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료지침과 따로 노는 LDL콜레스테롤 급여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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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진료지침과 따로 노는 LDL콜레스테롤 급여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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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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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무현 교수

심장혈관인 관상동맥 등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좁아지는 질환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이라고 한다. 이때 관상동맥이 70% 이상 막히면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 심근경색이다. 다행히 수많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병원에 제때 도착한다면 혈관을 재관류하는 외과적 치료를 통해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생존자들에게는 재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경험 환자의 3명 중 1명은 심혈관 사건(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따른 입원) 재발을 경험하며, 재발 시 사망률은 처음보다 약 3~4배 높아진다.

또 실제 급성심근경색으로 치료받고 퇴원한 후 10년 내 사망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의 약 30%가 1년 이내에 발생했다. 따라서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경험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 재발 예방 관리를 시작해야 하고 혈관을 막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여러 국내외 연구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사건 재발 위험 또한 감소한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지난 해 11월 국내 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도 초고위험군으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일종인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지목하고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 수준을 기존 70 mg/dL에서 55 mg/dL 미만으로 한층 강화했다. 유럽심장학회(ESC), 유럽동맥경화학회(EAS), 미국심장학회(ACC) 등 해외 학회 지침들도 우리나라에 앞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서의 LDL콜레스테롤 목표를 55 mg/dL 미만으로 제안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55 mg/dL까지 강화된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질 강하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에볼로쿠맙 등 PCSK9 억제제의 도입으로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인 55mg/dL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는 다양하다. 현재 진료지침에서도 기존 지질 강하 치료로도 목표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 PCSK9(Protein Convertase Subtillisin/Kexin type 9) 억제제를 병용해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다만 최신의 진료 지침을 반영하지 못하는 급여기준 때문에 초고위험군 환자 일부는 진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PCSK9 억제제는 기존 지질 강하 치료로도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반응이 불충분하다고 인정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 기준이 70 mg/dL 이상인 경우로 제한돼 있다.

진료지침에서 초고위험군에 제시한 목표치 55 mg/dL미만과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관상동맥질환을 겪은 초고위험군 환자일지라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5 mg/dL 이상 70 mg/dL 미만이라면 PCSK9 억제제를 써야 하는 상황임에도 급여가 적용되지 못해 사용이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70mg/dL 정도로 관리해도 충분치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초고위험 환자들의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은 해소되지 않기에 문제다. 약 4천 명의 급성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타틴 고강도 치료군의 LDL콜레스테롤 중앙값이 62mg/dL였으나 이들 중 약 20%는 2년 내 심근경색, 관상동맥혈관재생술, 관상동맥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 사건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PCSK9억제제인 에볼로쿠맙의 LDL 콜레스테롤 및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평가한 FOURIER 임상 연구에 따르면, 에볼로쿠맙 투여군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원래 수치 92mg/dL에서 치료 48주차에 55mg/dL 보다 낮은 30mg/dL(중앙값)으로 낮아지면서,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변화가 없었던 위약군 대비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을 경험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는 보다 적극적인 LDL콜레스테롤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봤을 때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마치 불 바로 옆에 둔 장작처럼 매우 위험한 상태나 다름없다. 이미 국내외 지침에서 초고위험군에 55mg/dL으로 목표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환자의 건강한 예후를 위해 지침에 맞춰 급여 기준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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