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숨쉬기 힘든 중증천식 특성에 맞는 치료제 급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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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숨쉬기 힘든 중증천식 특성에 맞는 치료제 급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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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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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교수(한양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천식은 비교적 흔한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그냥 기침을 오래하거나 가래로 고생하지만 그냥 그런 질환일 뿐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천식의 문제점은 천식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면서 폐기능이 떨어지는 급성악화에 있는데 급성악화가 심할 때에는 호흡부전으로 진행하여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계 질환과 암에 이어 3번째 사망원인이다. 또한 중증의 악화 상황에서는 응급실 방문과 입원을 필요로 하는데 개인적인 사회적인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한국의 천식 관리실태를 살펴보면 다른 OECD 국가에 비교하여 사망률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천식으로 인한 입원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한국에서 천식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식 환자 중에서 높은 용량의 흡입스테로이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잦은 중증악화를 보이는 경우를 중증천식이라고 한다. 중증천식은 전체 천식의 5-10%정도로 비율은 낮지만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인한 환자의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삶의 질이 매우 낮다. 잦은 악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부담과 폐기능이 더 빨리 악화되어 호흡기 장애로 이어지는 영구적 장해의 위험도 높다.

천식 악화 때는 전신 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사용하며 일부 환자들은 천식조절을 위하여 경구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소위 스테로이드 의존성 천식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스테로이드의 지속적인 또는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한 골다공증, 백내장, 녹내장, 부신기능저하, 위장관질환, 감염 위험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며 사망률의 증가에 기여한다.

중증천식의 치료에서 천식 염증에 관여하는 면역글로불린 E (IgE)나 인터류킨(IL)-5, IL-4, IL-13 등의 작용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임상시험뿐 아니라 실생활 연구에서도 천식악화를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폐기능개선과 경구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도 중증천식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5가지 생물학적 제제가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 특히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중증천식 환자 중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항IgE 항체인 오말리주맙이 2007년 식약처 승인된 이후 무려 13년 후인 2020년 보험급여를 인정받았고 이후 승인된 4가지 생물학적 제제는 여전히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급여 적용이 신속히 이루어져서 효과적인 신약의 혜택을 받고 있는 외국의 중증환자들과 비교한다면 국내 중증환자들은 생물학적 제제의 비급여와 높은 약가로 인하여 필요한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높은 접근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천식의 생물학적 제제는 마치 유전형에 따른 표적치료가 이루어지는 항암제 치료와 같이 천식 표현형과 염증특성, 동반질환 등 개별적인 천식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알레르기성 염증특성을 보이는 환자에 적용이 되는 오말리주맙과 달리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랄리주맙, 듀필류맙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들은 천식의 호산구성 염증과 2형 염증에 더욱 효과적이며 특히 메폴리주맙, 벤랄리주맙, 듀필류맙과 같은 약물은 스테로이드 의존성 천식환자들에서 악화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스테로이드 투여량을 낮추고 나아가 중단할 수도 있게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생물학적 제제 투약을 통해 OCS로부터 자유로워진 환자들의 괄목할만한 회복과 현저하게 개선 된 삶의 질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보건 당국에서도 이미 최근 여러  토론회 등을  통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마다 적용될 수 있는 권고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일부 약제만 급여가 적용 된다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환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급여 등재를 통해 각각의 원인과 표적형에 최적화 된 치료제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면 결국 이는 반쪽짜리 보장성 강화에 불과한 것이다.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아토피피부염처럼 천식과 비교하여 사망과 응급실방문, 입원 등의 악화 위험이 높지 않은 질환에서도 여러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 급여인정이 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중증천식에서 생물학적 제제 급여화가 늦어져 꼭 필요한 약물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여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기다림이 길어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국내 승인된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를 조속히 급여등재하여 중증천식 맞춤치료를 앞당기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중증천식 의료부담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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