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신약 출시 우선 고려 국가, 전체 임상 중 3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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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신약 출시 우선 고려 국가, 전체 임상 중 30% 차지"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12.0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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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 바이오파마 집중 이유" 
크리스토프 하만 GM,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 해결이 최우선 과제"
"면역항암·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 4개 분야 리더쉽 갖출 것"

세계에게 가장 오래된 제약기업 중 하나.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독일계. 제약업계 종사자라면 이 세가지 힌트에도 쉽게 머크(MERCK)를 연상할 수 있다.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던 머크는 현재 바이오파마(헬스케어), 일렉트로닉스(반도체, 기능성소재), 라이프사이언스(생명과학)로 사업 부분을 나눠 각자의 포지션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파마는 ‘세계적인 특화 혁신기업(Global Specialty Innovator)’을 목표로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연구투자를 이어오며 ▲면역항암∙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 질환 등 글로벌 신약 개발에 앞장 서고 있다. 

희귀암인 메르켈 세포암을 치료하는 바벤시오,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를 비롯해 고날에프, 퍼고베리스 등 난임분야 제제와 성장호르몬제제인 싸이젠까지 특화된 영역에서 입지를 세운 머크는 시장 규모보다는 환자의 접근성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의 지사장을 맡은 지 1년을 맞이한 크리스토프 하만(Christoph Hamann) 제너럴 매니저(GM) 역시 이 같은 머크의 전략에 발맞추는 동시에 ‘환자를 위한 한마음 (As One for Patients)’이라는 비전을 위해 자사 신약에 대한 한국 환자들의 접근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치료제 개발 현황이 말해주듯 희귀난치질환과 항암분야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 머크는 국내 바이오 벤처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어가며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뉴스더보이스는 머크의 전략과 비전을 듣기 위해 지난 11월 다국적제약기자모임과 공동 인터뷰에 나선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4년까지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2021 새 비전 선포식 이후 상당한 진척이 있었고 현재 머크가 진출한 치료 영역에서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머크는 의약품 공급을 포함한 매출 등 모든 분야에서 무조건적으로 가장 큰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현재 진출한 사업에서 리더가 되는 ‘focused leadership’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환자를 위한 한마음 (As One for Patients)’ 비전 아래 우수한 치료제에 대한 한국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희귀난치질환을 포함해 전문적 처방이 필요한 분야를 ‘스페셜티 케어’로 지정, 면역항암·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까지 4개 사업분야에서 리더십을 가지고자 한다. 그 중 난임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 분야에서 머크는 명실상부한 리더이며, 추가적으로 종양 분야에서도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과를 얻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의약품이 무엇인가?

머크는 진출한 모든 영역, 특히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실제 성과를 말씀드리자면, 난임 분야에서 고날에프, 신경면역 부분에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마벤클라드가 있다. 직장암 분야에 있어서는 얼비툭스가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고 생각을 한다. 성장호르몬 분야에서는 싸이젠이 세계 주사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다.

바벤시오가 급여화가 되면서 요로상피 세포암 표준 치료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요로상피세포암은 치료 옵션이 화학 요법뿐이었으나 바벤시오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중요한 분야 중에 하나가 내분비 질환인데, 성장호르몬 분야의 리더인 싸이젠이 있다. 

머크가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분야에서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하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들로 생명을 연장시키기도 하고, 삶을 개선시키기도 하고,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여 관련 어려움이 있는데, 국내 급여 등재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의견이 궁금하다.

