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의학회 "강남역 살인, 조현병 편견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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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의학회 "강남역 살인, 조현병 편견 경계해야"
  • 홍지연 기자
  • 승인 2016.06.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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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입장 발표..."현대의학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

얼마 전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로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정유숙)는 "조현병은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며, "잘 치료될 경우 사회적, 직업적으로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칫 조현병에 대한 무분별한 두려움이나 편견이 발생해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할까 두렵다"고 경계했다.

질환에 관한 오해 때문에 자칫 조현병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경우 질환의 경과를 악화시키고 환자와 가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릴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직간접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에게 깊은 슬픔을 느끼고, 동시에 형언하기 어려운 참담함과 우려를 느낀다"며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정신질환자가 기피되거나 격리되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치료를 하여 우리의 이웃으로서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내에서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고 편견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진료와 연구,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학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은 첫 증상이 생겼을 때 빨리 정신의학적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병적 증상이 처음으로 생긴 후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 즉 치료받지 않은 정신병 기간이 길수록 질병 경과가 좋지 않다는 것. 만약 외부로부터 오는 감각에 예민해지거나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자신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는 증상이 있다면, 약 30% 정도에서 1년 안에 조현병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했다.

특히 조현병이 시작되는 시점은 10대 후반~20대가 가장 흔하므로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현병은 대개 청소년기부터 전구 증상을 보이면서 서서히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두통, 체력저하 등 애매모호한 신체 증상이나 불면, 우울감, 주의력 저하, 주변 사람과 상호 관계를 힘들어하고 회피하기 혹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 등이 전구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사춘기 문제나 단지 스트레스 반응으로만 보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할 경우 조기에 개입할 기회를 놓칠 위험도 존재한다.

이처럼 조현병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시적 적응 장애,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주요우울장애 또는 양극성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 감별진단이 되야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질환, 신체질환, 호르몬 문제 등에 의한 이차적인 증상이 아닌지 감별하고, 알코올이나 마약 사용으로 인한 환각 상태나 금단증상이 아닌지 등을 확인해야 하므로 조현병이 의심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념해야 할 사항은 조현병으로 진단되었다고 무조건 입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치료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입원치료를 받게 되는데,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향후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거나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그리고 증상이나 병식 부족으로 인하여 필요한 치료를 거부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마지막으로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조현병은 여러 가지 원인과 발병 기전에 의해 생기는 다양한 경우를 포괄하므로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똑같은 증상, 똑같은 경과를 밟지 않는다"며, "일부 조현병 환자의 행동을 전체 환자의 특성으로 확대해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2/3는 중간 이상의 양호한 경과를 보이고, 1/3에서만 불량한 경과를 보인다고 알려졌다.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환자들일지라도 일부에서만 공격성을 보이는데, 이들 또한 꾸준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학회 측은 "조현병 환자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약물요법으로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음을 재차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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