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투쟁과 갈등 아닌 협력 바탕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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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 투쟁과 갈등 아닌 협력 바탕으로 가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12.22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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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달 회장, "대체조제 활성화, 정부 의지 갖고 추진해야"
日, 대체조제 비율 70%…"의사에 인센티브 주는 방안 고려해야"

"성분명처방이 의사와 약사의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으로 가서는 안된다. 대체조제를 통해 재정 절감 효과를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를 단계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의약사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약사사회 정책통인 박영달 경기도약사회 회장이 '성분명처방'을 두고 극과극의 대응태도를 보이고 있는 대한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의 태도에 '투쟁'과 '갈등'이 아닌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와함께 처방의약품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처방전에 대체조제 가능 항목을 신설하고 사후 통보 절차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조제 간소화' 방안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체조제 활성화에 나선다면 의약품 공급 부족문제와 재정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20일 뉴스더보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분명처방의 목적은 약사가 약의 선택권을 갖고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조제해 주자는 것"이라면서 "의사의 처방약을 약국이 가진 동일성분약으로 대체조제하며 발생한 재정절감 측면을 정부가 살펴보고,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본이 2006년부터 시행 중인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2006년 시범사업으로 대체조제를 시행하면서 약국은 의사가 처방전에 '변경 불가능'란에 서명하지 않은 모든 처방약은 약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제네릭(후발약)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토록 법을 개정했고, 이를 통해 재정절감 효과를 봤다.

정부는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과 대체조제 가능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2020년 기준 대체조제 비율을 70%까지 끌어 올렸다.

박영달 회장은 "일본 정부가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던 이유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이에 따르는 건강보험제도 지속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 역시 제도 시행을 전폭적으로 하지 않고 의약사가 적응하는데 시간을 두면서 단계적으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역시 제도 시행 초기에는 소극적인 약사들과 의사들의 반발을 경험했다"면서 "그러나 대체조제를 통해 의사들은 인센티브를 받고, 약국은 약의 선택권을 확보하게 되는 동시에 국민들은 본인부담금이 절감되는 경제적 유인동기까지 생겨나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대체조제 비율은 0.3% 수준이다.

박 회장은 "국내 대체조제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이는 제네릭 약가에서 경쟁기전이 부족해 나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제네릭 의약품 보험등재 상한가격은 최초 오리지널 약가(특허만료 후 오리지널 약가 70%) 대비 초기 1년은 59%, 2년차 부터는 53.55%로 설정돼 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보험적용 의약품 품목 수가 2만 2000개에 달한다. 이는 미국 2000개, 프랑스 4200개, 영국 1만 2000개 보다 과다하게 많은 수"라면서 "제네릭이 난립되는 이유는 내놓으면 팔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약가 차이로 인한 제네릭의 경쟁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대체제조가 활발하기 시행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대체조제로 인한 약가 차액은 66억 4579만원(2015~2020년까지 5년간)이었다. 30% 장려금을 의사에게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46억원이 대체조제로 절감됐다.

박 회장은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서 "같은 상황에서 대체조제율을 70%까지 높인다면 이로 인한 약가 차액은 66억에서 1조 5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정부가 대체조제율을 높여 성분명처방 효과를 누리게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재정절감 효과와 의약사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될 것"이라면서 "정책 시행 과정에서 대체조제라는 용어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해 오해의 소재를 줄여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제네릭 난립, 정부 강력한 정책 시행 통해 품목 수 줄여야

박 회장은 제네릭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품목 수 제한 등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2020년 9월 기준 볼 때 로수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모사프라이드, 세파클러, 플루코나졸 등이 제네릭 보유 최다 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평균적으로 135개 제네릭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로수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모사프라이드 등은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가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면서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처럼 제네릭을 최소 2개에서 최대 18개 정도로 규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네릭의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네릭 품목 규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제네릭 역시 가격경쟁력을 통해 재정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네릭의 품목 수 제한과 함께 '한미약품 아스피린'과 같이 의약품 이름을 회사명과 성분명으로 표기하는 국제일반명(INN) 의무화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제네릭'이라는 용어가 가진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요구했다.

박영달 회장은 "제네릭을 복제약, 카피약으로 지칭하면 이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부정적이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이 제네릭을 후발약으로 지칭하듯 개선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용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약품 품절 문제, 장기처방·유통 과정 정부 개입 필요"

박영달 회장은 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약 품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안으로는 91일 이상 장기처방의 일시적 제한과 매점매석이 발생 하지 않고 적정 배분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의약품 품절은 결국 수급의 문제"라면서 "당장 필요한 약제가 아니라면 91일 이상 조제분에 한해 제한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레놀 품절 사태를 지난 이후 현재는 반품 최대 약물로 타이레놀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형약국 위주로 의약품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한쪽에서는 약이 없어 못 팔고 한쪽에서는 제품을 쌓아두다 반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조제약 배달 관련 약사법 개정 

박영달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약사사회 최대 현안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배달약 관련 약사법 개정을 꼽았다.

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으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무분별하게 조제약이 배달되거나 불법적 의료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일부 플랫폼은 '원하는 약 처방받기'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약을 '쇼핑'하도록 유도했고, 탈모약이나 다이어트, 여드름약과 같은 의약품 처방이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국 구조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면서 "비대면 진료가 입법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벽오지나 거동불편자 등으로 한정한 대상자 규정하고, 대상약물도 감염병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자신이 사는 가까운 동네 약국에서 처방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환자와 의원, 약국이 근접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단골약국, 주치약사제 등을 도입해 과다 처방되거나 불필요한 약제 사용을 막으면서 건보재정을 절감하는 한편 국민 건강관리에 약국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조제약 배달보다 우선돼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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