한국은 선진화된 첨단 의료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건강보험(one-payer)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건강보험에 등재된다면 선진화된 모니터링 및 재평가 시스템에 따라 환자들이 예측 가능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다른 국가에 비해 급여 승인 절차가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숙제가 있다. 신약이 글로벌 첫 출시 후 한국에서 급여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총 46개월로, 약 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출시된 신약 중 33%만이 한국에 허가되었다. 한국 정부와 정책 당국의 노력은 감사하지만 이러한 낮은 신약 접근성은 선진화된 의료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 반드시 빨리 개선되어야 할 주요 문제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머크는 국내 환자를 위해 지난 1년간 혁신 신약 도입에 최선을 다했고, 급여 등재에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1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마주했던 첫 과제는 얼비툭스의 3차 RSA 계약 협상이었다. 머크는 RSA를 3번째로 협상하는 최초의 기업이었고, 정부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노력 끝에 RSA를 체결함으로써 얼비툭스를 한국 환자들에게 계속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올해 8월 1일부터 면역항암제 바벤시오가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에서 보험급여를 적용 받게 되었다. 2020년 6월 백금기반 화학요법치료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의 1차 단독유지요법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이다. OECD 국가의 경우 항암제 신약이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약 8개월(24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소 오래 걸린 것 같지만, 한국에서 항암제의 급여는 평균 2년 8개월(31.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르게 바벤시오의 급여적용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텝메코의 급여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약가참조국인 A8국가 중 6개 국가(미국, 영국, 일본,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이미 텝메코는 급여 적용이 된 상황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텝메코의 급여화는 상당히 진행이 느린 편이다.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14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약사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는 곧 임상현장에서 텝메코 치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의료진과 환자가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급여 도전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은 전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선진화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의료진의 수준도 매우 높은 매력적인 제약시장이다. 이러한 점으로 글로벌 본사에서도 신약 출시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머크 임상연구 참여 기관의 약 30%가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

-머크는 국내 바이오나 벤처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많이 하는 회사이다. 국내 제약 기업 연구 환경 조성에 투자와 협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머크는 전 세계 다양한 외부 파트너 및 학계 등과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환자들을 위한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우선 순위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경우 실제로 많은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다. 디지털 기술이나 창의성 등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 부여도 상당히 잘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 내에서 많은 혁신을 찾고 있다.

엔케이맥스와 같은 한국 바이오텍 기업들과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력을 계속할 것이고 결국 그 끝에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다수의 경우 혁신에 투자를 해도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의 신약을 얻기 위해서 수백, 수천 개의 성분과 물질들을 살펴봐야 하는 임상시험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탐색은 머크의 미래 혁신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GM으로 오게 되면서 세웠던 목표에 대해서 설명주신다면? 

첫 번째로는 한국 시장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No.1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계속해서 혁신 신약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 최대한 빨리 급여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내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적 혜택을 드리고, 머크 또한 비즈니스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재무적인 성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집중하면 비즈니스는 성장하고, 이는 또 다른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관련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머크의 노력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난임 문제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문제로 생각한다. 저도 자녀가 셋이 있기 때문에 자녀가 생김으로써 인생에서 겪는 변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열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경제학을 공부했다면 알겠지만 저출산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현재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경제적 영향은 물론 사회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야기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머크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문제로, 난임 분야의 시술 등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난임 시술이 늘어나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만혼 현상을 고려하면, 난임 치료 분야에서 기술적인 혁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머크 역시 코로나19 당시에는 난임 분야에서의 혁신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현재는 강화되고 있다. 

우수한 난임 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단백질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결합된 과배란 유도 주사제인 퍼고베리스의 급여화에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머크는 올해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낮은 출산율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범사회적 영향을 고찰하고 민간, 공공부문,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저출산 관련 연구자료를 구축하는 등의 새로운 저출산 대응 이니셔티브인 ‘퍼틸리티 카운츠 (Fertility Counts)’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음을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또한, 머크 직원들의 의료 검진 시 난소 나이검사 항목을 추가했다. 내년 1월부터는 고가의 난임 시술 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가임 지원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도 시행할 계획으로, 혼인 여부나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직원들이 지원받을 수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나 복지 혜택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 올바른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맞벌이 부모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편하게 지원을 받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이 중 머크에서 자랑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육아휴직이다. 머크는 육아휴직을 엄마나 아빠 모두 사용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커리어에 불이익이나 자녀가 있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먼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를 조성하여 인식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머크의 노력들이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직원들도 아이를 가지려고 할 때 많은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약업계의 다른 회사들 또는 여러 협회들에게도 머크의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하고 우리의 노력에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저출산 문제는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은 물론 정부, 교육 시스템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협심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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