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생략, 성인 희귀질환으로 확대해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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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생략, 성인 희귀질환으로 확대해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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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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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희귀난치성질환연 사무국장, 제7차 K-생명바이오포럼서 지적
투병시작 후 '생활수준 낮아져', 응답비율 성인 환자 더 높아

"20세 이상 성인 환자들이 10대 이하 환자들에 비해 약 5%가량 높은 비율로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했다. 경제성평가자료제출 생략제도의 대상을 소아로만 국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점도 이러한 성인 환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국희귀난치성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이 26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당 정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대한약사회가 주관한 제7차 K-생명바이오포럼 '환자 중심 희귀의약품 관리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날 희귀질환으로 투병하기 전의 생활수준과 투병 중인 현재의 생활수준을 비교했을 때,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4.8%에 달했고, 이를 5점 척도로 환산했을 때 평균 2.1점,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에는 28.6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아 환자에 비해 제도적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고 있는 20세 이상 성인 환자들이 10대 이하 환자들에 비해 약 5%가량 높은 비율로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했는데, 경제성평가자료제출 생략제도의 대상을 소아로만 국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점도 이러한 성인 환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기에 그 대상을 성인을 포함한 모든 희귀질환 환자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더보이스는 환자 중심의 희귀의약품 관리방안에 대한 환자단체의 생생한 의견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 국장의 현장토론 전체를 그대로 전재(轉載)한다.[편집자주]

안녕하십니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1.5%에 해당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에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희귀질환 환자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김민석 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토론회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생각이 정말 많았습니다. 토론회의 주제에 담긴 ‘환자 중심’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희귀질환 환우들의 어려움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제가 연합회에서 근무하며 만났던 환우들, 그리고 그 중 안타깝게도 하늘나라로 떠난 환우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생각이 났습니다. 

만약 그 환우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신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실까를 생각하니 오늘 이 자리가 더욱 간절하고 의미있는 자리로 여겨집니다.

국내에는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이전까지 희귀질환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없었습니다. 2016년 12월 시행된 희귀질환관리법에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가 명시되었고 그에 따라 국가에서 관리하는 희귀질환 목록을 지정하고 공고하여, 통계를 산출할 대상 희귀질환이 정해졌습니다.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실천노력,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너무나 분명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희귀질환 환우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오늘 자료집의 내용을 보시면, 저희 연합회에서 지난 8월 희귀질환 환우와 보호자 대상의 국가지원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공유해 드렸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 지원, 차상위본인부담경감대상 지원,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원,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재난적의료비 지원. 이상 총 다섯 가지의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지원 대상에 해당하여 지원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도움 체감 정도가 평균 80.4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인식 수준에 비해 지원 수령 비율이 전체 항목에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까지의 허들이 높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는 게 환자들의 입장입니다.

또한 희귀질환으로 투병하기 전의 생활수준과 투병 중인 현재의 생활수준을 비교했을 때,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4.8%에 달했고, 이를 5점 척도로 환산했을 때 평균 2.1점,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에는 28.6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에 비해 제도적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고 있는 20세 이상 성인 환자들이 10대 이하 환자들에 비해 약 5%가량 높은 비율로 ‘생활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하였는데, 경제성평가자료제출 생략제도의 대상을 소아로만 국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점도 이러한 성인 환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기에 그 대상을 성인을 포함한 모든 희귀질환 환자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설문에서 조사내용에서 복지 혜택이나 지원 중 현재 받고있는 사항에 대한 응답으로는 ‘산정특례 지원’의 비율이 45.6%로 가장 높고, 혜택 및 지원이 ‘없다’라는 응답비율이 12.2%로 2번째로 높았습니다. 향후 받고 싶은 사항은 ‘의료비 지원’이 12.2%로 가장 높았고, ‘산정특례 지원 및 범위 확대’, ‘산정특례 기간 자동 연장 및 기간 확대’ 등 산정특례 관련 응답이 10.6% 차지하였습니다. 이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이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산정특례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암은 진단 후 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바로 급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귀질환치료제는 급여를 평가함에 있어서 희귀질환으로 지정이 된 질환에 한하여 국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를 구분하여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며,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이 있더라도 해당 의약품을 사용해야하는 질환이 산정특례 대상질환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을 경우 급여혜택을 받을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희귀의약품으로 허가가 되면 해당 질환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행정을 요청드립니다. 

