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불량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버제니오 요법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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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후 불량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버제니오 요법 이번에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3.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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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10기 암질심 첫 회의에 재상정...5년 추적자료 보강 통과 기대

유방암은 흔히 '착한 여성암'으로 불린다. 암에 '착한'이라는수식어를 붙이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다른 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제도 많고 5년 생존률도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어서 그렇게 불린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가령 30대 이하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이른바 삼중음성유방암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착하지 않은 여성암'이다. 

'착한 여성암' vs '착하지 않은 여성암'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의 서면질의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답변한 내용을 보면, 조기 유방암 치료제는 17개 성분 21개 품목이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많다. 치료 성적도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조기 유방암도 재발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조기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인체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HER2-)등이 흔히 발견되는 유형이다.

그런데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의 약 10~20%는 수술 후 1~2년 내 재발 또는 전이를 경험하고 있고, 재발 이후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림프절 전이 양성이면서 종양 크기가 5cm를 넘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림프절 전이 양성인 경우 2~3기인 저위험군보다는 60개월 사망률이 2배 이상, 1기 또는 림프절 음성인 저위험군보다는 5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조기 유방암 환자라고 해도 림프절 전이가 많을수록, 또 종양 크기가 클수록 재발 위험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의 5년 내 재발 가능성은 저위험군 환자 대비 3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고위험군, 5년 내 재발률 저위험군 대비 3배 이상 높아

임상현장과 환자들이 이른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yclin Dependent Kinases, CDK) 4&6 억제제인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급여 등재를 손꼽아 기다리는 건 이런 재발 고위험군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버제니오는 2019년 5월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아로마타제 억제제 또는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서 쓰도록 허가됐고, 2020년 6월 급여목록에 등재돼 현재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후 2022년 11월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에게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2년간 내분비요법과 병용해서 쓰도록 허가를 추가로 받았다.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적응증을 획득한 것이다.

버제니오를 보유한 릴리는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의 좋지 않은 예후를 고려해 허가와 함께 신속히 급여확대 절차를 밟았는데, 아쉽게도 항암요법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에 2023년 5월 상정됐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암질심의 심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버제니오 급여확대안이 기각된 건 추적 임상 데이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질심 테이블에는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monarchE' 임상 4년 추적 데이터가 올라갔는데, 머지 않아 나올 5년 추적 데이터까지 살펴본 뒤 결정하자는 게 '급여기준 미설정' 사유였다는 후문이다.

릴리 측은 이런 암질심의 요구를 반영해 작년 10월 급여확대 신청서를 다시 내면서 이 부분을 보강했다. 마침 같은 달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2023 ESMO Congress)'에서 'monarchE' 임상시험의 5년 추적 연구 결과가 발표됐던 것이다.    

5년 추적 데이터 통해 임상적 가치 재확인

다행히 5년 추적관찰 성과도 좋았다. 버제니오 병용군과 대조군간 IDFS(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DRFS(원격 무재발 생존율) 차이는 5년차까지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코호트 1의 버제니오 병용군과 대조군의 IDFS 절대값의 차이는 2년차 3.2%p, 3년차 5.1%p,  4년차 6.4%p, 5년차 7.9%p로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5년 시점에서 버제니오 병용군은 대조군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약 33% 감소시켰다(p<0.001). 

DRFS 또한 2년차 2.9%p에서 5년차에는 7.1%p까지 벌어졌고, 5년 시점 원격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율은 약 33%로 나타났다(p<0.001).

사실 재발 고위험군 조기 유방암에 대한 버제니오의 가치는 암질심 첫 테이블에 오르기 전에도 임상전문가들이 인정했던 사안이었다. 

가령 미국의 국립종합암네트워크(이하 NCCN) 치료 가이드라인은 HR+/HER2- 고위험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의 근거 수준을 기존 '카테고리 2A'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카테고리 1'로 2023년 3월 상향 조정했다.

한국유방암학회도 같은 해 4월 개정한 10차 유방암 진료권고안에서는 HR+/HER2- 유방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중 4개 이상의 림프절 침범이 있거나, 림프절 1~3개 양성이면서 종양크기가 5cm 이상 또는 종양 3등급의 고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의 재발율을 줄이기 위해 버제니오 요법을 '근거수준 1', '권고 등급 A'로 언급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이미 최우선 요법으로 권고

정리하면 임상전문가들은 이미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 대한 최적의 치료법으로 버제니오 요법에 주목했던 것이고, 암질심이 요구했던 5년 추적관찰 데이터는 이런 기대와 가치를 충분히 뒷받침해 줬다고 볼 수 있다.

3월 6일은 전문학회가 추천한 임상전문가 숫자가 대폭 확대된 10기 암질심 첫 회의 날이다. 그런 점에서 버제니오와 같은 임상적인 성과를 입증한 약제들에 대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31일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호르몬 양성 3기 환자의 배우자가 버제니오에 대한 신속한 급여확대를 호소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렇게 호소했다. 

"작년 11월에 버제니오라는 표적 치료제가 나와서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보였습니다. 문제는 2년동안 복용해야 하는 비급여 신약이어서 치료제 비용이 5천만원 정도라고 합니다...경제적으로 힘들어 사용도 못해본다면 얼마나 비통한 맘이 들겠습니까? 남아 있는 가족이나 남편분들의 상심이 아내를 암으로 고생하다 좋은 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도 못해보고 보낼 수 밖에 없다면 남아있는 가족이나 남편분들은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요? 하루 속히 급여로 바꿔주셔서 오늘 이 시간에도 재발로 힘들어 하는, 또는 죽음을 맞이하는 환우들의 빛이 돼 주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복지부는 작년 국감 서면질의에 대해 "조기 유방암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아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에 적극 공감하며, 조기 유방암 재발 예방을 적응증으로 하는 약제 급여등재 신청 시, 비용효과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절차에 따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임상적 가치나 진료현장, 환자들의 요구도는 이미 충분히 무르익은 듯하다. 이제는 속도다. 이번 암질심을 넘어 보다 신속히 절차를 진행하는 게 고통과 두려움에 노출된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들과 가족들의 기대에 정부와 보험당국이 화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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