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통증' 심한데 내 상태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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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통증' 심한데 내 상태를 말할 수 없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9.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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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차별과 낮은 질환 이해도' 영향 '속앓이'
김종화 과장 "조기 진단과 적극 치료로 삶의 질 개선 가능"

당뇨로 인해 나타나는 통증을 자각하는 환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통증이 일단 시작되면 이는 또 다른 질환이 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당뇨병성 말초신경염 또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지칭한다.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에 오랜 기간 노출돼 말초 신경에 장애가 생겨 발생되는 질환으로 당뇨환자 중  30% 내외에서 나타난다. 

당뇨합병증의 대표주자 격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5개국가 설문조사에서 한국 환자들은 '당뇨병과 통증 간 연관성을 알고 있다'고 86%가 응답해 높은 인지도를 보였으나 실제 증상 초기에 당뇨병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다른 증상 또는 노화)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아 질환에 대한 지식과 실제 경험 간에는 차이를 보였다. 

21일 비아트리스코리아는 9월 통증 인식의 달을 맞아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총 5개국 신경병증성 통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 963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서 '진단 받기 전 당뇨병과 통증 간 연관성을 알고 있다'고 답한 국내 응답자는 86%로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글로벌 평균은 61%에 불과했다. 반면 실제 초기 증상이 발현됐을 때는 당뇨병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기존에 있었던 다른 증상(67%)으로 생각하거나 노화로 인한 것(45%)으로 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환자들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진단 받는데 걸리는 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평균은 첫 징후 또는 증상이 나타난 후 '4개월 이내'라고 응답한 것에 반해 한국은 6개월로 2달 늦었다. 

5개국 평균에서 응답자 대다수가 초기 증상 발현 후 6개월 내 최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한국은 최종 진단까지 12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진단받기 전 다른 질환으로 진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국내 환자의 비중도 61%로, 5개국 평균치(43%)보다 높았다.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매우 또는 완전히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국내 환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73%가 질환으로 삶에 ‘매우 또는 완전히 영향' 받았고, 5명 중 3명은 질환으로 인해 직장에서 장기 휴가와 활동 등을 조정해야 했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나라의 환자 절반 가량이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해 전반적인 감정 상태(글로벌 52%, 한국 55%), 운동 능력(글로벌 52%, 한국 63%), 그리고 수면의 질(글로벌 9%, 한국 57%)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들은 다시 회복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52%, 한국 52%). 특히, 국내 환자들은 통증으로 인해 장애가 생긴 것 같다고 느끼거나(61%), 통증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짐이 되거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각각 56%, 55%). 

질환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지를 묻는 설문에서 한국 환자들은 100명 중 5명(5%)만이 본인의 상태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스페인 23%, 이탈리아 26%, 멕시코 35%, 말레이시아 1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말히자 못하는 이유에 환자들은 '차별에 대한 두려움'(37%)과 '질환을 이해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37%)을 꼽았다. 뒤를 이어 직장생활에서 불이익(36%)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질환을 의약품으로 치료 중이라고 응답한 국내 환자는 54%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물리치료(37%), 국소치료제(36%), 건강기능식품(34%)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만성적인 진행성 질환으로 만성 통증, 발 궤양, 발 감염을 비롯하여 심한 경우 절단술까지 필요할 수 있고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증가한다"면서 "시기적절한 진단은 돌이킬 수 없는 신경 손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이 증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설명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조기 진단 및 치료로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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