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비타주사, 등재신청부터 고시까지 4개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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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비타주사, 등재신청부터 고시까지 4개월 걸렸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5.0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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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경평면제 확대-등재기간 단축, 제도개선 복수 수혜
30mg 기준 표시가격, A8조정평균가 68% 수준
예상청구액 120억...환급·총액제한RSA 중복

희귀질환인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inked hypo 
-phosphatemia, XLH) 치료에 쓰는 한국쿄와기린의 크리스비타주사액(부로수맙)이 급여 등재신청부터 건강보험 적용까지 일련의 과정을 만 4개월만에 끝낸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적응증의 선발제품이 없는 약제로는 매우 드문 사례인데, 정부가 올해 1월 새로 도입한 소아약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경평면제) 대상 확대와 급여평가·협상기간을 단축하는 신속등재제도 등 2가지 제도의 복수 수혜를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허가부터 급여까지, 히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크리스비타는 FGF23 관련 저인산혈증성 구루병과 골연화증 치료에 쓰도록 허가돼 있다.

구루병과 골연화증은 체내 인산 농도가 저하돼 골격과 치아에 무기질이 침착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 바로 '인산 대사장애'와 연관돼 있다. 이 질환은 소아 때는 구루병, 성인 때는 골연화증으로 나타난다.

크리스비타는 체내 인산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인 섬유아세포성장인자23(fibroblast growth factor 23, FGF23)의 과잉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구루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표적 치료제로 언급돼 있다. 건강보험은 허가사항 중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소아 환자(18세미만)에게만 5월1일부터 적용된다.

크리스비타는 사실 허가시점과 비교하면 급여등재가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식약처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은 게 2020년 9월17일이기 때문에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는 약 2년 7개월이 걸렸다. 급여신청 후 4개월만에 약제목록에 등재됐다는 건 재결정 신청 시점인 올해 1월2일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크리스비타는 허가 다음해인 2021년 3월31일 처음 급여 등재신청돼 같은 해 5월과 6월 두 차례 심사평가원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 심의를 받았다가 같은 해 11월 등재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명목은 자료보완 등의 사유였는데, 당시 적용된 약가제도로는 급여등재가 사실상 불가능해 '작전성 후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약 1년 2개월만인 올해 1월 활로가 열렸다. 바로 경평면제 요건 완화다. 경평면제 대상이 되려면 임상적 필요도, 근거생산 곤란, 제외국 급여, 대상 환자 수 등 깐깐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중 가장 걸림돌은 임상적 필요도다. 종전에는 대체약제가 없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없으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사용하는 약제여야 경평면제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크리스비타의 경우 이 두 가지 항목 모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는 언감생심이었는데, '소아 약제로 치료적 위치 동등 약제가 없으면서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경우'가 올해 1월부터 추가되면서 경평면제 트랙을 타게 됐고 급여등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크리스비타는 '근거생산 곤란' 관련 항목 중 단일군 임상허가, 3상 조건부 없는 2상 허가에 모두 해당되지 않아 기타 위원회가 인정한 약제로 이 허들도 넘어섰다.  대상환자 수는 50~111명 수준으로 암묵적 수치인 200명 내외를 충족했다.

게다가 크리스비타는 등재 재신청 2개월만에 위험분담제소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까지 넘어섰고, 건보공단 협상도 한 달만에 끝냈다. 치료효과가 높고 대체의약품이 없는 항암제와 중증·희귀질환치료제에 올해 1월부터 새로 도입된 등재기간 단축(-60일) 제도를 적용받은 결과였다. 

크리스비타는 대한내분비학회,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대한유전성대사질환학회, 대한의학유전학회 등 전문 학회들로부터도 강한 지지를 받았다. 이들 학회는 급여와 관련해 "(크리스비타에 대해)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진단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 급여가 필요하지만, 특히 성장기인 소아 환자의 경우 빠른 치료를 통한 정상적인 골격 형성이 필요하며, 구루병 치료는 성장판 성장에 있어서 평생 장애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8 국가 중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에 등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조정평균가는 10mg 375만7987원, 20mg 783만1480원, 30mg 1174만6366원이었다.

국내 보험등재가격은 이 보다 훨씬 저렴한 10mg 266만6531원, 20mg 533만3064원, 30mg 799만9595원으로 정해졌다. 30mg 표시가 기준으로 보면, A8 조정평균가의 68% 수준에서 등재된 것이다. 이 약가는 심사평가원 약평위 통과가격과 비교해서도 10mg 18.3%, 20mg 14.0%, 30mg 11.1% 씩 더 낮다.

1차 년도 예상청구금액은 대상환자 수를 60명으로 해 표시가격 기준 약 120억원에 합의됐다. 복지부는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위험분담계약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추가되는 재정은 더 낮으며, 계약된 총액 초과 시 100% 환급해 재정을 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비타는 급여 투여 전에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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