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중심 행정' 외친 정기석 이사장, 공룡조직 건보공단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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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중심 행정' 외친 정기석 이사장, 공룡조직 건보공단 바뀔까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9.1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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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구조·전달체계 개선 필요, 공단 역할 한계 "과도한 지출 억제해야"
특사경 법제화 평소 생각…"신입사원으로 3년간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  

의학적 전문성과 근거중심 원칙과 소신을 지닌 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 그가 취임 두  달 만에 보건의료 전문언론 앞에 섰다. 

정 이사장은 불편한 의료현실과 의료계 행태를 가감 없이 피력하면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 그리고 보건복지부에 흔들리지 않은 인사권을 천명했다..

정기석 이사장.
정기석 이사장.

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공단 수장의 원칙과 소신이 임기 3년 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

정기석 이사장(1958년생)은 서울의대 졸업(1983년) 후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와 한림대의료원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으로 발탁되어 공직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임상의사이다.

윤정부 출범 당시 복지부장관 후보자 하마평에서 거론되는 등 전문성과 정무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한식당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제도와 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의료 공급자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다. 원주 본사를 중심으로 전국 지사 등 1만 5000여명의 임직원이 현지확인과 민원 등을 명분으로 요양기관을 감시한다. 

의료계에서 공룡 조직으로 불리며 의료기관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의사 출신 이사장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과연 공단 직원들이 바뀔까.

정 이사장은 "공급자로 공단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보험자로서 공단의 역할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소통과 배려로 공단을 이끌어 가려한다.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중심으로 보건복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건강보험공단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정 이사장은 "수입과 노동 강도에 인한 기피과 문제와 젊은 의사들의 워라벨 현실에서 근본적 수가구조 개편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고민은 공단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그러나 재임 기간 동안 좀 더 나은 방향이 되도록 애를 쓰겠다"고 전했다.   

■과거와 동일한 공단 입장…정기석 이사장 근거중심 행정 철학 투영 '미흡'

의료생태계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정책과 예산을 쥐고 있는 복지부와 기재부를 설득하는 것이 녹록치 않음을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이미 체험한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근거중심 행정도 천명했다.

의사 출신인 정기석 이사장은 과도한 검사 등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억제 필요성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피력했다.
의사 출신인 정기석 이사장은 과도한 검사 등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억제 필요성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피력했다.

정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근거중심으로 행정을 하라고 전달했다. 다시 말해 근거 없는 행정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40년 동안 의사로서 근거중심의학(EBM)을 바탕으로 살아왔고, 이를 신뢰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 수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의료분야 원가 분석을 통해 과한 지출을 조정해 해당 의료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불필요한 검사와 비침습적 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게 의사로서 철칙이라고 전제하고 반론이 있겠지만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소신과 원칙을 분명히 했다.

정기석 이사장의 철학이 건보공단 임직원들에게 투영됐을까. 미안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건보공단에서 작성한 기자들의 사전질의 답변서를 보더라도 기존 입장과 동일한 내용 일색이다.

수장은 근거중심 행정을 외치지만, 팔과 다리는 과거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 문제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기석 이사장이 특사경 반대에서 찬성 입장으로 건보공단 임원들에게 설득 당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정 이사장은 "특사경은 이사장직 이전부터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사무장 요양병원 화재 사건을 접하면서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며 "여야 의원실을 방문해 특사경 법안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공단 지사 능력 있는 직원들 발굴 인사 반영 "조만간 심평원장과 협력 방안 논의"

건강보험공단 팽창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심사평가원과 불협화음은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이다.

그는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케미가 썩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 반목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조만간 심사평가원장과 만나기로 했다. 의료인 출신 기관장들이 만난다고 개선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각자 할 업무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양 기관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참석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하지 않고 답변을 이어가는 정기석 이사장 모습.
참석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하지 않고 답변을 이어가는 정기석 이사장 모습.

참석 기자들의 질문 시간제한 없이 솔직하고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간 정 이사장은 관료주의 공직자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정 이사장은 "질병관리본부장 때도 누구의 간섭이나 청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건보공단 직원들을 다 파악한 것은 아니다. 174개 지사에서 능력 있는 직원들을 발굴해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저는 건강보험공단 신입사원이다. 3년 임기 후 떠나지만 직원들은 입사 선배들이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5100만명의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나가겠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기는 3년이다. 임기 동안 건강보험 재정 수문장으로 의료계와 불편한 상황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정기석 이사장의 원칙과 소신 핵심인 근거중심 행정이 공룡조직 건강보험공단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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