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에 쏠린 관심과 혜택, 선천성심장병에도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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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에 쏠린 관심과 혜택, 선천성심장병에도 적용돼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2.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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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회장,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소속 환아들 안나푸르나 등정 성공
"심장병 있어도 뭐든 할 수 있어요...일반인과 다르지 않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소속 환아 4명과 성인 환자 1명,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 4명과 부모 등 14명이 지난 2일 '2024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를 구성해 전원이 모두 안나프루나에 등반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로 선천성심장병 환자로 구성된 그룹이 안나푸르나를 등반한 기록을 세웠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소속 환아 4명과 성인 환자 1명,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 4명과 부모 등 14명이 지난 2일 '2024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를 구성해 전원이 모두 안나프루나에 등반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로 선천성심장병 환자로 구성된 그룹이 안나푸르나를 등반한 기록을 세웠다.    

일반인도 집중적인 산악 훈련을 1년 이상 거쳐야 성공적인 산행이 가능하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켐프에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이 성공적으로 오르는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났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산행이 국내 최초이며,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기록'으로 보고 있다. 관련 자료를 찾아서 선례가 없을 경우 글로벌 심장병 학회에 이번 산행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산행을 계획한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지난 22일 뉴스더보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우회 소속 환자와 환아 5명과 이들을 진료하는 의료진, 부모들로 구성된 '2024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이하 원정대)'를 꾸려 안나푸르나에 오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도 안나푸르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증명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이번 등반이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나프루나 베이스캠프는 4130m에 달하는 곳으로 일반인도 고산병에 걸리면 바로 하산을 해야 하는 험지 중 한 곳이다. 그런 곳을 아이들이 무사히 등반하고 돌아왔다.

조병준(12세, 완전대혈관전위), 함우진(13세, 단심실), 강찬율(13세,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문준호(14세, 대동맥축착), 안세준(22세, 심실중격이 온전한 폐동맥폐쇄) 등 복잡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과 김웅한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최광호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자경 과장(부천세종병원 소아심장과) 등 의료진과 보호자 14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지난 2일 서울을 출발해 해발 2000~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적응훈련을 마치고 울레리(2000m), 고레파니(2874m)를 거쳐 원정 8일 째인 9일에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를, 10일에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에 도착했다.

12일 원정 마무리 시점에는 네팔 카트만두 샤히드 강갈라 국립 심장센터(Shahid Gangalal National Heart Center)를 방문해 환우회 회원들이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한 심장수술 보조 의료기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고단한 산행에도 아이들은 다음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심장병이 있어도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 자신감은 더 커졌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스스로 "언론 매체 인터뷰는 안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안나푸르나에 등반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이들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응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스스로 "언론 매체 인터뷰는 안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안나푸르나에 등반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이들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응했다.   

이 작지만 위대한 행보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에 응했다는 안상호 회장은 "히말라야 트레킹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코스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등산 경험이 많은 산악회원들도 단체 원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정대원 14명 전원이 고산증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완주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 적절한 치료로 건강한 일상 가능

안상호 회장은 "선천성 심장병은 임신 초기 태아의 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면서 "출산 후 시술이나 수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일상생활이나 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편견이나 고정관렴, 인터넷 등 바르지 못한 정보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산전 진단 시 아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선천성 심장병으로 산전 진단을 받은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심장병 아이들이 잘 자라는 가에 대한 것인데 이번 원정대가 그 답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2016년부터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꾸려 9년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가족들과 함께 산행에 나서고 있다. 한해 평균 20회 이상 단체 산행이 진행된다.

안 회장은 "환우회 모임에 나와 아이들을 직접 보면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면서 "지난 9년 동안 일반인도 오르기 쉽지 않은 수많은 산에 오르며 아이들 스스로 다르지 않음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이들의 히말라야 원정이 널리 알려져 ‘선천성 심장병 아이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선천성 심장병으로 산전 진단받은 부모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뱃속의 아기를 포기하는 일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에 집중"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역시 그 시작은 국내 수많은 환우회와 같이 인터넷 카페로 시작됐다. 안 회장은 첫 아이가 태어나고 선천성심장병 진단을 받은 직후인 2003년부터 카페 일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카페모임은 2005년 '선천성심장병어린이부모회'를 거쳐 2012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로 성장하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안 회장은 이 모든 변화 과정을 직접 이끌며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의 성장이 곧 환우회의 성장과 함께 하는 경우다.

