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함께 한 40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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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과 함께 한 40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11.10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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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전 홍보팀장, 수필집 '손님 물 온도는 적당하세요' 발간 
정년 후 완전한 자유와 게으름 만끽 "동료들과 아내에게 감사"

대학병원 홍보팀장을 비롯한 40여 년간 행정직원으로 정년퇴임한 병원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서울대병원 박상용 전 홍보팀장은 최근 수필집 '손님 물 온도는 적당하세요'(펴낸 곳:도서출판 문학관)를 출간했다.

박상용 서울대병원 전 홍보팀장은 정년퇴임 후 느낀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수필집 발간을 통해 전했다.
박상용 서울대병원 전 홍보팀장은 정년퇴임 후 느낀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수필집 발간을 통해 전했다.

박상용 홍보팀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사해 홍보팀장과 총무부장, UAE 왕립 서울대병원 인사국장 그리고 성남의료원 인사총무부장을 끝으로 병원 행정직 44년을 마치고 2022년 은퇴했다.

그는 홍보팀장과 총무부장 시절 박용현 병원장과 성상철 병원장 등 수많은 병원장을 보필하면서 의료계 거함 서울대병원 변화와 격동의 시간을 함께 했다.
  
서울대병원 영원한 홍보맨이자 'JP'로 불린 고 임종필 홍보팀장도 박상용 홍보팀장 시절 홍보계장으로 함께 하며 대중언론과 전문언론 홍보와 대응에 최고의 콤비로 평가받았다.

행정직을 정년한 병원인들이 책을 출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상용 전 홍보팀장이 얼마 전 수필집을 과거 서울대병원 출입기자 인연을 잊지 않고 보내왔을 때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수필집을 읽어 가며 '손님 물 온도는 적당하세요'라고 책 제목을 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3년 전 그의 아내는 비강 내 양성 종양으로 진단받아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조직검사 결과를 보러가는 전날 아내의 머리를 감겨주며 나눈 대화를 수필집에 옮겼다.

"손님, 샴푸 시작하겠습니다. 물 온도는 적당하세요?", "머리 감는 중에 불편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아내는 샴푸 후 젖은 머리를 매만지면 "여보, 고마워"하고 배시시 웃었다.

박상용 전 팀장은 "결혼하던 스물다섯 살 때 청아한 미소를 다시 본다"며 아내와 함께하는 지금의 설레임을 전했다.

■서울대병원 마지막 날 처음 느낀 묘한 감정 "인생의 황금기 연건동과 함께했다"
 
서울대병원 근무 마지막 날 느낌이 어땠을까.

여느 퇴직자들처럼 수 십 년간 집과 연건동을 오고가던 일상을 놓아야 하는 공허함이 컸을 것이다.

박상용 전 홍보팀장이 발간한 수필집 책자.
박상용 전 홍보팀장이 발간한 수필집 책자.

그는 '정년퇴임' 소제목에서 "어제 만났던 햇살이 거실 깊숙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같은 일상인데 오늘은 왜 안절부절 못할까요. 숱한 세월 처음 느끼는 묘한 감정입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연건동 28번지에서 보냈습니다. 집사람을 만난 곳도, 다하지 못한 공부를 마친 곳도, 딸과 아들이 태어난 곳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내 드린 곳도 서울대병원에서 였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내일부터는 이곳을 떠나야만 합니다. 정년퇴직이 야속하냐구요. 아닙니다. 모든 게 감사할 뿐입니다. 열심히 일해 봤고 신나게 놀아 보았습니다. 서울대병원 울타리 안에 살아온 덕분이었습니다. 항상 즐거웠냐고요. 아닙니다. 아픈 추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쓰라림도 인생의 여정을 다채롭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상용 전 팀장은 "긴 세월 함께해 준 동료, 무조건 따라 준 후배 그리고 좋은 길로 인도해 준 퇴직한 선배님 감사합니다. 33년간 가정을 지켜 준 아내,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라고 동료들과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정년 후 달라질 일상은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이다. 

그는 '은퇴 365일 행복을 만나다' 소제목에서 "퇴직한 지 365일째다. 완전한 자유와 게으름으로 1년을 즐겼다. 2022년은 일생에서 가장 편안한 1년 이었고, 미래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린 탐색의 열두 달이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수필집에 좋은 글을 다 소개하지 못한 미안함에 박상용 전 홍보팀장과 나눈 대화로 대신한다.

그는 정년퇴임 후 기자와 만나 불러줄 병원이 많을 텐데 직장생활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40년 넘게 윗사람을 모셨고 지시를 받아 왔습니다. 이제 자유인으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적지만 남에게 손 벌리지 않는 통장 잔고면 충분합니다"라며 "왜 그렇게 엄격했을까. 좀 더 후배 직원들에게 잘해주지 못 한 게 후회 됩니다"라고 웃으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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