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속도내는 중증천식 치료제...반가우면서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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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속도내는 중증천식 치료제...반가우면서 걱정되는 이유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6.2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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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증천식 환자들은 질식할 것 같은 증상과 공포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질환과 비교해도 심각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약제가 나왔는데도 환자들이 쓰지 못한다. 우리가 너무 관심을 갖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지영구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이 지난 2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던진 말이다. 

환자들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임상의사의 심정이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지영구 이사장 뿐 아니라 주제발표자인 같은 학회 소속의 서울아산병원 송우정 알레르기내과 교수와 한양대병원 김상헌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발표 내내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김상헌 교수는 돈이 없어서 비급여인 고가 생물학적제제를 쓰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치료대안이 있다고 말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는건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환자 치료 접근성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학술대회에서 '고상하게' 의학적 토론만 해왔다며, 스스로 반성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종성 의원은 "그동안 희귀·중증난치질환과 관련한 많은 토론회를 열었는데 오늘처럼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자리는 드물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외견상으로는 좋은 분위기에서 원활하게 진행된 토론회같지만, 임상의사가 임상을 넘어서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씁쓸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임상의사도 치료제 급여등재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천식알레르기학회가 현실에서 배운 교훈인 것이다.

송우정 교수 발표자료에서 발췌.
송우정 교수 발표자료에서 발췌.

그나마 반가운 건 중증천식에 쓰는 생물학적제제가 이르면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7월 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는 심사평가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이 전한 소식이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같은 학회 소속의 분당서울대병원 장윤석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유미영 실장은 반가운 소식과 함께 우려스런 소식도 함께 전했다. 현재 중증천식 치료 생물학적 제제 중에서는 오말리주맙이 유일하게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고, 대상환자군이 일부만 겹치고 상당수는 다른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라리주맙, 두필루맙 등 4개 약제는 비급여 상태에 있다. 

이중 3개 약제가 현재 급여등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경쟁이 붙다보니 어떤 약제는 '일반등재' 트랙으로, 또 어떤 약제는 '위험분담제' 트랙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미영 실장 얘기로는 이 가운데 가장 빠른게 '일반등재' 트랙을 밟고 있는 약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반등재' 트랙을 밟는다는 건 경제성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고, 표시가격(등재가격)과 실제가격이 동일한 상한금액으로 등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위험분담제' 트랙은 경제성평가를 동일하게 수행하지만 대개 표시가격과 실제가격이 달리 정해진다. 자국의 보험가격을 정할 때 한국가격을 참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은 실제가격은 더 낮추더라도 등재가격인 표시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하는 이런 '이중약가' 방식을 선호한다. 

중증천식치료제의 경우 위험분담제 적용대상인지부터가 아직은 논란이지만, 이미 이 트랙으로 등재된 중증아토피치료제 사례를 보면 무리한 접근은 아니다. 또 '이중약가'를 적용하더라도 보험재정이 더 들어가지는 않는다.

문제는 대상환자군이 유사한 선발약제가 '일반등재' 트랙을 밟아 먼저 급여 평가가 이뤄지면 뒤따르는 약제가 '위험분담제'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실제가격은 선발약제 급여평가 가격보다 더 낮추더라도, 표시가격(등재가격)은 더 높여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같이 평가가 진행되지 않으면 보험당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사약제가 뒤따라 가지 못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는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대상환자군이 겹치면 굳이 복수로 여러 개 약제가 한꺼번에 등재될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생길 수 있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타깃 환자군이 유사해도 약제마다 임상효능에 차이가 있어서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약제가 등재되는 게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의 효능 개선여부는 '급성악화', '폐기능 개선', '경구스테로이드 감량', '삶의 질' 등으로 평가하게 되는 데,  김상헌 교수의 이날 발표내용을 보면, 메폴리주맙의 경우 '폐기능 개선' 효과는 레슬리주맙보다 낮지만, '경구스테로이드 감량' 효과는 메폴리주맙이 더 뛰어나다.

경구스테로이드는 이날 토론회 첫번째 발표자인 송우정 교수가 장기적으로 심한 약물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며, 이걸 감량하는 게 중요한 치료대안이라고 강조했던 지표였다.

약제들의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환자에게는 메폴리주맙이나 레슬리주맙,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게 아니라 둘 다 있는 게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더 유리하다.

중증천식 치료 생물학적 제제는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지 이미 7년이나 된 약제도 있을만큼 급여등재가 늦었다. 그래서 7월 약평위 상정 약제가 있다는 건 환자와 임상의사들에게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발약제가 '일반등재' 트랙을 밟아서 이후 다른 약제들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치료제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일이다.

중증천식 치료 생물학적 제제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오말리주맙은 국내 허가 후 등재까지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초기에는 위험분담제도 자체가 없었고, 이후에는  위험분담제 적용을 받기 어려워서 길어진 세월이었다. 

심지어 중국이 가격을 정하면서 한국 약가를 참조하기 시작하자, 등재절차 막바지에서 절차를 중단하고 중국이 등재된 뒤에야 국내 보험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런 걸 제약계에서는 '코리아패싱'이라고 부른다. 하루하루가 '고통과 공포의 연속'인 환자들에게 이 13년은 길어도 너무 긴 세월이다. 더구나 '코리아패싱'이라니.

오말리주맙과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또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제가 투여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정부와 보험당국이 숙고해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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