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제도시행 14년, 안전상비약 확대 다시 수면 위…지사제·제산제 추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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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제도시행 14년, 안전상비약 확대 다시 수면 위…지사제·제산제 추가될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7.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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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연말까지 품목 지정 고시 개정…현행 11개서 법정 상한 20개 이내 언급
무약촌은 24시간 운영 기준 완화 추진…약사회 반발 속 하반기 핵심 현안 부상

[이슈진단=안전상비의약품 확대논의]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판매점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품목 확대는 약사법 개정 없이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만 바꾸면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12월까지 품목 지정 고시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무약촌의 판매점 기준 완화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실제 판매 품목이 확대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사실상 제도 시행 후 첫 품목 확대 시도다. 과거 논의 과정에서 지사제와 제산제가 추가 후보로 채택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두 효능군이 우선 검토 대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다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사회가 의약품 오남용과 판매점 관리 부실,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문제가 올해 하반기 보건의약 분야의 핵심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판매점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다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사회가 의약품 오남용과 판매점 관리 부실,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문제가 올해 하반기 보건의약 분야의 핵심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챗GPT]
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판매점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다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사회가 의약품 오남용과 판매점 관리 부실,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문제가 올해 하반기 보건의약 분야의 핵심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챗GPT]

복지부, 12월까지 품목 확대안 마련=보건복지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계획에 ‘의약품 접근성 제고’를 포함하고,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판매점 등록 기준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국민 수요와 의약품 안전성을 검토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안을 마련하고, 농어촌 등에서 판매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이를 위한 연구용역은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정부 계획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한다. 현재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분류군에서 실제 11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는데,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약사법상 상한인 20개 이내에서 품목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는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무약촌의 판매점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하려면 해당 점포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돼야 한다. 정부는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모두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중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상한인 최대 20개 이내로 확대하고 판매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복지부는 법에 규정된 최대 20개가 곧바로 확대 목표 품목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뉴스더보이스 취재에서 “약사법에 규정된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의 최대 품목 수가 20개라는 의미”라며 “현행 11개에서 몇 개까지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의약품 안전성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하반기 중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위원회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 어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고, 품목 선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향후 논의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정 품목은 13개지만 실제 유통은 11개=안전상비의약품은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대에 국민이 가벼운 증상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점 등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를 허용한 일반의약품이다.

약사법은 안전상비의약품을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장관은 성분과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지난 6월 30일 발간한 ‘2025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을 보면 지난해 안전상비의약품 공급액은 총 518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안전상비의약품은 해열·진통·소염제 7개, 감기약 4개, 진통·진경·수렴·소염제 2개 등 총 13개 품목이다.

그러나 타이레놀정160밀리그람과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밀리그람은 현재 공급되지 않고 있다. 실제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11개에 그친다.

법률상 품목 상한은 20개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약사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장관 고시를 통해 최대 9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품목 수를 기계적으로 20개까지 채우기보다는 국민 수요와 안전성, 생산·공급 가능성 등을 검토해 확대 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 확대 논의의 핵심은 단순히 제품 수를 몇 개 늘릴 것인지가 아니다. 현재 지정되지 않은 효능군 가운데 어떤 효능군을 새로 포함할지가 본질적인 쟁점이다.

추가 효능군이 결정되면 해당 효능군에 속하는 일반의약품 중 생산량과 판매량, 소비자 인지도, 복용 편의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 대표 품목을 소수 지정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사제·제산제, 우선 검토 대상으로 다시 부상하나=품목 확대 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효능군은 지사제와 제산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2024년 국정감사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며 지사제와 제산제를 구체적인 후보로 언급했다.

김 의원은 당시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대해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며 “의료 대란 상황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상비의약품과 관련한 다양한 요구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사제와 제산제 등을 늘려달라는 민원도 있는데 검토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지사제와 제산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는 과거 정부 위원회의 논의 결과도 영향을 미친다. 2018년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서는 지사제, 제산제,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 4개 효능군이 추가 후보로 제안됐다. 표결 결과 최종 논의 안건으로 채택된 효능군은 지사제와 제산제였다.

