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약제상] 홀대받은 늦깎이 만성골수성백혈병 신약 '보술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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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의 약제상] 홀대받은 늦깎이 만성골수성백혈병 신약 '보술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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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1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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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2024년 새해 첫날부터 만성골수성백혈병 2세대 표적치료제 “보술리프”(성분명:보수티닙)가 건강보험 신규 등재되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3년 1월 12일 식약처 허가되어 그동안 연간 약 2,500만원을 비급여 약값으로 지불했던 환자들은 약 125만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보술리프는 2001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1세대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에 이어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등재된 “스프라이셀”(성분명:다사티닙), “타시그나”(성분명:닐로티닙), “슈펙트”(성분명:라도티닙)와 같은 2세대 표적치료제다.

미국 FDA에서는 2012년 9월 4일 승인받았고, 특히 심장 및 혈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인자를 보이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부작용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10년 이상 늦게 식약처 허가를 받은 늦깎이 신약이다. 그 사이 T315I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한 환자의 치료에 특화된 3세대 표적치료제 “아이클루시그”(성분명:포나티닙)가 2018년부터 건강보험 등재되었다. 여기에 4세대 표적치료제 “셈블릭스”(성분명:애시미닙)도 2023년부터 건강보험 등재되었다.

보술리프는 “새로 진단된 만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과 이전요법에 내성 또는 불내약성을 보이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를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기준에서는 “새로 진단된 만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적응증은 빠졌다. 18세 미만의 소아 환자도 제외되었다. 선행요법의 유형에서도 1차 치료제인 글리벡만 포함되고 동일한 1차 치료제인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는 삭제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매티닙(상품명: 글리벡)이 포함된 선행요법’에 저항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에 해당되는 18세 이상의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투여단계 2차 이상」적응증으로 대폭 축소된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설정되었다.

효과 좋은 신약이 계속 출시되면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약을 먹으며 장기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약 복용을 중단하고도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약 복용을 중단할 정도의 치료 효과를 얻으려면 내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약을 중간에 변경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3명 중 1명은 1차 치료제로 처음 선택해 사용했던 약을 중간에 바꾼다는 것이다. 약을 바꾸면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는 수준의 치료성적을 얻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따라서 신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1차 치료제 선택한 약을 바꾸지 않고 계속 복용하면서 좋은 치료성적을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가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되어 사용할 수 있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심장 및 혈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인자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부작용 발생 우려로 처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특히 심장 및 혈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인자를 보이는 환자에게 먼저 고려될 수 있는 보술리프가 1차 치료제로 신속하게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보술리프의 식약처 허가 적응증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 입장에서는 ‘저항성 또는 불내성’, ‘내성 또는 불내약성’ 등 이해가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고, 동일한 의미를 ‘저항성’과 ‘내성’, ‘불내성’과 ‘불내약성’으로 다른 용어로 표현해 통일성도 없다. 이것은 환자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해당 환자들의 정보접근권과 알권리를 저해한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식약처 허가 적응증과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설정했을 때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고, 어려운 용어는 해설을 붙이는 등 환자의 건강문해력을 높이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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