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소영 교수를 '안타깝고, 속상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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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소영 교수를 '안타깝고, 속상하게' 하는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1.29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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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리스라는 선택지 있지만 쓰지 못하는 현실 아쉬워"
"정밀의료, 정확한 치료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하는 것"
"CAPS 환자, 조기 진단하고 빨리 치료할수록 좋아"

좋은 치료옵션을 눈 앞에 두고 쓸 수 없다면 가장 고통받는 건 환자이지만 임상의사들 또한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의료적 양심에서도 그렇고, 새로운 치료옵션을 물어오는 '똑똑한' 환자와 보호자가 많아진 현실에서 임상의사들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그래서 때로는 '안타깝고, 속상하다.'

뉴스더보이스가 한림대평촌성심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이소영 교수(소아청소년과)도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런 심정을 여러차례 내비쳤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 일라리스주사액(카나키누맙)이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겪고 있는 임상의로서 고충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 교수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중 하나인) CINCA(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의 경우 진단 전까지는 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등이 주된 치료제로 사용하고, 진단되면 쓰던 약제를 다 중단하고 키너렛(아나킨라)으로 바꾼다. 효과도 좋은 약"이라고 운을 뗐다.

그런데 키너렛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약점이 있다. 이 교수는 "보험등재는 돼 있지만 정식 허가된 약제가 아니어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코로나19 때는 공급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1년 365일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투여해야 한다. 우리가 예방 접종할 때 0.5cc만 맞아도 굉장히 뻐근하고 아픈데 큰 아이들은 1cc 정도를 매일 주사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보호자도 많이 아파한다"고 했다.

이 뿐 아니다. 이 교수는 "10년 이상 CINCA 환자들을 봐 왔는데, 이 아이들이 중간중간 증상이 나빠질 때가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증량하면 되지만, 증량해도 조절이 안되는 때가 오면 다른 약을 써봐야하는데 지금은 옵션(보험)이 키너렛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CINCA를 제외한 다른 아형의 CAPS 환자나 TRAPS(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의 경우엔 현재는 치료가능한 약제조차 없는 상황이라 의료진 입장에서 일라리스 국내 도입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반응이 많은 염증조절 치료제와 달리 근본적인 맞춤치료가 가능한 약제이기 때문에 급여 필요성은 더 높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밀의료는 정확한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정확한 타이밍에 제공하는 것이다. CAPS 환자는 뼈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는 키너렛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치료했던 환자들을 보면 손상된 뼈가 약물 사용으로 리모델링되는 것을 관찰했다. 기간은 6~7년이 걸렸지만 거의 정상적인 모양으로 돌아왔다. 이런 손상은 초기에는 전형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면 뼈의 손상뿐 아니라 병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CAPS 환자들은 치료받으면 다 사회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다른 질병의 경우 비싼 치료제를 급여로 처방받더라도 그 아이가 실제로 사회에서 한 몫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 CAPS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외국에서는 한 명의 환자가 있더라도 그 한 명을 상담하고 임상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있는 약을 쓰는 것에 대해서 선택지는 뺏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질병명이 너무 어렵다. 어떤 질환인가? 이름을 보면 '유전성'인 것은 알 수 있는데, 다른 특성이 어떤지 설명해달라. 

=개인적으로는 이 질병의 국문 명칭이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보통 질병들이 잘 모르다가 찾아지는 병들이 많고, 주로 외국에서 발견되는 질환들이라 그것을 국문으로 바꿀 때 어떻게 바꾸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영문명과 매치가 안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질환을 한 가지 상위 질환으로 묶는 과정에서 증상들을 나열해서 표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기적 발열 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질환명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영어로 periodic fever syndrome이라고 주기적으로 발열이 나는 질환군을 묶어서 표현하는 질환군이 있는데, 이것을 언급한 것이라면 주기적 발열 증후군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환군은 주기적으로 열이 나는 여러가지 질환을 통칭하는 말로 CAPS, TRAPS, FMF, systemic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 (sJIA), PFAPA 등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유전자 변이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임상적으로 진단이 확실해도 유전자가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단일 유전자가 그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다. 유전자보다는 임상 증상이 진단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진단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아임상면역학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나? 학회에서는 이 질환명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참여하고 있다. 전임의때부터 참여했었는데 최근에 조금 덜 참여하고 있긴 하다. 학회에서는 질환명을 영문으로 부른다. CAPS라는 진단명을 등록하는 작업에도 참여했었다. TRAPS, FMF도 마찬가지다. 영문 질환명과 국문표현을 같이 등록해달라고 신청은 하는데, 아무래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빨라야 하기 때문에 신청한 질환명과 결과적으로 등록된 질환명이 다른 경우도 있다. 

