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시범사업만은 막자"...의약, 느슨한 '오월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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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시범사업만은 막자"...의약, 느슨한 '오월동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7.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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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정부 건의사항 전달...약사회, 철회촉구 성명
박종혁 이사 "의-약, 같이 할 부분 있을 것"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대의원 서명서 등을 들고 7월1일 보건복지부를 찾은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 겸 홍보이사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대의원 서명서 등을 들고 7월1일 보건복지부를 찾은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 겸 홍보이사

500억원 규모의 첩약 건강보험 급여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약사사회도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공조논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약사 업무범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약사들과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이심전심 통한 결과로 보인다. 그동안의 의약관계에 비춰보면 느슨한 형태의 '오월동주'인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7월 첫날 '정부의 첩약 급여화 추진반대 서명지 및 대정부 건의사항'을 들고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박종혁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이날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첩약급여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는 사안이다.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을 평가해 급여를 적용하는데, 이게 허용되면 다른 이유나 근거로도 얼마든지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건보제도 대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사건이자, 보건의료정책의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이어 "대의원회의 서명용지를 오늘 들고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을 만났다. 238명의 대의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82명이 단기간에 서명한 건 큰 의미다. 지난 일요일 시도의장단 회의에서도 긴급 건의문을 냈는데, 모든 회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또 "아직 변곡점을 넘은 것은 아니다. 보건의료제도에 큰 오점을 남길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단순한 시범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정심 소위위원들도 보건의료 전반의 제도, 의약품 허가 방법까지 바꾸는 큰 변화라는 것을 깊이있게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안은 안전성 외 정책 프레임과도 관련이 있다. 분업 원칙도 근본적으로 바꾼 첫 신호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선택분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약분업 평가없이 20년, 무조건 좋다는 식인데 첩약 급여화를 놓고 보면, 스스로 분업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 편의와 만족도 측면에서 선택분업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와 공조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첩약은 과학이냐 비과학이냐의 문제다. 약학도 현대의학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와 결이 다르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와 의견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가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눈 직후 대한약사회도 '졸속정책의 전형적인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7월2일 오전 6시 엠바고로 언론에 배포했다.

약사회는 6월 30일 '2020년도 제5차 긴급 지부장회의' 결과,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에서 진행 중인 첩약 급여 시범사업 졸속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16개 시도 약사회는 성명에서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는 수차례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의약품인 첩약에 대해 선 검증 후 보험급여 논의를 요구해 왔으나,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무시로 일관하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첩약 급여는 유효성·안전성·경제성이 확보된 다음 논의할 것'이라고 했는데, 작금의 현실을 볼때 소관 부처 장관이 국민과 국회에 한 약속은 허언에 그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한다. 이는 첩약 급여 시범사업이라는 핑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발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과 집행을 담당하는 부처이지, 특정 직능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행하는 기관이 아님에도 이런 본연의 역할에 대한 인식 부재에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총 의료비로 비교하면 생리통 치료를 위해 병·의원의 진료와 약국의 조제 시 약제비를 제외한 총 급여비용이 약 2만4천원대인 데 반해, 한의과에서 동일 치료를 위해서는 약제비를 제외한 첩약 급여비용이 최대 9만3천원대로 약 4배 이상 소요된다.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보험급여가 더 절실한 각종 질병에 대한 우선순위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첩약과 비교하면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도 검증된 대체재가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결론적으로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하는 첩약 급여 시범사업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후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또 첩약 급여와 동시에 한의약 분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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