 등 보건정책 문제점을 이 같이 밝혔다.

지역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중증응급 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 심포지엄에서 의료현장에서 생각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지역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중증응급 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 심포지엄에서 의료현장에서 생각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앞서 복지부는 2월 26일부터 3년간 심뇌혈관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통해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자 발생 및 전원 필요 시 전문의 간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응급자원(병상, 수술실 등) 확보와 신속 치료 제공 모델 구축에 들어갔다. 

기존 병원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의 기관 네트워크와 치료인력 모형 그리고 환자 전원과 이송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심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으나 전문 치료인력 소진과 이탈로 의료자원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뇌혈관질환 전문가 네트워크 전국 협의체 의장으로 선출된 박익성 교수는 "지역심뇌혈관센터 지정을 놓고 명암이 갈리고 있다. 중증응급 뇌혈관 수술 건수가 5건이던 50건이던 중요한 것은 적시 수술로 환자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건수 중심의 성과에 매몰되어 지역센터를 지정한다면 소외된 병원과 전문의들을 좌절하게 된다. 전문가를 중심한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도 반드시 실패할 수 있다"며 지역 심뇌혈관센터 지정에 신중을 주문했다.

현재 중앙심뇌혈관센터는 서울대병원이 지정된 상태이다.

수술 건수에 연연한 대형 대학병원 중심 센터 지정은 중증응급 뇌혈관 환자를 위해 밤샘 당직과 수술로 대기상태인 다른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자괴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지역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굳이 지역센터를 지정해야 하느냐. 병원 간 편을 가르지 말아 달라. 인증 방식으로 중증응급 뇌혈관 환자를 살리는 병원과 전문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혈관 전문의 인원 무관 연 1억 9천만원 동일 "50명 네트워크, 1인당 한 달 30만원"

전문가 네트워크 시범사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적잖은 문제점을 잉태하고 출발했다.

복지부는 심혈관 치료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21곳을 선정하고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모식도.
복지부는 심혈관 치료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21곳을 선정하고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모식도.

복지부는 뇌혈관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 21개 기관을 지정했다. 시범사업은 다른 소속 병원 책임전문의와 전문의 간 상시 네트워크이다.

책임전문의는 환자 발생 시 신속 의사 결정 플랫폼 역할로 다른 병원 전문의들에게 의뢰 환자 수술 가능성을 타진하고 신속히 이송 전원 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시범사업 참여 전문의들의 정책지원금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공지한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 지침'에는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최소 7인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을 기본 요건으로 했다.

뇌혈관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전문가를 존중한 첫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높게 평가하면서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의 전문의를 구성해 보고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시행하는 시범사업 특성상 네트워크 기관 당 연간 1억 9000만원으로 운영해야 한다. 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수와 수술 건수, 행정 인력 등과 관계없이 연간 동일한 액수의 정책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30명의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팀은 전문의 1인당 연간 633만원이다. 한 달로 계산하면 52만원이다. 50명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우 전문의 1인당 연간 380만원, 한 달로 치면 31만원이다.

중증응급 뇌혈관질환 환자 수술을 위해 상시 대기 상태에서 전원 회송, 환자 중증도별 수술 여부 등 긴박한 현장에 서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노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이다. 

시범사업 참여 신경외과 전문의는 "인적 네트워크 필요성에 공감해 30명 전문의를 구성했다. 정책지원금은 네트워크 인원수와 무관하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10명이든, 30명이든 연간 1억 9천만원이다. 결국 동일한 네트워크 전문의들이 수술을 많이 할수록 지원금은 오히려 적은 받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경직된 예산 인정 "성과별 사후보상, 운영 지침과 성과지표 수시 개선" 

복지부도 정책지원금 규모와 지급방식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총괄하는 질병정책과 유보영 과장은 "정책지원금은 고민되는 부분이다. 뇌혈관시범사업은 1곳 빼고 모두 선정했다. 사전지원금과 별도로 사후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별 차등 지급을 원칙으로 시범사업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뇌혈관질환 전문가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선정된 전국 신경외과 전문의들과 복지부 국과장 등 참석자 심포지엄 기념촬영 모습.
복지부 뇌혈관질환 전문가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선정된 전국 신경외과 전문의들과 복지부 국과장 등 참석자 심포지엄 기념촬영 모습.

심포지엄 패널로 참석한 [뉴스더보이스] 기자가 지적한 경직된 시범사업 지침과 중증응급 뇌혈관 환자 전원 이송 과정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지 문제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유 과장은 "2월 26일부터 시행하는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범사업 현장 의견을 수시로 들으면서 내년도 성과지표와 지침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환자 전원 이송 시 문제 발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법적 책임 부분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시범사업 참여 전문의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뇌혈관 수술 전담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정책지원금 규모는 작지만 병원을 탈피한 전문가 중심의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 시범사업에 고무된 분위기이다.

복지부 정통령 공공보건정책관과 유보영 질병정책과장은 심포지엄 시작부터 종료까지 자리를 지키며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시범사업 안착을 위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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