CAPS라고 묶여 있는 이 질환에도 사실 세 가지 타입이 있다. 증상도 너무 다르고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도 너무 달라서 처음엔 다른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이 세가지 질환이 모두 같은 유전자 변이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 세가지 질환을 하나로 묶어 CAPS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질환을 처음 경험한 건 언제였나?

=전공의 3년차 때다. 2006년이었다. 그 때 2003년생 환자가 있었는데, 발열과 발진이 주 증상이었고, 그 당시에는 소아에서 발생하는 전신형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관련된 어떤 치료를 해도 효과가 좋지 않아서 '치료가 잘 안되네'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전혀 다른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2008년 전임의 때 지도교수님과 함께 처음으로 CINCA를 대한소아과학회에 포스터로 보고했다. 당시 환자는 2006년 처음으로 경험한 환자가 아닌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다른 환자였다. 그때는 지금 사용하는 CAPS의 맞춤 치료약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스테로이드가 주된 치료였다. 현재 사용하는 약들과 비교하면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관절염 치료의 획기적인 약이었던 TNF-a 저해제인 엔브렐이라는 약을 사용하고 기존 경구약에 비해 환자의 증상이 많이 호전됐기에 보고했었다. 그 때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유사한 환자를 봐왔나?

=직접 진단을 한 경우도 있었고, 유학을 갔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계속 환자는 보고 있다.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으로 진단받고 10년 이상 치료를 받던 환자의 진단을 바꾼 경험도 있다. 정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느낀 환자였다. 생물학적 제재까지 썼는데도 혈액의 염증 수치가 완전히 좋아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청력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해서 CAPS 유전자 검사를 했었는데, 병적 변이가 확인됐었다. 지금처럼 그 때도 선택지가 키너렛 밖에 없었으니까 키너렛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10년 이상 염증 수치가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던 환자인데 키너렛을 쓰고나서 그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청력도 다소 회복됐다. 

직접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CAPS 환자들은 어느 시점 이전에 약을 써야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관절이 변형되거나 저하된 청력을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 등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긴 한다. 그래서 빠른 진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언론보도마다 각기 다른데, 국내 CAPS 환자 수는 어느정도 된다고 보나?

=제가 경험했던 환자가 17명 정도되고, 정말 최대한으로 예상하면 우리나라에 한 40-50명 정도가 있지 않을까 한다. CAPS 환자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커뮤니티 인원이 계속 늘어난다고 들었다. 기사에 많이 나오는 13명은 어디서 온 숫자인지 잘 모르겠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전체를 놓고보면 얼마나 될까? 

=CAPS보다는 많겠지만 그래도 그 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인 FMF같은 경우에도 ‘지중해성’이라는 질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중해 근방에서 많은 질환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많지 않은 질환이다. 이 질환군에서는 sJIA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 환자들을 포함하면 200-3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인에서 발생하는 sJIA와 같은 질환인 AOSD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질환군에 속하는 질환 대부분이 국내 환자수가 200명이 안되는 극희귀질환에 속하는 질환이다. 국내 진단명으로 등록되지 않은 질환도 많아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2019년부터 질병관리청에서 희귀질환자에 대한 연보를 출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단명으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는 계수가 안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레지스트리가 있으면 환자수를 포함한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없어서 어려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CINCA는 진단하고 나면 어떻게 치료하나?

=현재 국내에서 CINCA에 쓸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제가 ‘키너렛’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 ‘키너렛’으로 시작한다. 키너렛은 보험에 등재돼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돼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약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옵션이 없기 때문에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진단 전까지는 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등이 주된 치료제로 사용되는데 진단되고 나면 쓰던 약제를 다 중단하고 ‘키너렛’을 쓰면 된다. ‘키너렛’은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제다. 요즘 환자 부모님들은 논문도 다 찾아보시고 검색도 많이 해보셔서 매일 맞는 약이 아닌 다른 약이 있는 것들을 아시며, 다른 약은 사용할 수 없는지 문의를 자주 하신다. 우리가 예방접종 할 때 주사를 0.5cc만 맞아도 굉장히 뻐근하고 아픈데 큰 아이들은 1cc 정도의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부모도 많이 아파한다. 매일매일 1년 365일을 몸을 찌른다고 생각해보시라. 몸에 바늘 자국 없는 데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쓸 수 있는 옵션이 그것밖에 없는 상황이다. 

10년 이상 CINCA 환자들을 봐 왔는데, 이 아이들이 중간중간 증상이 나빠질 때가 있다. 아이들의 성장 때문에 약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약을 증량하면 되지만, 약의 증량으로도 조절이 안되는 때가 오면 다른 약을 써봐야하는데 지금은 옵션이 키너렛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안타깝고 속상하다. 

