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 떠나고 싶지만 그래도 환자를 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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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현장 떠나고 싶지만 그래도 환자를 살려야 합니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9.13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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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은혜 교수 "의사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복지부"
여당 총선 자문위원 위촉 "건강한 건강보험 개혁에 힘 보태고 싶다"

임상교수 중 보건정책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 늦은 나이 보건제도 대학원 공부에 이어 책 집필, 여당 총선 보건의료 공약 자문위원 등 바쁜 일상을 보내는 임상교수가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은혜 영상의학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은혜 영상의학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이은혜 교수는 최근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건강보험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지난 10년간 배우고 공부한 지식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혜 교수는 경북의대 졸업 후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수련을 거쳐 순천향대 부천병원 QI실장과 사무처장 직무대리, 영상의학회 수련간사와 품질관리간사를 역임했다.

그는 국가암검진 질관리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50대에 공부를 시작해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학위(지도교수 박은철)를 받았다.

이은혜 교수는 얼마 전 보건의료제도 민낯과 의료현장 불편한 현실 등을 담은 신간 '건강보험이 아프다'(부제:환자를 통해서 보는 보건복지제도, 펴낸 곳:북앤피플)를 발간해 의료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책을 통해 의료계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건강보험은 기본권 의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기본권 의료란 생명과 관련된 즉, 죽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의료행위를 말합니다. 기본권 의료는 필수의료이고, 반대말은 상품의료입니다. 그러므로 건강보험 요양기관은 죽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는 의료행위,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비급여 진료를 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의료계 입장에서 달가운 소리는 아니다.

그는 "정부도, 국민들도, 의사들도 건강보험이 의료보장제도라는 것을 모릅니다. 즉, 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시혜적인 제도로 인식하므로 의료보장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국민들은 건강보험을 의료비 할인제도로 인식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심하며, 의사들은 건강보험 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진단했다.

■임상 일과 쪼개 50대 보건학 석사 취득 "잃은 것은 수면시간, 얻은 것은 인식의 전환"

이어 "그 결과, 국민들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건강보험이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청년세대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므로 건강보험을 건강하게 만드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계속 번영할 수 있습니다"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 보건분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은혜 교수.
국민의힘 총선 공약 보건분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은혜 교수.

유방암 분야 영상의학과 교수로 진료와 판독 등 바쁜 일과를 쪼개 보건의료 제도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잃은 것을 굳이 뽑자면 줄어든 수면시간인 잠입니다. 얻은 것은 의사로서 인식의 전환입니다. 그전까지 유방암 환자가 제일 중요했지만 이제는 건강보험이라는 환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교수 책에는 복지부 공무원을 조선시대 사대부로 비유하며 권위적 관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실제 그렇게 행동하게 때문입니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조선시대 사대부인양 행동하고 국민과 의사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를 조선시대 중인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인 신분인 주제에 돈 많이 버는 것이 못마땅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백성처럼 행동하고 의사들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답게 처신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우리의 몸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과 행동 양식은 아직도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불일치가 건강보험을 더 아프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사대부가 아니라 공복이므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의사는 중인이 아니라 전문가이므로 실력을 쌓아야 하고, 전문가 윤리를 지켜야 합니다. 국민은 얻어먹는 백성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인이므로 자유민주주의 시민답게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심사평가원의 올바른 역할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대부처럼 행동하는 공무원들, 의사를 중인 취급 "정신과 행동 조선시대 머물러"

그는 "심사평가원의 심사 대상과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큰 틀에서 총액계약제로 명시하되, 총액을 적절하게 배분할 자율권을 공급자에게 줘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건강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도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운영비를 줄인 돈으로 원래 목적인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쓰는 겁니다. 다시 말해 심사평가원은 축구경기 심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심판이 선수인양 행세한다면 그 축구경기는 망한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은혜 교수는 최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총선 공약을 위한 사회분야 정책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여당 의료분야 자문위원은 박은철 교수, 장성인 교수, 이 교수 등 연세대 보건대학원 출신 3명이다. 

이 교수는 건강한 건강보험 개혁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강한 건강보험 개혁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개혁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건강보험은 대부분 국민들에게 정말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건강보험이 아프면 부자들은 외국에 나가 치료받으면 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 국민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개혁은 보수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 역사를 공부해보니 성공한 개혁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보수적인 방법으로 시도한 개혁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은혜 교수의 이론과 논리는 일부분 과격하고 시원하지만 아직 투박한 질그릇이다. 그가 여당 보건의료 분야 총선 공약 설계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어떤 형태의 도자기로 완성될지 단정하긴 이르다.

이 교수는 동료의사들을 향해 "의사로서, 전문가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말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이 우리를 파트너로 대등하게 인정하지 않지만, 수가를 강압적으로 후려쳐서 진료현장을 떠나고 싶게 만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환자들을 살려야 하고 건강보험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면서 "아픈 건강보험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의사들의 업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의과대학을 입학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들과 힘을 합쳐 건강보험을 건강하게 만듭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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