당시 지사제 대표 품목으로는 스멕타, 제산제 대표 품목으로는 겔포스가 거론됐다. 다만 약사회 임원의 자해 소동 등 갈등이 발생하면서 위원회 논의는 중단됐고, 실제 품목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논의에서도 지사제와 제산제가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지만, 2018년 논의 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새로 구성할 위원회에서 현재의 국민 수요와 제품별 안전성, 공급 상황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특정 효능군을 추가하더라도 어떤 성분과 제품을 지정할지는 별도의 문제다. 동일 효능군에 속한 의약품도 성분과 제형, 복용 연령, 금기사항과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법정 한도까지 확대”…10년 넘게 요구 지속=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는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3년 7월 출범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휴일에 필요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하는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려면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네트워크는 “복지부는 응급상황에서 약국은 문을 닫고 편의점에는 찾는 약이 없어 도시 곳곳을 유랑해야 하는 엄마들과 국민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적절한 행정을 통해 법이 지정한 20개 품목으로 안전상비의약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3년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시행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품목과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에 대한 10년간의 데이터가 쌓인 현 시점에서 약사법에 따른 품목 확대와 관리체계가 재정비된다면 국민 편익 향상과 더불어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측은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와 휴일에 가벼운 질환으로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먼 거리의 약국을 찾아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고령자, 교통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주민에게는 시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기초적인 일반의약품을 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미래연구원 “품목 수 법정 고정 방식 개선해야”=안전상비의약품을 둘러싼 논의를 개별 품목 추가가 아닌 의약품 분류체계 전반의 개편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일반의약품 및 약국외 판매의약품 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현행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 이원적 분류체계에 ‘약국외 판매의약품’을 별도 체계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의약품을 구분하는 ‘3분류 체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의약품을 상시적·주기적으로 재분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약국외 판매의약품의 3분류 체계를 법률에 명문화하고, 급여 적정성 재평가와 연계해 비처방 의약품과 약국외 판매 의약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재분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한꺼번에 제도를 전환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과 관련해서는 “품목 수를 법으로 고정하는 방식은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사법에 최대 20개라는 상한을 직접 규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약품의 안전성과 국민 수요 변화에 맞춰 주기적으로 재분류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현재 정부 계획에는 법정 상한 자체를 없애거나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까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무약촌 판매점 기준 완화는 법 개정 필요=안전상비의약품 정책의 또 다른 축은 농어촌 등 의약품 접근성 취약 지역의 판매점 확보다.

현행 약사법상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하려면 점포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해야 한다. 상시 관리가 가능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제한해 의약품 보관과 판매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농어촌이나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24시간 편의점 자체가 운영되기 어렵다. 약국이 없는 지역에 안전상비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24시간 운영 요건 때문에 무약촌에서는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모두 없는 지역에서는 24시간 운영 기준을 예외적으로 완화해 일반 소매점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과 한지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양수 의원안은 약국이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에 대한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지역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대해 관할 시·군·구의 조례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의 등록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예외 지역을 정하는 대신,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등록 기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한지아 의원안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약국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가 없어 주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읍·면·동 지역에 대해서는 판매자 등록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의원안은 판매점 기준 완화뿐 아니라 현행 법률에 직접 규정된 ‘20개 품목 이내’라는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넘기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의원안보다 제도 개편 범위가 넓다.

복지부는 입법 취지 공감…단체별 세부 의견 엇갈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률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한지아 의원안의 기본적인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약국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이 없는 읍·면·동 지역에 한정해 24시간 운영이라는 판매점 등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률에 직접 규정된 품목 수 상한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취지에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을 시행하려면 판매점 등록 기준과 대상 지역, 운영·관리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하위 법령 정비가 필요한 만큼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 편의점업계, 한약사단체는 대체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품목 수를 어느 법령에 위임하고 누가 지정할지를 놓고는 입장이 갈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개정안에 찬성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를 대통령령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관련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와 품목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한약사회도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정비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했다.

