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변호사 "정부 약가 조정기준 자의적 해석 제동"
복지부, 불복해 항소장 제출...2라운드로
한국애보트의 고지혈증 복합제 립스타플러스정이 이른바 기준요건 재평가 약가인하 소송에서 1년 4개월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약제는 한미약품 로수젯정이 오리지널인 에제티미브와 로수바스타틴 복합제다. 한국애보트와 일동제약이 공동 개발해 애보트는 립스타플러스정, 일동제약은 드롭탑정으로 각각 2017년 12월12일 시판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기준요건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보험당국은 3상 임상자료를 제출한 드롭탑정에 대해서는 '기준요건(1)(자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자료 제출 또는 임상시험 수행 입증자료 제출)'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약가인하를 하지 않은 반면, 1상 시험자료를 제출한 립스타플러스정에 대해서는 기준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2023년 9월1일자로 종전가격의 85% 수준의 약가인하 처분을 단행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했지만 허가를 위한 자료를 어느 회사가 수행해 제출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 것이다. 그런데 립스타플러스정이 제출한 임상 1상 자료는 '기준요건(1)'을 충족하지 못한 자료일까? 이번 사건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뉴스더보이스는 이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세종 헬스케어팀장 김성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쟁점을 정리해 봤다.
5일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애보트는 립스타플러스정의 상한금액 재평가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준요건(1)’ 충족 자료로 한국애보트가 의뢰해 수행한 '임상 1상(BE) 시험 결과보고서 요약본'을 제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상한금액 재평가 설명회 자료 기재 내용 등에 근거해 품목허가권자가 '최종'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시험의뢰자가 돼 수행한 경우에만 그 요건을 충족한다는 걸 전제로 이 시험 결과보고서만으로는 '기준요건1'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 립스타플러스정의 상한금액을 15% 인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한국애보트는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약가인하 고시 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상태에서 그동안 본안(취소) 소송이 진행돼 왔다.
원고(한국애보트) 측은 ▲임상 1상(BE) 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기준요건1'을 충족한 것이므로 그 처분사유가 부존재하고 ▲(보건복지부가) 상위법령 위임이 없는 설명회 자료 등을 근거로 (임상 1상 자료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며 ▲관련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상한금액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은 점은 법령 위반이고 ▲기타 비례원칙, 평등원칙 등에 위반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한국애보트가 심사평가원에 립스타플러스정에 관한 임상 1상(BE) 시험 결과보고서 요약본을 제출한 것은 '기준요건(1)'이 정하고 있는 '자체 임상시험 입증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 해당하고, 설명회 자료는 법규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설명회 자료 내용과 관계없이 립스타플러스정은 '기준요건(1)'을 충족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지난 12월20일 판결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관련 법령에서 '기준요건(1)을 ‘최종’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결과보고서 등 자료를 제출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점 ▲‘임상 1상(BE) 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경우를 ‘자체 임상시험 입증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제네릭 난립 방지 등 약가제도 개편 목적 달성을 저해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한국애보트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일동제약과 공동으로 립스타플러스정 성분 복합제를 개발했고, 한미약품이 로수젯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제출한 자료가 아닌 것으로 이와 동등 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점 등을 보건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또 ▲립스타플러스정은 임상 1상(BE) 시험 결과를 근거로 복합제 전환에 관한 허가를 받은 점 ▲복합제의 경우 임상1상 시험과 임상3상 시험이 반드시 순차적,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병렬적으로 진행돼도 무방하며, 임상 1상(BE) 시험 결과 또한 립스타플러스정의 최종 허가를 받는데 필수 불가결한 자료라고 할 것이므로 한국애보트가 시험의뢰자가 돼 수행한 임상 1상(BE) 시험 결과보고서도 일동제약이 시험의뢰자가 돼 수행한 임상3상 시험 결과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립스타플러스정의 최종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보고서에 해당할 여지도 상당하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김성태 변호사는 "보건복지부는 최근 여러 약제 재평가제도를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이지만 그 기준의 명확성, 예측성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어서 약가인하 처분과 관련된 다양한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정부가 관련 법령의 상한금액 조정기준을 제약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한국애보트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립스타플러스정을 개발했고, 관련 법령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충실히 재평가를 준비했는데도 약가가 인하되는 예상하지 못한 '불측'의 피해를 입지 않게 됐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최근 법무법인(유) 세종은 약가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법원에 제약사의 입장을 전달해 각종 약제 재평가 사건에서 모두 효력정지결정을 받아 내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나아가 신설된 건강보험 약제 재평가제도와 관련해 본안 승소 판결까지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판결에 불복, 지난 1월3일 항소장을 제출해 2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