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법사위 계류, 당혹감 넘어 배신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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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법사위 계류, 당혹감 넘어 배신감 느꼈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3.02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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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성명서 통해 여야 모두 강하게 비판
"국민의힘, 의협 대변인 역할...민주당, 직무유기"
"보건복지위 통과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해야"

이른바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의료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것과 관련, 환자단체는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론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의사협회 대변인 역할을 자임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직무를 유기했다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10개 환자단체는 2일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의료법개정안 법사위 계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의사협회를 대변한 국민의힘과 눈치 보기에 급급한 더불어민주당 모두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논란이 된 법률안은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최대 5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 이런 벌칙은 과거 의료법에 규정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주도로 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모든 범죄'에서 일부 '의료관련 법률을 위반한 금고 이상의 범죄'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들 단체는 "거의 20년 만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하고는 원상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법사위 계류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사실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개정안도 이들 단체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상임위에서 대부분의 전문 직종 종사자의 면허나 자격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복권되지 않은 파산자'를 의료인이라는 전문 직종에게만 제외시키고,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 환자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까지 의료인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의료인의 면허가 영구적으로 박탈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 단체는 "실형은 5년간, 집행유예는 2년간, 선고유예는 유예기간에만 취소될 뿐이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재교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면허 재교부  신청건수는 총 163건이었다. 이중 93%에 해당하는 152건이 재교부 됐다. 면허가 취소돼도 다시 교부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법사위 계류를 주장하면서 의료인의 대표적인 업무인 의료행위와 무관한 명예훼손·선거법 위반·교통사고 등의 중대범죄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포함한 것은 과잉처벌이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들은 "의료인의 면허가 영구 박탈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만 취소되는 면허정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최소침해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의료인 결격사유를 둔 이유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훨씬 높은 공익을 보호함으로 법익균형성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격증을 소지한 다른 전문 직종 종사자에 비해 오히려 면허증을 소지한 의료인에게 더욱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정서를 고려할 때 면허증을 소지한 의료인에게 결격사유에 있어서 특혜를 줄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들 단체는 민주당에도 비판을 살을 겨눴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힘이 의사협회의 주장을 충실히 입법에 반영시키는 대변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21대 국회에서 의석수 300석 중 과반이 넘는 174석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민주당은 절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는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을 표결처리로 통과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나 민주당은 표결처리를 하지 않고, 차기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에 대해 재논의하는 것까지 동의해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민주당이 법안 처리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도 겨냥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 비윤리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일정 기간 재교부를 금지함으로써 국민이 의료인의 면허를 믿고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체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입법을 의사협회가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특히 "의사협회가 법사위 통과를 막기 위해 전국 의사 총파업이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까지 시사하는 행보를 한 것은 비난받을 처사"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민주당은 의사협회와 국민의힘이 일부 중대범죄만을 의료인 결격사유로 제한하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 만일 국민의힘이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한 원안보다 약화시키는 행보를 계속한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의료인'과 '복권되지 않은 파산자 의료인'을 결격사유에서 제외하기로 한 내용도 번복해 다시 포함하는 수정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는 법사위가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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