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면제, 환자 버팀목 될 수 있게 유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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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면제, 환자 버팀목 될 수 있게 유지해 달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2.2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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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H저인산혈증구루병 환자 보호자 정부에 호소
“희귀난치질환자, 장애인 등록 이어질 수 있는 정책 필요“
“‘건강한 아기‘ 가질 수 있도록 시술 지원 정책도 펴야”
'4년에 한번' 2월 29일 열리는 '희귀질환 극복의 날'에서 발표된 환자사례
김재학 회장 "사회적 인식 개선·환자와 가족의 삶에 전환점 되길"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이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환자들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가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

매년 2월 29일로 지정된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2024년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환자 사례를 발표한 박순배 XLH 환자 보호자는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을 위해 경평성평가 면제를 감소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저희 딸은 우리말로는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구루병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면서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작은 키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다를 뿐 여느 20대 아이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달이 지금은 척추뼈 돌출로 똑바로 눕는 것도 어려운데다, 고관절 관절염이 심해 걸을 때 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고통으로 화장실까지 가는 것마저도 최대한 참았다가 간다"면서 "XLH는 소중하고 당연했던 꽃 같은 아이의 일상을 모두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구루병치료제 크리스비타는 지난해 5월 급여 시장에 진입했지만 박 씨의 딸은 '성인'이라는 이유로 크리스비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급여 이외 환자들은 연간 2~3억 원에 달하는 주사제를 100% 본인부담으로 맞거나 부작용이 높은 인을 대체치료로 보충해야 한다.

박씨는 "딸을 위해 용기를 내 XLH신약의 신속 사용 승인'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을 냈지만 5만 성원 이후에 '내 딸이 신약으로 치료 받을 수 있겠구나'했던 희망은 딸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정부가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확대 적용 대상을 '삶의 질 개선 효과를 입증한 소아 적응증 희귀질환치료제'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성인이라는 이유로 치료제를 두고도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면 제도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저희 가족은 다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문제 해결을 호소했고, 성인은 1년 동안 유예 기간을 가지며 해외 임상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해 최종 답변을 주겠다는 회신을 받은 상태라 정부가 약속한 4월까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비단 저희 가족만의 아픔은 아닐 것이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동아줄과 같은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달라"면서 "나에게는 아주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사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우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가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 보호자인 권영대 씨는 희귀난치질환으로 인한 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 희귀질환 자체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권영대 씨는 “딸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는 희귀질환 수포성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다”면서 “일상생활의 사소한 마찰이나 자극에도 피부와 점막에 물집과 짓무름이 반복적으로 생겨 광범위한 상처와 흉터가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질환”이라고 소개했다.

권 씨는 “아마 희귀질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면서 “병명을 몰라 답답했던 마음은 진단명을 듣는 순간 절망으로 바뀌고, 무슨 병일지 알면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알아도 답이 없네’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딸은 이제 3년차 장애인이지만 학교와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등록을 해야 했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 수포성표피박리증으로 받지 못하고 질환으로 인해 생긴 척추측만증으로 장애 진단을 받게 됐다”면서 “희귀질환으로 장애진단을 받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아이를 장애 판정을 받게 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치료를 멈출 수는 없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희귀질환을 갖고 있지만 건강한 사회인의 한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키우는 사람들 곁에 국가가 희귀질환 그 자체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 번째 환자 사례로 강단에 오른 문진욱 씨는 자신을 망막디스트로피를 앓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유전자 돌연변이 진단 키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유전성 망막디스트로피는 유전성 질환으로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망막의 막대세포, 원뿔세포 등에 이상으로 시력이 소실되거나 빛에 대한 감각 이상 등이 수반된다.

문 씨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방법을 찾던 중 ‘착상 전 유전진단’이라는 검사법을 알게 됐다”면서 “이는 저희 부부처럼 유전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높은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해 얻은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하기 전 유전자 정보를 미리 검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유전성 망막디스트로피는 정부가 지정한 착상 전 유전진단 대상에 없는 질환이었다”면서 “복지부에 유전성 망막디스트로피 착상 전 유전자진단 대상으로 인정해 달라는 민원을 넣어 넉 달 뒤 유전자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본격적인 시술을 시작도 못했다”면서 “착상 전 검사를 통해 배아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이를 감별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평균 1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희 부부처럼 아이를 낳기 위해 용기를 낸 다른 희귀질환을 가진 부부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 제공되는 혜택은 일반 난임부부에게 지원되는 시술비 이외에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희귀질환 환우들은 전 생에 걸쳐 막대한 의료비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부담을 하나 더 얹어 아이를 갖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라면서 “저출산 시대, 정부 차원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장려정책이 뉴스를 통해 들려온다. 누구보다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은 이들의 바람을 외면 받지 않도록 희귀난치질환 환우들의 다음 세를 위한 관리방안도 하루 빨리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4년에 한번 오는 특별한 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

이날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세계희귀질환의 날은 2008년 유럽희귀질환기구에 의해 처음시작됐고, 2월 29일이 4년에 한번 찾아오는 희귀한 날이라는 점에 착안해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을 '희귀질환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면서 "국내에서도 5월 23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해 왔지만 올해부터 '세계 희귀질환의 날'과 같은 2월 29일에 기념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법정기념일을 개정한 만큼, 이번 기념행사가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나와 우리으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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