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 국민동의청원 5만 돌파에도 웃을 수 없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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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델비' 국민동의청원 5만 돌파에도 웃을 수 없는 환자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1.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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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성원 뒤 넘어야 할 산 여전"
"엔허투 사례, '청원≠급여'…기대했던 환자들 상실감 빠질 수 있어"
이두리 대표 "삼중음성유방암의 현실 먼저 알려야"

삼중음성유방암을 타겟한 첫 표적치료제 트로델비(성분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이달 15일 오후 2시 40분을 기점으로 국민동의청원 5만 명을 넘어서며 성원을 채운 가운데 관련 환자단체가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환자들의 기대감이 상실감으로 변화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뉴스더보이스에 전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유방암 4기 항암제 신약인 트로델비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 이달 9일 목표인원에 12% 수준인 6330명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었다. 그러나 청원인과 삼중음성유방암환우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원 동참을 호소하며 분위기가 반전 되면서 14일을 기준으로 성원 인원이 급속히 증가했다.

15일 오전 10시 기준 4만 명의 청원 동의를 채운 뒤 같은 날 오후 2시 40분을 넘어서며 성원 인원 5만 명을 채웠다. 이후 열기가 이어지며 오후 8시 기준 5만 2000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소식에 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단체인 '우리두리구슬하나' 이두리 대표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던 바가 이뤄져서 기쁘다"면서도 "환자들의 기대가 높았던 청원이 성원이 된 것을 희망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이두리 대표는 엔허투의 사례를 언급하며 "성원이 됐다고 해서 트로델비의 급여가 바로 될 것으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실은 급여가 되기까지 많은 절차가 남아 있고, 약제의 가격을 정부와 제약사가 맞춰야 하는 가장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 마냥 웃을 수많은 없다"고 짚었다.

엔허투는 지난해에만 2건의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와 모두 5만 명이라는 성원을 채우는 결과를 얻었지만 암질심 이후 이달 12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약사가 제시한 약가를 심평원이 수용하지 않아 재심의로 결론이 났다. 엔허투의 약평위 상정은 내달 다시 재기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두리 대표는 유방암 중 가장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은 '삼중음성유방암'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다른 종류의 유방암과 달리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2(HER2)가 없는(음성) 암을 말한다. 이로 인해 기존 항암제로 치료해도 성적이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유방암 발병 연령이 50대 이후 여성에게서 나타나는데 반해 삼중음성유방암은 30~40대에서 주로 발병하는 특장점도 지니고 있다. 5년 생존율 역시 다른 아형의 유방암이 30%를 넘어서는데 반해 1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다른 유방암에 사용되는 호르몬 요법도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효과가 없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화학 요법이나 일부 표적 요법을 사용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두리 대표는 "무엇보다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트로델비가 왜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인지를 설득할 수 있고 정부도 이 약이 왜 환자들에게 투여되어야 하는 지 당위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로델비는 누구보다 내가 더 간절하게 바라는 약이기도 하다"면서 "이처럼 간절하게 바라는 환자들의 청원이 제약사의 약가 제시로 미끄러지는 것이 속상하고, 정부가 재원을 이유로 지연시키는 것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두리 대표는 마지막으로 "청원이 올라왔을 때 성원이 되더라도 급여가 바로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알았으면 한다"면서 "급여가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환자들에게 큰 실망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와 제약사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열수 있도록 완만한 협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올해 삼중음성유방암의 날(매년 3월 3일)을 맞아 서울 소재 대규모 강당에서 정부측 관계자를 초빙한 토크 콘서트를 예정 중에 있다. 행사 일정이 확정되면 '우리두리구슬하나' 공식 카페와 뉴스더보이스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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