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 접근성 문제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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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 접근성 문제 개선돼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5.15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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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원장, "의사이자 환자인 나 역시 '악화'오면 일상생활 중단"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환경 개선에 관심 가져야 할 때"

영화에서 주로 접했던 천식이라는 질병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 산재돼 있다. 천식은 호흡 곤란이라는 주요 증상 외에 기침, 천명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천식이 좀 더 발전된, 그러니까 더 심화된 중증 천식의 경우라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중증천식은 국내에 도입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다른 치료제를 사용함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번 악화가 오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치료 비용까지 높아진다. 

중증 천식을 앓는 환자들은 악화(증상이 나빠짐)가 일어나면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진다. 이미 나와 있는 자료로 수치를 표현하자면, 중증 천식 환자의 직업 중단율은 44.4%, 직업 중단 기간이 평균 7년에 이른다. 

이처럼 심각한 질환임에도 아직 중증 천식에 사용되는 약제들은 대부분 급여권 밖에 존재하고 있다. 환자들의 삶의 질과 치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뉴스더보이스는 의사이면서 환자인 김경아 원장(김경아 가정의학과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4월 5일 예정돼 있었으나 김 원장에게 악화가 오면서 연기 됐고, 결국은 잦은 기침으로 서면인터뷰로 진행됐다. 그는 현재 중증 천식을 다스리기 위해 본인부담을 지고 누칼라(성분 메폴리주맙)를 사용하고 있다. 중증 천식 치료제가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왜 중증 천식에 적정한 약제 사용이 중요한 지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경아입니다. 저는 개인의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이자 중증 호산구성 천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선생님도 중증 천식 환자다. 질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천식은 만성 기도 염증을 특징으로 다양한 임상상을 나타내는 질환입니다. 가변적인 호기 기류제한과 함께 시간에 따라 중증도가 변하는 천명, 호흡곤란, 가슴답답함,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의 병력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천식의 치료에는 흡입형이나 전신 스테로이드제, 기관지 확장제등 여러 약물들이 사용됩니다.

천식중에서는 알레르기 천식이 70%~80% 정도 차지 하고 있습니다. 공기를 흡입하면서 들어온 외부 알레르기 물질이 기관지에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천식증상을 알레르기 천식이라고 합니다. 
 
호산구성(호산구: 주로 기생충 감염과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 중 하나)천식은 과도한 호산구가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 증상을 유발하고 호흡기 기능 이상을 나타내는 천식입니다. 호산구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치료를 통해 호산구 수치를 낮게 유지하면 급성 악화 빈도가 감소하고 증상조절이 훨씬 쉬워집니다.

-호산구성 천식에 대해서는 조금 생소한 부분이 있다. 치료 방법에도 다른 유형의 천식과 차이가 있는가?

호산구성 천식은 증상조절과 관리가 어려운 천식 유형으로 중증 천식 환자에서 분류할 경우 최대 80% 이상일 것으로 보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호산구성 천식은 혈액검사에서 호산구 수치를 참고해 진단하게 되며 호산구는 호흡기의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염증 신호 전달자나 과립단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산구 수치가 높을수록 악화위험도 크고 기관지의 염증도 심하고 폐기능도 떨어지는 등 증상 조절이 어려워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 호산구성 천식에는 Anti-IL5 가 권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IL-5는 림프구와 비만세포 호산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으로 호산구의 분화와 증식 활성화와 깊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호산구성 천식 환자의 치료에 IL-5 관련 생물학적 치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국내 중증 천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천식의 유병률은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천식 유병률은 2018년까지 3.0% 전후이며, 비교적 젊은 성인층의 유병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0세 이상에서는 6~8%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중증천식이란 고용량의 흡입 스테로이드와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고, 순응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천식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고용량의 흡입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중증 천식이 전체 천식의 약 11%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OECD자료에 따르면 국내 천식의 표준 사망률은 인구 십만명당 4.2명으로 OECD평균보다 3배가량 높으며, 이중 상당한 부분이 중증 천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증 천식이 환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혹은 환자들의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는가?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인 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삶의 질이 유지가 너무나도 힘들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가족들과 식사를 편하게 하고, 밤에 누워서 푹 자고 싶은적도 참 많았습니다. 모임은 거의 참석을 못하니 인간관계도 단절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는 조금만 기침해도 눈치를 봐야하니 더 힘들고,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증상이 심할 경우 진료를 보기가 어려워 휴진을 자주 했었어야 했습니다. 중증 천식 환자가 만약 앉아서 혼자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사무직과 같이 비교적 외부 환경에 제약이 적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직업활동에 큰 무리가 없을 수 있겠지만, 외부 미팅이 많거나 활동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일을 그만 두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을 중단하게 될 경우 수입이 없는데 병원의료비는 증가하게되니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내 중증 천식 치료옵션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중증 천식 환자는 흡입성 스테로이드제제로는 증상을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구 스테로이드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증 천식 환자의 50% 정도는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많은데 대표적인 부작용은 불안함, 피로감, 우울증, 면역력 저하 등이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도 높습니다. 세계천식기구의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도 수면장애, 감염 위험의 증가, 골절 및 혈색전 등의 위험증가를 이유로 경구 스테로이드제제의 단기 사용도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물학적 제제가 치료대안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현재 중증 호산구성 천식을 대상으로 하는 IL-5제제 중 보험 급여가 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지 않아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큰 상태입니다.

