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시대...리베이트 경계선에서 줄타는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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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시대...리베이트 경계선에서 줄타는 제약사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6.14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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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변호사, 오는 18일 KFDC법제학회서 '법적 이슈와 대비 방안' 제시
일부업체들 의사 온라인 플랫폼 이미 선봬...우려 목소리도

코로나19가 기업 생태계 전분야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마케팅 영역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영역이다. 이른바 비대면 디지털 마케팅이 주류가 되는 시대가 성큼 목전에 와 있다. 제약 영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 막 돋기 시작한 새순에 벌써부터 경계의 시선이 따갑게 꽂히고 있다. 왜일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몇몇 상위제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비대면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해 계열사 등을 통해 의사대상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비대면 영업·마케팅 통로다. 의사들은 이 플랫폼에 회원으로 가입해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제품정보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이런 비대면 공간은 감염병 시대를 넘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제는 이 플랫폼이 정보제공자(제약사)와 수용자(의사)가 자발적으로 만나는 활성화된 공간이 되기 쉽지 않고, 거기에는 불가피하게 '유인'이 개입된다는 데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오랜 골치덩어리인 불법리베이트가 '암약'할 수 있는 또하나의 기름진 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의사회원이 해당 플랫폼에 접속해 제품설명회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일정점수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건당 포인트는 금액이 높지 않지만 이게 쌓이면 전자제품이나 값비싼 명품을 살 수 있는 액수가 될 수 있다. 누적 포인트를 활용해 관련 쇼핑몰에서 실제 구매가 가능하도록 연계장치도 이미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은 유료논문도 무료를 볼 수 있다. 오프라인 규제 측면에서 보면 불법이거나 불법과 합법, 바로 불법리베이트의 경계에 있는 서비스들로 플랫폼이 구성돼 있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산업계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커피 기프티콘 같은 건 귀여운 수준이다. 오프라인 규제를 온라인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합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후죽순 이런 플랫폼이 생기면 리베이트 경쟁이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제기하는 문제의식도 같은 맥락이다. 박 변호사는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약산업 디지털 마케팅의 법적이슈 및 대비방안'을 발표한데, 초점이 바로 일부 제약사의 영업마케팅 플랫폼에 맞춰져 있다.

학회가 사전 안내한 홍보자료에는 박 변호사 발표내용이 이렇게 예고돼 있다.

"온라인으로 변화되고 있는 제약산업 생태계의 디지털 마케팅에 과거의 오프라인 마케팅 시대에 만들어진 제약회사 마케팅 규제 법령이 적용될 때 규범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게 되고 규범이 원래 의도한 바와 달리 적용되는 불합리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 또한 변화된 현실에서 분명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범죄행위가 양산되거나 위법행위를 감행한 제약회사가 디지털마케팅에서 우위를 점하고 법과 규약을 성실히 지킨 제약회사가 도태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감안할 때 향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이 야기할 수 있는 불공정, 독과점 위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대한 단기적, 중장기적 대비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비대면 마케팅은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고, 이미 구현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관련 법령이나 규약이 온라인에 부합하도록 서둘러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발표의 요지"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제약바이오협회도 CP관련 위원회를 소집해 문제점을 공유했다. 그런 점에서 박 변호사가 이번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던지는 '화제'는 비대면 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새로운 리베이트 규제환경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출범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세션에서 최재진 IQVIA 이사는 '코로나 시대 제약산업 마케팅 트렌드', 채민정 바이오마케팅랩 대표는 '제약산업의 생태계를 바꾸는 디지털 마케팅'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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