안상호 회장은 "환우회 활동은 질환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관련 사업, 환아 및 보호자들 간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사업, 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른 정보를 전달하는 인식개선사업 그리고 치료환경개선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부모들이 아이의 병명을 알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2013년부터 부천세종병원, 서울대어린이병원, 삼성서울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의 소아흉부외과, 소아심장과 의료진과 12년째 '우리아기심장알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2022년부터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와 '몸튼 마음튼 가족건강캠프'를 연 4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소아암.희귀질환지워사업단과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가족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수술 흉터'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수술 흉터 당당하게 내보이기'를 시작으로, '심장은 다르나 사람은 다르지 않다‘라는 의미를 담은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등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가족들과 약 50여 차례의 단체 산행을 진행하며 인식개선캠페인을 진행했고, 10월에는 설악산원정대(오색주차장-대청봉)를 올랐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비 전액 국가 책임제 돼야"

안상호 회장이 선천성 심장병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비유가 있다. 희귀·난치 질환이 '어느 날 갑자기 당한 교통사고'라면 선천성 심장병은 '아이와 함께 부모가 달려오는 트럭에 뛰어들 지 말지를 결정하는 질환'이라는 표현이다.

산과 영역에서 진보된 의료기술로 대표되는 '산전검사'가 오히려 선천성 심장병에서는 '아이를 포기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

그는 "몇 번을 강조하지만 산전 진단 치료를 잘 하면 아이는 여생을 건강히 살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막연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로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전 검사 후 아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 내어 소중한 아이를 지킬 수 있도록 의료진, 학자, 법률가 등 여러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질환에 대한 바른 정보 전달, 산전 진단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소아 희귀난치질환, 소아암에 대한 지원은 많이 개선됐다. 선천선심장병에서도 이들과 같은 지원이 시행되길 원한다"면서 "질환에 대한 금전적, 정서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선천성심장병 수술비 전액 국가 책임제를 제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 환자 연구'를 강조하는 이유

안상호 회장은 다양한 병명과 다양한 병변을 가진 선천선심장병에 대한 통계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정 병명을 가진 환자 수와 생애 주기별 치료 및 수술 횟수 등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게 되면 환자 지원과 정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에서 선천성심장병의 일부 병명을 가진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지난해 3월부터 ‘복잡 심실 유출로 심장기형 코호트 연구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환자들에 대한 현황이 파악되면 이에 질환 별로 지원과 관련 정책을 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천성심장병,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하게 사는 질환"

이날 인터뷰에서 안상호 회장은 몇차례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그 만큼 이 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그의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읽혔다.

그는 "저희 아이도 지금은 성인이 됐고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며 "치료를 잘 받으면 일반인과 똑같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가 안나푸르나를 오른 것으로 증명이 됐다"면서 "의료계에서도 이번 산행을 보며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산행 등 고강도)운동을 해도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나 역시 첫 진단 때의 충격과 두려움은 컸지만 이후 질환을 공부하고 선생님들과 치료 과정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막연한 공포는 사라졌다"면서 "부모 스스로 질환에 대해 공부해 의료진과 논의할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 환우회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근 20여년의 시간 동안 환우회를 이끌어 온 안상호 회장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안 회장은 "아직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좋은 치료재료(인공 혈관과 카테터, 바드 등)의 도입과 급여 등재와 산정특례 개선 등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환우회의 법인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보다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과 실질적 지원을 위한 사업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의료계 파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기피과에 대한 핀셋 지원과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상호 회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가 기피과라 하지만, 더 정확히는 소아흉부외과, 산과, 소아 심장이 더 기피과다. 이들에 대한 핀셋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련병원은 전문의를 채용해 전문의가 중심이 되어 진료하는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에 맞는 인력 기준을 만들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평가 지표로 넣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당 의료기관에, 해당 전문의에, 해당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안 회장에게 개인적인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20년 동안 명절에도 잠깐씩 짬을 내어 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더 잘하고 싶다. 여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으면, 사랑하는 가족과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서 건강을 챙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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