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NIP 확대, 모든 시나리오 비용효과적이지 않아"
상태바
"HPV 백신 NIP 확대, 모든 시나리오 비용효과적이지 않아"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3.20 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연, 연구결과...여아 9가 전환, 가격 30% 인하하면 충족

정부가 국정과제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에 12세 남아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사업이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아 대상 9가 백신 전환의 경우 민감도 분석에서 가격을 30% 이상 낮추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연구책임자 유수연)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수행한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에서 이 같이 결론냈다.

19일 관련 보고서를 보면, 이번 연구는 현행 NIP와 비교해 12세 여아 대상 9가 백신 접종(시나리오 A), 12세 남녀 대상 9가 백신 접종(시나리오 B), 현행 NIP에 12세 남아 대상 4가 백신 접종 추가(시나리오 C) 등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행됐다. 

HPV NIP는 2016년 6월 도입됐는데, 현재는 만 12세 여아만을 대상으로 한다. 백신은 바이러스 2개(2가) 또는 4개(4가)를 예방하는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HPV 16/18 감염에 대해서는 2/4/9가 HPV 백신 간 예방 효과상의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2/4가 HPV 백신의 경우 HPV 31/33/45/52/58 감염에 대한 교차보호 효과가 일부 확인됐지만 HPV 9가 백신의 효과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평가 결과에서는 기본분석에서 모든 시나리오가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2세 여아 대상 9가 백신 접종, 12세 남녀 대상 9가 백신 접종, 12세 남아 대상 4가 백신 접종 추가 모두 NIP에 포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다만 9가 백신 가격, 백신 효과, 할인율 등을 고려한 민감도 분석에서는 9가 백신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 여아 9가 백신 전환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가격은 8만8992원으로 제시됐다. 2021년 기준 의료기관 공급내역 자료상 평균비용이 약 13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NIP 참여 가격을 31.5% 정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2가와 4가 백신 NIP 단가는 각각 5만6550원과 6만3280원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에 대해 "연구과정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대표성이 있는 자료원을 선정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변수의 타당성을 점검하려고 노력했으나, 수많은 변수가 경제성평가에 활용되며 100% 적합한 변수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형의 불확실성 점검을 위해 비용효과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대해 다양한 민감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연구의 민감도 분석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HPV 감염율, 의료비, 비급여 의료비(고가의 수술비, 로봇수술), 기타 비용, 환자의 삶의 질, 질병 발생률 및 접종률 변화, 1회 백신 접종 등에 대해 추가적인 민감도 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또 "HPV 백신 접종에 따른 남성 대상 편익이 모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었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HPV 관련 질병 중 자궁경부암과 그 전암 단계가 질병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타 질환(구인두암, 편도암, 항문암, 성기암, 성기사마귀 등)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각 나라의 여아 접종률에 따라 남아 대상 HPV 백신 접종의 비용효과성은 선행연구마다 일관되지 않으며, 특히 여아의 접종률이 이미 높은 경우에는 남아 접종 도입의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추후 다른 나라의 HPV 백신 남아 접종 도입상황을 검토하고, 경제성평가 모형에서도 추가적으로 고려할 요소가 있을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