약사단체 “확대보다 기존 관리체계 점검이 먼저”=대한약사회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및 판매점 확대에 반대의견을 냈다. 약사회는 전국적으로 공공심야약국과 보건진료소, 특수장소 지정 등 의약품 접근성 취약 지역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과 특수장소의 관리·운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제도를 추가로 확대하기 전에 기존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하고 안전 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 지역 주민의 약국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약사법상 특수장소 지정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고, 전국 1895개 보건진료소를 통해서도 의약품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품목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사례 증가와 판매업소 관리 부재, 준수사항 위반 사례 증가, 해외 규제 강화 흐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이라며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뉴스더보이스 취재에 응한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품목 수 확대를 전제로 논의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법에 규정돼 있다고 무조건 품목을 확대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상비의약품에 걸맞은 의약품 안전성을 전제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의약품 약화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사와 약국 관련 현안은 약·정 협의체 복원을 통해 접근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전향적 합의’로 만들어진 20개 상한=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사 직능에 가장 민감한 현안 가운데 하나다. 2011년 약국 외 의약품 판매 허용 논의가 진행될 당시 약사사회는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약사의 복약지도와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 끝에 약사사회가 제한적인 약국 외 판매를 수용하는 이른바 ‘전향적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설계됐다. 당시 합의의 핵심 안전장치는 품목 수와 판매 장소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었다.

약사법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가 최대 20개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직접 명시했고, 실제 제도 시행 당시에는 3개 효능군 13개 품목만 지정했다. 판매처도 24시간 관리가 가능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제한했다.

이번 정부 계획은 법정 상한 20개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률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효능군과 품목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약사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품목 확대가 약국 외 의약품 판매 범위를 실질적으로 넓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향후 법정 상한 조정이나 판매 장소 확대, 일반의약품 재분류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 선정 기준과 안전관리 보완이 관건=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에서 가장 큰 관심은 현행 11개 품목이 몇 개까지 늘어날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쟁점은 추가 품목 수보다 새로운 효능군과 품목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복용한다. 따라서 증상을 스스로 판단하기 쉬운지, 용법과 용량이 단순한지, 금기사항과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크지 않은지, 과량 복용이나 장기 복용 가능성이 낮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린이와 고령자,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이 잘못 복용할 가능성과 동일 성분 의약품의 중복 복용 위험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생산·공급 안정성 역시 중요하다. 현재 지정된 13개 품목 가운데 2개 품목이 공급되지 않아 실제 유통 품목이 11개로 줄어든 것처럼, 지정만 해놓고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접근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을 정부가 지정하는 구조인 만큼 품목 선정의 공정성과 대표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효능군을 먼저 정한 뒤 성분과 함량, 제형을 중심으로 지정할 것인지, 제품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도 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판매자 교육과 구매 수량 제한, 보관 상태 점검, 위해 의약품 회수, 부작용 신고 안내 등 판매점 관리 방안도 품목 확대와 함께 정비돼야 한다.

연내 고시 개정 목표…약사사회 저항 최대 변수=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구체적인 고시 개정 시점까지 명시한 만큼 과거보다 품목 확대 추진 의지는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는 올해 4월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12월까지 품목 지정 고시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2018년 지정심의위원회 논의가 극심한 갈등 끝에 중단된 전례를 고려하면 정부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약사회는 품목 확대뿐 아니라 무약촌 판매점 기준 완화에도 기존 제도와 관리체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약품 안전성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정부로서도 약사 전문가의 참여와 협의를 배제하기 어렵다.

품목 확대에 찬성하는 환자·소비자단체는 국민 편의와 의약품 접근성을 강조하는 반면, 약사회는 오남용 방지와 안전관리, 기존 전달체계의 활용을 앞세우고 있다.

결국 정부가 접근성과 안전성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법정 상한인 20개까지 일괄적으로 늘리는 방식보다 수요가 크고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효능군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품목 확대와 동시에 판매자 교육, 사후 점검, 부작용 신고와 회수체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는 2012년 제도 시행 이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충돌로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연말까지 고시 개정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장기간 멈춰 있던 논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추가 효능군으로 지사제와 제산제가 다시 선택될지, 실제 품목 수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무약촌 판매점의 24시간 운영 기준을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2018년의 파행을 되풀이하지 않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과 안전 사용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올해 하반기 안전상비의약품 논의의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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