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허가만 받고 멈춘 치료”…희귀질환 신약, 급여 지연 구조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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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허가만 받고 멈춘 치료”…희귀질환 신약, 급여 지연 구조 뜯어보니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5.09.24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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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효과성·재정 논리에 막힌 급여…제도 개선 없인 반복
“치료제 있어도 못 쓴다” 환자들 ‘희망고문’ 호소
약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진단=희귀질환 약제 급여지연 논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뒤에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지연되는 희귀질환 치료제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약제는 해당 질환에서 사실상 유일한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지만, 경제성 평가와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급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단체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허가는 됐지만 급여가 지연되면서 환자들이 원치 않는 ‘희망고문’을 겪고 있다”며 “치료제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 주요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 치료제 ‘웰리렉’, 알라질증후군 치료제 ‘리브말리액’, 유전성 혈관부종 예방 치료제 ‘탁자이로주’, 단장증후군 치료제 ‘가텍스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복스조고주’,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및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울토미리스’,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레주록’, 수혈 의존성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치료제 ‘레블로질’ 등이 포함된다.

이들 약제 가운데 상당수는 치료 대안이 거의 없거나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 적용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은 기존 치료에 의존하거나, 고가의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특히 일부 질환 환자들은 해외에서는 이미 보험 적용이 이뤄지고 있는 치료제를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급여 지연의 본질…‘경제성 평가 중심 구조’의 한계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지연은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현행 약가 및 급여 평가 체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된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임상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기존 경제성 평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급여 인정이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고가 의약품이라는 특성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연구개발 비용이 크고 환자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급여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급여 등재 절차 역시 장벽으로 작용한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약가 협상, 위험분담 계약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이 과정에서 허가와 실제 치료 사이의 간극이 확대된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환자 접근성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위험분담제와 조건부 급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도 “희귀질환 치료제는 임상 근거 확보 자체가 제한적인데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급여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질환 특성을 반영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속등재’로 풀릴까…구조 개편 없인 반복되는 병목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허가와 급여 평가, 약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시범사업’을 도입해 일부 약제의 급여 등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실제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 치료제는 이 제도를 통해 급여 적용이 결정되며 환자 접근성 개선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해당 약제 역시 치료 효과를 일정 기간 평가한 뒤 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부 급여 방식이 적용되는 등 재정 관리 장치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가 의약품에 대한 위험분담 계약과 성과 기반 급여 방식도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단체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기존 평가 기준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치료제가 있어도 급여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환자단체 관계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에서조차 예방 치료제가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자 생존권을 고려한 보다 적극적인 급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지연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정책적 과제다.

현재와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할 때마다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희귀질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평가 기준과 재정 분담 구조를 마련하지 않는 한 ‘허가 이후 급여 지연’이라는 병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환자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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