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정책, 역시 풀기 힘든 과제...전문가들 평가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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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정책, 역시 풀기 힘든 과제...전문가들 평가 갈려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6.29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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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수요자·공급자, 제네릭 문제의식 크지 않아”
장우순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조성이 우선”
김준수 "어설픈 사용량 확대 정책 위험"

"질 좋고 싼 제네릭이 나오면 시장이 확대될까."

"기승전 약가인하는 정책실패의 지름길."

"한국은 임상데이터로 차별화할 수 없는 제네릭에 의약품시장이 경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릭 사용량을 늘리는 정책은 위험하다."

"한국의 허가제도 운영전반의 체질개선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단 기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제네릭의 문제는 본질적인 목적인 약제비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제네릭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표현된 그대로만 보면 '10인10색'이라고 할 정도로 진단이 갈린다. 그만큼 난제라는 의미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6일 토론회를 열고 의약품 공급 및 구매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행사에서 연구책임자인 성균관대 이상원 교수는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 유지, 우수의약품 공급, 그리고 신약개발 등 국내 제약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 솔루션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제네릭품질기준 강화(1단계), 제네릭 약가인하(2단계), 제네릭 사용확대(3단계), 유통산업구조 개선(4단계), 공정거래유통질서 강화(5단계), 기업 R&D 투자유인(6단계), 기술혁신역량 지원(7단계) 등의 차례로 정책적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제네릭 공급구조혁신(1·2·3단계)은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돕고, 유통구조혁신(4·5단계)은 우수의약품 공급에 일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약 개발 구조의 혁신(6·7단계)은 의약기술 자립도를 높여 제약계의 숙원인 글로벌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널토론에선 이런 진단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대체적으로 유통구조에 대한 혁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제네릭과 신약개발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제네릭 혁신 반드시 필요한가

먼저 제네릭 혁신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의약품정책연구소 박혜경 소장은 “연구에선 품질을 지적했지만 제네릭 제품들은 현장에서 처방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질 좋고 싼 제네릭이 나오면 시장이 확대될까. 공급과 수요 등 생태에 대한 파악 없이는 근본적인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본부장은 “투명한 유통이 정립돼야 시장의 변칙대응 및 왜곡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며 제네릭 정책보단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조성이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승전 약가인하는 정책실패의 지름길이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영타격을 받은 제약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제네릭은 신약의 기반이자 씨앗, 그리고 캐시카우다. 테바와 같은 세계적 제네릭 회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김준수 전무는 “한국은 임상데이터로 차별화할 수 없는 제네릭에 의약품시장이 경도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릭 사용량을 늘리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민양기 의무이사는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유사한 의약품이지 동일한 제품이 아니다. 제네릭 사용을 늘리는 것이 국가 산업경쟁력에는 기여할지 모르겠지만, 의료품질 향상에는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제네릭 혁신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려대 약학대 최상은 교수는 “제네릭 품질강화 등에 대해선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의 허가제도 운영전반의 체질개선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단 기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은 “제네릭의 문제는 본질적인 목적인 약제비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네릭의약품 간 경쟁을 통해 약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기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약개발, 무조건적인 지원 답 아니다

신약개발 지원책과 관련해선 다양한 견해가 제시됐다. 지금껏 실시됐던 지원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만큼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KRPIA 김준수 전무는 “신약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임상데이터 축적 등의 정책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제미글로, 카나브, 자이데나 등과 같은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신약들이 풍부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사례를 써내려가야 제약사들이 제네릭에 줄 서기보단 신약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짚었다.

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은 “국가 신약개발 지원은 산업적인 측면보단 공공성 및 필수성 달성여부에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혈압강하제, 위산억제제, 피부미용, 만성관절염약 등은 필수성보단 시장적인 요소가 큰 품목이었다. 앞으로는 공공성에 기반한 한 선별적 R&D 투자가 실시돼야 한다. 이런 투자로 진행된 연구에 대해선 개발비용이나 임상시험 결과도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최상은 교수는 “신약개발은 온 국민이 기대하는 분야지만 정부의 수혜 깊은 정책은 별개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또 “그간 정부가 수행한 신약개발 지원책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일례로 연구에선 단절적 시계열 분석(ITS)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후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결과로만 혁신형제약기업 제도의 실효를 판단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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