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으로 돌변한 복지부 "집단행동 교사도, 사직서 수리도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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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으로 돌변한 복지부 "집단행동 교사도, 사직서 수리도 불법"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2.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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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차관, 의료법 등 모든 법적 수단 동원 "수련병원별 현장점검팀 조편성"
전공의 1만 5천명 연락처 확보 계획 "명령서, 핸드폰 꺼놔도 문자 송달 유효" 

보건당국이 의료계 파업에 대비해 의료법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하고 나섰다.
 
특히 젊은 의사들 파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 연락처 입수 방안 등 수사기관을 방불케 하는 고강도 압박책을 진행하고 있어 의료계 반발을 되레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급본부 부본부장)은 8일 오후 4시 서울청사에서 의료계 파업에 대비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브리핑했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8일 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8일 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박 차관은 "정부의 의사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사단체와 일부 의사들이 총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과 상반된 사실이 아닌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대응 상황과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금일부터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대국민 브리핑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지난 6일 2025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 이후 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자진 사퇴했으며, 의사협회는 다음날(7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총파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의결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오는 12일 임시총회를 통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6일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상향하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대학병원 임상교수와 전공의, 봉직의, 개원의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에 들어간 상황이다. 

박민수 차관은 "의료법에 근거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과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을 내렸다. 정부는 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범정부 대응을 추진하겠다"며 엄정 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어려운 현장 여건에서도 국민 보건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치켜세우면서 "불합리한 의료제도는 함께 논의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바꾸어 가겠다. 법무부는 오늘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 감면을 적극 적용해 사건 처리 절차를 개선할 것을 대검찰청에 지시했다"며 의료계 달래기 노력을 전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대화해 나가겠다. 의료인 여러분들께서는 집단행동이 아닌 정부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 일부 집단행동 움직임에 동요하지 마시고 지금과 같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강경 입장을 견지했다.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예고했을 뿐 구체적 날짜와 실행방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정부의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을 일축했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발표 당일 의사협회에서 총파업을 예고하는 성명 발표가 있었고 거기에 맞춰 정부는 경계 단계를 했다. 제가 오늘 복장도 민방위복을 입고 왔다. 중수본이라는 대응조직을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실제로 (파업이) 실행되면 심각 단계로 올려 보다 강화된 조치가 되겠고, 코로나 때와 같이 복지부장관에서 총리 주재 회의체로 올라가면 각 부처와 지자체를 포괄해 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정부는 그러한 단계까지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파업을 이미 예상하고 파업 확산과 장기전에 대비해 코로나 사태 시 가동한 중대본까지 강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현재까지 파업이 발생한 의료기관은 아직 없다. 이미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조치한 이유는 집단 사직하겠다는 예고가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전공의 동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사표는 수리가 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수리가 되지 않으면 여전이 인턴과 레지던트 신분을 유지하면서 의료인으로 책무를 다해야 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집단 사표 제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련병원별 담당 공무원 배치는 사실로 확인됐다.

박 차관은 "수련병원별 현장점검팀을 구성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위력이나 위협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만일 집단행동이 벌어지면 정부는 각종 명령 등을 수행해야 한다. 명령을 개인 본인에게도 도달되어야 한다. 지난 2020년 때도 공무원들이 명령서를 직접 들고 가서 개인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공무원들을 배정해 놓고 조를 짜놓은 상태"고 설명했다.

전체 전공의 1만 5000명의 개인 연락처 확보는 안했지만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차관은 "1만 5천명의 전공의들 연락처를 정부가 확보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문자 송달을 위해 연락처를 확보할 계획을 분명히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태가 벌어지면 법에 따라 연락처를 확보하고, (업무개시 명령서를)문자로 송달하는 조치를 하겠다. 블랙아웃으로 전화기를 꺼놔도 문자를 보내면 송달의 효과가 있다. 개인정보법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2014년과 2020년 의료계 파업 대응 학습효과를 통해 더욱 강력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이미 마련했으며 언제든 시행 가능하다는 입장을 일관했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대응 방안을 바라보는 의료기관에서 묵묵히 진료 중인 직역과 나이를 불문하고 다수 의사들의 분노와 불만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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