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악화 반복하는 전신농포건선, '희귀질환' 지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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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악화 반복하는 전신농포건선, '희귀질환' 지정 시급"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4.17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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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농포건선, 산정특례 미지정으로 의료지원 사업에서 배제"
"국가 차원 등록 통계 정보 수집해 치료법 개발 정책 수립 근거 만들어야"

김정은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대외협력이사)

"전신농포건선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전신 증상과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입원 치료가 요구되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산정특례 미지정, 치료제가 없는 현실로 인해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김정은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대외협력이사)
김정은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대외협력이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질환인 '건선'. 의학적으로 '판상건선'으로 불리는 건선을 가진 환자들은 병을 가진 이유로 충분히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에서 오는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판상건선이 전체 건선 환자의 85~90%의 비중을 가지고 있어 흔한 형태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상대적으로 유병율 1%를 보이는 '전신농포성건선'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전신농포건선은 고름을 동반한 물집인 농포가 급격하게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얼굴을 포함해 온몸에 고름과 물집이 엉겨 붙어 터지면서 진물이 흐르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심한 가려움은 물론이고 통증으로 환주를 긁어내는 일이 많아 대부분의 환자들은 출혈이나 2차 감염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심각한 정도로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농포건선은 현재 특례산정에 지정되지 않은 질환 중 하나다. 국내 3000명 가량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희귀질환이지만 국가관리 희귀질환 지정에는 빠져 있는 상태다.

환자들의 처우 개선과 치료적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소리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건선학회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있는 김정은 한양대학교 피부과 교수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김정은 교수는 전신농포건선의 산정특례 적용과 희귀질환 지정, 치료제 개발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등록통계 정보 수집 연구 등이 의료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기본적 여건이라는 것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이 잦은 재발을 겪으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었던 면이 있었다"면서 "국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적극적인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과 체계적인 환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먼저 전신농포건선의 원인이나 유병 현황, 증상 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전신농포건선은 전체 건선 환자 중에서도 유병률이 1% 미만인 희귀건선이다. 2021년 기준 국내에는 약 3천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신농포건선은 건선과 달리 고름이 동반된 물집인 농포가 급격하게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농포의 발현 외에도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심부전, 신부전, 패혈증 등의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되어 입원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망률은 3~7%로 알려져 있다.

정리하자면, 전신농포건선은 임신, 스테로이드의 전신 투여를 갑자기 중지했을 때, 저칼슘혈증, 감염 등에 의해서 유발되며 비고름물집성 건선 국소치료로 과도하게 자극되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피부과학 교과서에는 고열, 관절통, 백혈구증가증, 권태감 등의 전신증상이 동반되며 치명적일 수 있는 아주 드문 심한 형태의 질환으로 정의되어 있다.

-예후 측면에서 전신농포건선이 판상건선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판상건선과 비교했을 때, 전신농포건선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루킨-36 수용체(IL-36R)가 훨씬 더 높게 발현되어 증상의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전신농포건선 환자 중 약 76%는 재발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또 판상건선과 달리 전신농포건선 환자에서는 악화 재발, 발열, 심부전, 신부전, 패혈증, 호중구증가증 등이 확인되어 질환의 진행이나 예후가 더 중증에 속한다. 실제로 2007부터 2020년까지 전신농포건선으로 입원한 국내 성인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당뇨병, 신질환, 간질환 등이 전신농포건선의 악화 요인으로 나타났고, 21명의 환자가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했으며, 17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현장에서 보는 환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전신농포건선은 농포가 얼굴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농포가 얼굴에도 생기는 등 겉으로 잘 드러나기 때문에 환부를 보는 주변의 시선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자존감 저하, 대인기피증, 심리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농포 외에 함께 나타나는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뿐만 아니라 저칼슘혈증, 2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탈수 등의 중증 합병증으로 인해 응급처치가 요구되어 입원 치료가 많이 이뤄지는 편이다.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은 수시로 반복되는 입원치료,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계속해서 마주해야하는 상황 등으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경제적 문제까지 겪고 있다. 중증판상건선 환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통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지만 질환의 진행이나 예후가 더 중증인 전신농포건선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환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전신농포건선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육안으로 확인한 피부소견으로 진단하기도 하고, 피부 병리조직검사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전신농포건선 치료를 위해 허가된 치료제가 없어 근본적인 치료 보다는 증상 완화를 위한 스테로이드 등의 대증요법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반복되는 심한 증상을 조절하기에 부적절한 경우도 있다.

희귀의약품으로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가 있으나 급성으로 나타나는 전신농포건선의 특징상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급하여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한건선학회에서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에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8년부터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은 5년이 넘도록 희귀질환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건선학회는 이전에도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올해 3월 대한건선학회에서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한 번 더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 신청을 마치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전신농포건선이 국가 관리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신농포건선은 전체 건선 중 1% 미만에 해당하는 희귀건선으로,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급성악화를 반복하는 중증 질환이다. 이에 대해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전신농포건선에 대한 자료가 매우 부족하여 환자들의 진단 및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지정하여 국가 차원에서 전신농포건선 발생 등록통계 정보를 수집하고 산출한다면 진단 및 치료법 개발과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환자들의 입장에서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 산정특례, 저소득층 희귀질환자 대상 의료비지원사업 등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에 따라서는 유년기부터 수십 년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도, 불규칙한 재발로 인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지정이 시급하다.

-전신농포건선이 질병청 희귀질환 심의 결과 미지정 질환에 대한 재심의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전신농포건선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 신청을 헬프라인을 통해 마쳤다. 최근 국회 토론회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도 전신농포건선의 심각성과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만큼 올해 전신농포건선 지정 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국가관리 희귀질환 지정을 통해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이 오래도록 염원한 제도적 지원을 받아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앞서 중증판상건선이 산정특례 적용돼 환자들이 겪는 치료적 혜택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전신농포건선에서도 산정특례가 적용된다면 환자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중증판상건선은 2017년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추가되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2021년에는 의료진의 임상소견으로 생물학적제제 치료가 필요하다면 산정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재등록 기준을 개정하여 지속적으로 치료환경 개선을 이루었다.

전신농포건선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전신 증상과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입원 치료가 요구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다. 산정특례 적용이 된다면 병원비 등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신농포건선 치료 적응증을 가진 혁신 신약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산정특례로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높아져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증판상건선과 같이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한 뒤에도 환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보다 개선된 치료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의 국가관리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복지부가 제도적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관계당국이 전신농포건선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제도적 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전신농포건선 치료 환경 개선의 단초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올해 전신농포건선을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지정하여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시행되어야 치료환경에서 느끼는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전신농포건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전신농포건선은 매우 드물지만 단순히 피부에 발진이 생겨서 불편한 질환이 아닌, 위중한 질환이다. 그동안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이 잦은 재발을 겪으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었던 면이 있다면 국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적극적인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과 체계적인 환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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