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 스페비고, 급여 물꼬…신속등재 5개 약제 면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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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기다린 스페비고, 급여 물꼬…신속등재 5개 약제 면면 보니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11.0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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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급성 악화부터 유전성 루게릭병까지…생명 위협·장기 손상 막을 치료 시급
기존 치료 있어도 표적치료 공백…대체약 유무·치료 위치는 품목별 차이
내년 1월까지 결정신청…100일 절차 순항 땐 4~5월 등재 가능

국내 허가 후 3년이 넘도록 건강보험 문턱을 넘지 못한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제 ‘스페비고주’의 급여권 진입에 물꼬가 트였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장기간 이어진 급여 대기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선정된 약제는 스페비고를 비롯해 아감리현탁액, 조엔자정, 칼소디주, 아이커보정 등 5개다. 급성 악화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질환부터 근육·신경·면역계·간의 손상이 누적되는 진행성 질환까지 치료 대상이 다양하다. 기존 치료법이 있더라도 원인 경로를 겨냥한 약물이 부족하거나, 기존 약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치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정 업체들이 내년 1월까지 약제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100일 등재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4~5월께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 등재 시점은 신청일과 평가·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진=챗GPT]
이번에 선정된 약제는 스페비고를 비롯해 아감리현탁액, 조엔자정, 칼소디주, 아이커보정 등 5개다. 급성 악화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질환부터 근육·신경·면역계·간의 손상이 누적되는 진행성 질환까지 치료 대상이 다양하다. 기존 치료법이 있더라도 원인 경로를 겨냥한 약물이 부족하거나, 기존 약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치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챗GPT]

스페비고, 허가 3년여 만에 급여 진입 속도

레오파마의 스페비고주(스페솔리맙)는 2023년 8월 9일 국내 허가를 받았다. 원개발사는 베링거인겔하임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레오파마가 인수한 제품이다. 적응증은 전신 농포성 건선 성인 환자의 급격한 악화 치료다. 허가 후 3년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신속등재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급여권 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피부에 광범위한 농포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한 급성 악화는 패혈증이나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기존에도 전신치료와 면역억제 치료가 사용됐지만, 급성 악화에 특화된 치료 근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페비고는 염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인터루킨-36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치료제다. 성인 53명이 참여한 Effisayil-1 연구에서 투여 1주 후 눈에 보이는 농포가 사라진 환자 비율은 스페비고군 54%, 위약군 6%였다.

이번 선정은 급성 악화 때 사용할 표적치료제가 허가되고도 보험 적용을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감리, 진행성 근육질환에 새 선택지…기존 스테로이드와 차별성 관건

넥세라파마코리아의 아감리현탁액(바모롤론)은 뒤쉔 근디스트로피(DMD) 치료제다. 국내 허가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DMD는 소아기부터 근력 저하가 진행돼 보행능력을 잃고, 심근병증과 호흡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기능 손상이 장기간 누적되는 만큼 조기부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기존 치료로는 프레드니손·프레드니솔론, 데플라자코르트 등 스테로이드가 사용된다. 아감리 역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의 경구치료제로, 기존 약물과 비교한 운동기능 유지 효과와 장기 투여 부담이 주요 평가 지점이다.

4세 이상 7세 미만 남아 121명을 대상으로 한 24주 연구에서는 아감리 6㎎/㎏/일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일어서기, 6분 걷기, 10m 걷기·달리기 지표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기존 치료가 존재하는 가운데 환자별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폭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조엔자·칼소디, 유전자 이상에서 비롯된 질환 표적

베르토코리아의 조엔자정(레니올리십인산염)은 지난 7월 10일 국내 허가됐다. 1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의 활성화된 PI3K 델타 증후군(APDS)을 치료한다.

APDS는 유전자 변이로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반복적인 세균·바이러스 감염과 림프절 비대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림프종 위험을 동반한다. 감염과 면역 이상이 지속되면 장기 손상도 누적될 수 있다.

면역글로불린 보충, 항감염제, 시롤리무스 등 관리 수단은 있지만, 조엔자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PI3K 델타 신호 경로를 직접 억제한다. 기존 증상·합병증 관리와 구분되는 표적치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증·불응성 환자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도 고려되지만, 이를 약물치료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바이오젠코리아의 칼소디주(토퍼센)는 지난해 8월 20일 허가됐다. 치료 대상은 SOD1 유전자 변이가 있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성인 환자다.

ALS는 운동신경세포 손상이 진행되면서 사지 마비, 연하장애, 호흡부전을 일으키는 치명적 질환이다. 릴루졸과 에다라본 등 기존 약제가 있지만, 칼소디는 SOD1 mRNA를 표적으로 단백질 생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존 ALS 약제의 존재만으로 이러한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를 충분히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칼소디의 미국 가속승인은 신경손상 바이오마커인 혈중 뉴로필라멘트 경쇄(NfL) 감소를 근거로 이뤄졌다. 생존 연장이나 운동기능 회복 효과가 확정된 것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커보, 기존 간질환 치료 반응 부족한 환자 겨냥

입센의 아이커보정80밀리그램(엘라피브라노)은 지난해 7월 24일 국내 허가됐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성인 환자 중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에 반응이 불충분하면 UDCA와 병용하고, 내약성이 없으면 단독으로 투여한다.

PBC는 간 내 담관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담즙 정체와 간 손상이 지속되면 간경변·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커보는 담즙산 조절과 간 염증 등에 관여하는 PPAR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경구치료제다.

기본 치료제인 UDCA가 존재하지만, 아이커보는 그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를 겨냥한다. 성인 1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2주째 생화학적 반응률은 아이커보군 51%, 위약군 4%였다. 다만 이러한 지표 개선이 장기 생존이나 간이식 위험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같은 후속 치료 영역의 비교 약제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20일 UDCA에 내약성이 없거나 반응이 불충분한 성인 PBC 환자를 위한 길리어드의 리브델지캡슐(셀라델파리신이수화물)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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