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클렉스타(애브비)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3차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완치율 상승과 예후불량자의 경과 향상이 기대된다. 최근 국내에선 급여를 적용 받으며 환자부담도 감소했다. 다만, 벤클렉스타의 효능을 고려할 때 보다 이른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한국애브비는 22일 벤클렉스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가톨릭의대 엄기성 교수는 먼저 질환의 전반에 대해 소개했다. 엄 교수는 “백혈병은 유전자의 중첩에 의해 발생한다. 고령자의 경우 환경적 요인 등으로 유전자 중첩의 발생빈도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65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병인구는 약 1300명”이라고 안내했다.
국내에서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1차치료에 FCR(플루다라빈·클로람부실·리툭시맙), 2차치료에 임브루비카(얀센)가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3차치료에 벤클렉스타가 추가됐다. 벤클렉스타는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저해하는 B세포 림프종-2(BCL-2)에 결합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다. 최근 3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를 적용 받았다.
벤클렉스타의 급여적용은 주요 임상시험 2개 결과를 근거로 한다. 먼저 M14-032(2상) 연구에서는 임브루비카 또는 이델라리십 치료 경험이 있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이 평가됐다. 그 결과, 벤클렉스타군(127명)은 전체반응률(ORR) 70%(독립검토위원회;IRC)를 기록했다. 말초혈액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미세잔존질환(MRD) 음성비율은 측정 가능한 환자에서 42%를 기록했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군에서 24.7개월이었고, 미세잔존질환 음성 환자군에서는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M13-982(2상) 연구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가운데 17p 유전자 결손이 있는 그룹(15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해당그룹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중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결과, ORR은 77%로 조사됐다.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 치료에 실패한 16명의 ORR은 63%로 나타났다.
엄 교수는 “미세잔존질환 음성은 잠재적으로 무진행생존율 등 장기치료 결과와 연결된다. 그간 임브루비카만으로는 미세잔존질환 음성을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벤클렉스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M13-982 연구결과에선 예후가 불량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77%의 반응률을 기록했다. 벤클렉스타의 내약성은 2개 연구에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완치가 쉽지 않다. 암세포의 뿌리가 깊이 남아 언제 재발할지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벤클락스타가 등장하면서 조금 더 우수한 경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3차치료에 급여 적용됐지만, 2차 등에서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지난 3월 벤클렉스타-리툭시맙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2차치료에 허가됐다. 허가 임상시험에서 벤클렉스타 병용요법 투여군은 표준치료(벤다무스틴-리툭시맙)군보다 뛰어난 PFS, 전체생존기간(OS)을 기록했다. 특히 벤클렉스타 콤보의 효능은 2년의 투여 일정 후 약을 끊어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 교수는 “국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유병인구 1300여명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70%다. 1차에서 사용되는 FCR의 경우 약효를 잘 받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2차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극소수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벤클렉스타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