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등 켜진 혈액수급...고용량철분제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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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등 켜진 혈액수급...고용량철분제 대안으로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7.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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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등재 검토 탄력...'환자혈액관리' 신속도입 필요성도

최근 백혈병환우회는 유튜브채널인 '백혈병환우회TV' 긴급 방송을 통해 혈액암 환자들이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헌혈을 당부하고 나섰다. 정부도 올해 2월 '의료기관 내 혈액수급 위기대응 체계'를 마련한다고 발표했고, 대한적십자사는 적극적인 헌혈 동참을 독려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헌혈수급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가지 이슈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환자혈액관리(PBM)'와 고용량철분제 사용이 그것이다.

부족한 혈액 이제 환자중심 관리로=수혈은 환자에게 부족한 혈액의 혈구성분과 혈장성분을 타인에게 공급받아 보충해 주는 과정을 말하는데, 특히 환자에게 혈구 성분을 수혈할 경우에는 일종의 장기이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혈은 생각보다 안전한 치료법은 아니다. 부작용으로 용혈성 부작용, 비용혈성 부작용, 감염증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ABO식 혈액형 부적합 수혈은 수혈 후 수분만에 의식장애 등 위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대응이 늦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수혈은 이처럼 적합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한국은 미국, 호주 등 외국에 비해 혈액사용량이 높아서 의료기관의 적정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환자혈액관리(PBM)'가 환자 스스로 혈액생성을 촉진하면서 수혈을 최소화하는 환자중심의 치료개념이자 다학제적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PBM은 사전에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수술 때는 혈액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생리적 보전능력을 집중관리해 치료결과를 높인다. 단순히 혈액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환자에게 수혈하게 함으로써 수혈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다. 실제 호주의 60만명 대상 다기관 대상 관찰연구에서는 PBM이 사망률(28%), 합병증 발생(21%), 뇌졸증(31%), 입원기간(15%) 등을 줄이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위기는 PBM을 더 주목하게 했다. 미국, 유럽 등 국제 전문가 그룹(43명)은 마취통증분야 한 국제학술지에서 최근 각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PBM을 신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에서도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등을 중심으로 PBM을 통한 표준치료 방식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고용량 정맥철분제 급여화 필요성이 언급됐다.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수술 때 혈액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생리적 보전능력을 집중관리해 치료결과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게 바로 고용량 정맥철분제이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고용량 정맥철분제=현재도 고용량 정맥철분제는 수술과정에서 투입되고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약제는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주(원개발사 스위스 비포)'와 한국판비오의 '모노퍼주(원개발사 덴마크 파마코스모스)'가 있다. 모두 완제수입품이다. 

빈혈관리는 신장이 망가지거나 항암제를 사용하는 심각한 기저질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과거 철분제 사용을 꺼려왔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대신 조혈모세포를 자극하는 EPO를 많이 썼다. 최근에는 생물학제제인 EPO의 가격이 비싼데다가, 그동안 고용량 철분제 사용에 따른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되면서 고용량 철분제를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정맥철분제는 통상 500mg이 투여되는데, JW중외제약 베노훼럼주, 동국제약 베노스틴주, 명문제약 훼모럼주, 국제약품 페로빈주, 비엠아이 아네럼주 등 100mg 제품이 급여 등재돼 있어서 200mg+200mg+100mg으로 3회 요법으로 시행된다. 200mg 제품으로는 마더스제약 훼렉스주가 있다.

이 요법은 예정돼 있는 수술, 이른바 '예정수술'에서는 별문제가 없지만, 수술 중 응급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고용량(500mg, 최대 1000mg) 정맥주사제가 필요하고, 사용량이 늘어난 것도 바로 이 대문이다.

속도 붙은 급여 등재 검토=고용량 철분제 국내 도입 시기는 페린젝트주사가 2010년 6월로 모노퍼주(2014년5월)보다 빠르다. 두 제품은 모두 급여목록에는 등재되지 않아 현재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다.

이중 페린젝트주사의 경우 두 차례 급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고용량 요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던 처음 시도 때는 비용효과성 뿐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까지 인정받지 못했다. 

100mg 바이알을 5개 쓰면 된다는 논리였는데, 두번째 시도 때는 임상적 유용성 부분은 극복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용효과성 벽에 부딪쳐 2018년 2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혈액수급 부족, PBM에 대한 관심 등이 페린젝트주사를 다시 급여논의의 장으로 불러냈다.

직접적인 방아쇠 중 하나는 심사평가원의 수혈적정성평가였다. 심사평가원은 최근 올해 하반기부터 수혈적정성평가를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는데, 모니터링 지표에 '수술 전 빈혈 교정률'이 포함돼 있다.

임상의사들은 '수술 전 빈혈 교정률'을 위해서는 고용량 철분제 사용이 중요하다면서 급여 등재 필요성을 어필했고, 이 것이 급여논의를 다시 촉발한 것이다. 실제 JW중외제약 측 관계자는 "임상의들의 급여등재 절차 진행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페린젝트주의 임상적 가치는 100mg 주사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베노훼럼과 비교임상에서 이미 입증됐다.

철결핍 빈혈환자에게 페린젝트 1000mg과 베노훼럼을 200mg씩 5회 투여했을 때 Hb 10g/dL 도달 시간은 7.7일 vs 10.5일, 수술 후 수혈감소 1유닛 vs 1.7유닛, 입원일수 8.3일 vs 10.6일 등으로 개선효과를 나타났다. JW중외제약 측 관계자는 "페린젝트주는 수혈 부작용은 없으면서 입원일수 감소 등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특히 1000mg은 적혈구 2~3유닛 대체 효과가 있다"고 했다.

페린젝트주 급여검토는 지난 5월 다시 시작됐으며, 이르면 8~9월 중에는 급여 첫 관문인 약평위에 상정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측은 경제성평가자료를 제출하는 등 이번에도 신약으로 등재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헌혈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혈액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PBM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고용량 철분제로 수혈을 줄이는 효과가 검증된다면 중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급여 등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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