현재 희귀의약품의 지정 및 허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며, 희귀질환 지정 및 보험등재, 산정특례 등과 관련된 업무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행합니다. 각 제도가 부처별 협력을 통해 보다 유기적으로 운영되어 사각지대에 처한 희귀질환 환우들을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은 분명하리라 생각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의학적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이 체감하는 속도와 범위는 매우 느리고 제한적입니다. 같은 증상으로 동일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 임에도 불구하고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된 질환이 아니어서 또 다른 사각지대에 처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치료제가 있음에도 급여가 안 되어서 불가피하게 차선의 치료를 받다가 조기치료의 기회를 잃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한해서 만이라도 보험급여의 속도를 최대한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신약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이 글로벌 출시 후 국내에서 급여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46개월 소요된다고 합니다. 전 세계 개발된 신약 중 국내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신약은 22%에 불과한데, 이는 일본 48%, OECD 평균 29%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신약 100개 중 일본의 환자들이 48개의 약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개의 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신약의 국내 도입 지연에 따라 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치료제의 적응증에 따라 급여 등재가 되더라도, 오래 기다리던 환우들이 연령 기준 등의 급여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치료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사례도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설명드렸는데요. 희귀질환자 지원 및 치료보장 확대를 위한 세 가지의 방안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이 필요합니다. 희귀질환은 질환의 수는 많으나 각 질환의 환자 수가 적어 질환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로 인한 진단과 치료의 어려움이 반복됩니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보장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철저한 레지스트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국립암센터’를 모델로 하는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을 통해 전국의 각 의료기관에 산발적으로 분산된 희귀질환 정보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확립된다면, 집적된 정보를 활용하여 국내 생명바이오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암 치료에 강국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질병청의 통계사업이나 연구 용역사업, 산정특례 재등록 등에 대한 국가관리의 효율을 증대시키고, 중복으로 소요되는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치료제 접근성 강화가 절실합니다. 적어도 치료제가 있는 질환의 환자들이 제도가 걸림돌이 되어 치료시기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위험분담제나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소수라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가 경제논리에만 치우쳐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또한 하루라도 빨리 신약의 사용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나 임상시험용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제약업계에 귀속되는 법적 규제나 책임성에 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오히려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하여 어드밴티지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희귀질환 신약의 사회적, 재정적, 산업적 가치를 인정하여 가치에 부합하는 정부 차원의 지불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신약 개발 활성화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현재 치료제가 없는 질환 대상의 신약 개발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합니다. 희귀질환 환우들의 약 95%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5%는 모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이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이들의 삶을 고려한 복지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진단 시 적용했던 매뉴얼과 같이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적용가능한 제도 및 치료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희귀질환자 권리보장을 위한 복지 중심의 법안을 마련하여 희귀질환자들의 복지가 권리로써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희귀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면 모두가 적용이 가능한 희귀질환자 산정특례 지원제도의 기능 강화를 위해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질환 지정체계를 재정비하고, 현행 10%인 산정특례 본인부담 비율을 암, 중증화상, 뇌혈관, 심장질환 등에 적용하는 본인부담률 5%와 동일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요청드립니다.

법에서도 정의하는 바와 같이 희귀질환은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 그대로 희귀합니다. 그만큼 적은 환자 수를 갖기에 환자들, 특별히 환자들 중에서도 소수라서 더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환자 중심이 무엇인지, 환자 중심을 논하는 우리의 목적과 본질이 같은 출발선상에 있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제도에 반영시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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