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과 보건의료서비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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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과 보건의료서비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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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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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익 대표이사(하랑V&S 대표이사)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2000년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사용되었던 캠페인 구호이다. 본래는 그 이전까지 불확실했던 의사와 약사 간의 역할과 책임을 의약분업을 계기로 명확히 하는 의미로 오랫동안 사용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일이 발생하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그 의미를 가지고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상품명 처방과 성분명 처방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인터넷이나 병의원에서 건기식을 팔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는 상비약을 판매하고 있고 품목 확대까지 요구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한 구호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이해관계그룹 간의 영역다툼에서 출발한 것인지? 누구의 요구에서 기인한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고,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 지도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인류 역사 이래로 진행되어온 정치적, 경제적 혁명들은 시민들을 억압과 굴레에서 해방시켜 왔다. 21세기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 또한 그 실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되는 가는 별론하고, 그 본질은 공급자, 중간 매개 권력과 수요자 사이의 힘의 균형의 변화와 권력의 이동을 가져온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 산업혁명은 생산수단의 변화와 생산량의 증가를 이끌었고, 이를 통해 과거 특권 계급/계층만이 누리던 물질적 풍요를 일반 소비자들도 누리는 것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는 대량 생산에 따른 저렴한 비용하에서 규격화된 제품에 근거해 이루어진 것으로 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개별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급자에 의해 정해진 규격에 의해 만들어져 주어진 제품을 그대로 받아들여 소비하는 것을 전제로 한 물질적 풍요인 것이다.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하게 했던 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에 근거한 중산층 증가와 교육의 대중화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룬 2차 산업혁명, 정보화에 근거한 계급/계층의 벽을 허물어 왔던 3차 산업혁명, 이 모든 성과를 기반으로 Big Data 분석, 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 3D 프린팅, 나노 기술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혁신에 근거한 연결, 탈중앙화/분권, 공유/개방을 통한 맞춤시대의 지능화 세계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전의 혁명들이 가져다 준 경제적 부와 막대한 정보, 생산비용의 절감, 시민주권의 확대는 우리 개개인의 선호와 상황을 고려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사용자를 고려한 민주적 생산,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말한다. 그것이 식당이라면 손님이 주인이 되어야 하고, 학교라면 학생이 주인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국가라면 국민이 주인되어야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다면, 이제 진료와 약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의사와 약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결정하고 관리하며, 환자(소비자)는 주는 대로 받는 여전히 수동적인 존재로 계속되는 것인가? 의료와 약품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서 검색되고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손목 시계를 통해 혈압과 심전도를 관리하고, 간단한 앱을 통해 식생활과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나의 상태를 매일 점검해주고, 의료진과 연계하여 적절한 처방을 제시해주는 AI가 출현할 것이다. 아니,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지만 제도적 장벽에 의해 실행되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지난 혁명의 역사에서 알 수 있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모든 영역의 변화가 그러하듯이, 디지털 환경 하에서 코비드 팬더믹을 겪은 의료/건강서비스는 이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당장 의사와 약사에게서 진료와 조제 권한을 뺏어가지 않을 지는 몰라도 최소한 기존 전문가 중심의 서비스에서 환자(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변화되는 것은 명확하다. 아직 우리는 제품명 처방과 성분명 처방 중에 어떤 것이 맞는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진료를 받는 것도, 온라인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는 이 모든 것을 소비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리라 생각한다. 그 논의의 결론이 비록 현재의 모습과 동일하더라도 그 또한 시대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라 믿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진료는 AI에게, 약은 3D 프린터로’라는 구호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맞이할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정용익 대표이사는?
-현 하랑 V&S 대표이사
-현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위원
-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자문위원
-현 고려대 의료기술지주회사 자문위원
-한국의료기기규제과학연구회 회장
-산업자원부, 국무조정실, 특허청, 식약처(국장) 근무
-국립외교원(2016), 국방대학원(2019)
-고려대 법학과(법학박사)

*하랑 V&S: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개발 및 규제지원, R&D 전략 수립 및 비즈니스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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