전 세계적으로 CINCA치료에 가장 많이 쓰는 약제는 일라리스와 키너렛이다. 키너렛을 쓰다가 일라리스로 대부분 넘어가는 추세다. CINCA도 만성 극희귀질환인데, 이런 만성적인 질환에서는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키너렛에서 일라리스로 넘어가는 추세를 보인다. 

-키너렛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 들어오는데, 공급에 문제는 없었는가?

=문제가 있다. 예전에 수입이 안돼서 환자들이 약을 못 맞는 상황이 생겼었다고 알고 있다. 정식 허가를 받은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약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공급이 중단되면 그냥 환자들은 손을 놓는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약물이나 주사기 등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직접적인 관리나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상반응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식 허가를 거친 약제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임상 4상을 하고, 이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키너렛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약제에 문제가 생겨도 ‘리콜’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정말 우리나라 소수의 큰 병원이 아니면 키너렛을 병원에 보관할 수가 없다. 약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제약회사에서 회수하고 관리를 하는데, 키너렛은 정식 허가를 거치지 않아서 이게 불가능하다. 약값이 싼 것도 아니니 문제가 되면 모두 폐기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병원이 지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병원에서 약을 직접 못타는 경우 센터에서 환자 자택으로 약을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는데 몇 년 전부터 이조차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라리스를 임상현장에서 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약값은 비싸고,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다른) 더 비싼 약도 다 보험이 되고 있지 않나? CAPS 환자들은 치료받으면 다 사회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다른 질병의 경우 정말 비싼 치료제를 급여로 처방받더라도, 그 아이가 실제로 사회에서 한 몫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CAPS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조금 키가 작고, 왜소하고, 인지기능이 경계성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 설사 키가 작고 인지기능이 경계라도 해도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 아이들한테는 치료를 했을 때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나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인데 왜 이런 아이들에게는 투자가 안되는 지 정말 모르겠다. 

-키너렛과 일라리스를 비교한 연구도 있는가? 물론 편의성 측면에서 일라리스가 낫겠지만, 데이터로 나온 게 있는지 궁금하다.  

=없다. 환자 수가 너무 적어서 이런 head to head 임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질환으로 진단받더라도 환자들마다 증상이 다 다르다. 증상이 다 다르면 약에 대한 반응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일란성 쌍둥이 환자 케이스가 있는데, 유전자도 같고 자라온 환경도 같지만 증상도, 치료 반응도 달랐다. 

-간접 비교 데이터는 있는가? 

=있긴 한데, ‘둘 다 효과가 좋았다’ 정도의 결론이다. 

-임상적 유용성은 분명 좋은 것으로 확인되는 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급여평가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약제들이 최근들어 종종 나오는 것 같다. 보험당국은 이 과정에서 제약사에 신청가격을 더 낮춰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분명히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좋은 치료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약제인데, 재정문제 때문에 등재가 지연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임상의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일라리스 같은 경우에는 이보다 더 비싸고 환자도 많은 약들도 다 보험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속상한 마음이 너무 커진다. 약값이 비싸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CINCA 환자들의 경우엔 키너렛이 있긴 하나, 365일 매일 주사해야 하고 국내에는 미허가 제품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 환자, 보호자, 진료현장에서는 치료의 어려움이 너무 큰 약제이다. 특히 CINCA를 제외한 다른 아형의 CAPS환자나 TRAPS/crFMF환자의 경우엔 현재는 치료가능한 약제조차 없는 상황이라, 의료진 입장에서 일라리스의 국내 도입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이상반응이 많은 다른 염증조절 치료제와 달리 근본적인 맞춤치료가 가능한 약제이기 때문에 일라리스 급여 필요성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국민이라고 한다면 소아 희귀질환에, 특히 CAPS처럼 이 아이들을 치료했을 때 사회에 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경우라면 특히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희귀질환에 속한 질환들 중에서도 CAPS처럼 그 수가 너무 적으면 오히려 신약 사용에 더욱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우라나라에서 정밀의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밀의료는 정확한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정확한 타이밍에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확한 환자란 유전자를 포함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환자를 의미하며, 정확한 치료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그 질환의 기전에 가장 맞는 약을 환자의 환경까지 고려해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한 명의 환자가 있더라도 그 한 명을 상담하고 임상하기 위해서 자본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있는 약을 쓰는 것에 대해서 선택지는 뺏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하면 치료받을 권리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일라리스도 치료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를 할수록 좋다. CAPS 환자는 뼈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는 키너렛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치료했던 환자들을 보면 손상된 뼈가 약물 사용으로 리모델링되는 것을 관찰했다. 물론 기간은 6~7년이 걸렸지만 거의 정상적인 모양으로 돌아왔다. 이런 손상은 초기에는 전형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를 하면 뼈의 손상뿐 아니라 병이 진행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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