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엔허투·파드셉이 쏘아 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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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엔허투·파드셉이 쏘아 올린 공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11.14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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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약물인 엔허투(성분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지난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2022)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일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올해 유럽에서 열린 유럽암학회 연례학술대회(ESMO2023)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와 파드셉(성분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위험율을 53% 낮추며 요로상피암 영역에 새로운 1차 치료제 등장을 알린 것. 

기존 약제를 뛰어넘는 생존율을 보이는 신약의 등장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국내 실정에 맞춰보면 그리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일이되고 만다. 

바로 약제의 도입을 좌우하는 '급여'라는 관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입장에서 생존율을 개선시킨 신약의 등장은 '생명'과 같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삶의 전부가 된다.  의료진 역시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치료 기회를 넓힐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되지만 이 역시 '그림의 떡'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급여라는 관문은 직접적인 대상인 환자에게서나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에게서나, 이들에게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에게나 모두 '희망고문'을 주고 있다. '작은 희망'을 던져주면서 이 희망으로 인해 오히려 이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상황을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이른 허가와 그렇지 못한 급여의 차이가 주는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나온다. 

최근 뉴스더보이스에서는 '치료제 접근성 향상'이라는 주제로 수 많은 기사를 만들어 냈다. 그 중심에는 늘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고 이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의 목소리도 담겨져 있었다. 

의료현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적기에 적정한 치료를 실시하는 것'.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져야 할 이들의 요구에 정부는 이렇다할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국민건강보험 여론조사에서는 중증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확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88.5%를 나타냈다. 별도의재정을 통해 건강취약자의 의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도 82.4%에 달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신약에 대한 약가 결정 규정을 혁신해 신약의 가치를 인정, 신속하게 급여권에 포함시키는 것이 국민건강권 확보 차원에 시급한 과제임을 나타낸다. 

오늘의 기자수첩에는 두 가지 약제를 예로 들었지만 이 약제들 외에도 급여권에 들지 못한 혁신적인 신약들은 즐비하다. 또 앞으로도 많은 신약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를 준비 중이다. 

산적해가는 신약 접근성 요구를 정부가 언제까지 '재정 운영'을 이유로 맞설 수는 없다. 

이제는 정부가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하고 환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규제 혁신을 과감히 시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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