-직접 천식 환자를 치료하시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국내 천식 치료 환경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1차의료기관에서 천식치료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가이드라인에 나와있는 천식 치료 옵션인 흡입형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때 환자의 기도가역성 부분, 과거력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며 흡입제 사용을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도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천식 환자이기 때문에 원내에 폐기능 검사기를 구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1차 의료기관에는 폐기능검사기가 없거나 있어도 진료 여건상 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완화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에 흡입기 처방시 삭감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천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거부감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왜 이렇게 기침을 계속하는 거죠?’, ‘자꾸 기침이 나서 다른 사람 보기 부끄러워요’, ‘밤에 기침을 하느라 잠을 못 자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조차 ‘천식이 의심되니 천식 검사와 치료를 받아보세요’ 라는 말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일단 먹는 약을 먹어보고 상태를 보겠다고 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서 치료의 진행이 힘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천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약품을 급여화해서 환자의 부담을 낮춰주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본인 스스로 환자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도 많을 것 같다.  

저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로, 면역치료부터 전신성 스테로이드제, 고용량 흡입치료제, 기관지 확장제, 항히스타민제 등 여러가지 약으로 천식상태를 조절하려고 노력했으나 증상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2019년 다니던 병원에서 누칼라를 소개받았으며 당시 의사인 저로서도 약가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증상 악화로 인한 폐의 염증과 추후 나이가 들었을 때의 폐기능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누칼라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누칼라로 치료를 시작한 후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적은 한 번도 없고, 흡입치료제의 용량도 낮췄습니다. 저의 누칼라 치료를 시작하기 전의 상태와 후의 상태가 너무나 다르게 좋아졌죠. 

이제 누칼라 치료 4년이 넘어가는데 현재는 제가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제가 천식환자인 것을 모를 정도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에게 누칼라 치료를 꼭 추천하고 싶고, 환자들이 누칼라 치료를 통해 편안하게 숨을 쉬고 일을 할 수 있는 일상을 누렸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천식으로 인해 인터뷰가 지연됐다. 천식으로 인해 가장 불편한 점은 뭔가?

천식이 악화되는 순간 모든 일이 정지 상태로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상에서 느끼는 부담이 매우 큽니다. 일련의 계획들이 수행되지 못하는거죠. 가령 모임, 운동, 그리고 이번 인터뷰 약속 등등 계획해 놓은 일들이 일시에 정지되는 점이 가장 불편합니다. 저 혼자만의 계획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천식 환자들의 사회적 부담 완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정책적인 측면이 있을지?

말씀주신대로 비용적인 부담도 상당합니다. 약가부담으로 필요한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증천식의 경우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에 따라 의료비도 증가하게 되니까요. 더욱이 비급여 생물학적 제품은 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매달 부담해야 할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을 해도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약물에 대해서는 보험급여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꼭 게재됐으면 하는 의견이나 말씀 부탁드린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저와 같이 증상 조절이 꼭 필요한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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